남성 중심 실험은 그만!...과학 속 性 편견 줄이자

남성 중심 실험은 그만!...과학 속 性 편견 줄이자

2018.07.23. 오전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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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로운 약품을 만들어 낼 때 많이 하는 동물실험을 대부분 수컷으로 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질병 진단과 치료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연구 전 분야에서 성 편견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학계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양훼영 기자입니다.

[기자]
흔히 역류성 식도염으로 불리는 위 식도 역류질환.

식도 손상이 심한 남성 환자와 달리 여성 환자는 여성호르몬 덕분에 식도 손상을 거의 경험하지 않습니다.

남녀의 차이는 증상뿐 아니라 치료에서도 나타납니다.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의 경우 특정 치료제를 2년 이상 먹은 여성 환자는 심장질환뿐 아니라 치매 위험도 20% 정도 낮았습니다.

[정이숙 / 아주대 약학과 교수 : 실로스타졸을 복용하는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인 경우 남성에서보다 여성에게서 더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자면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가 여성일 경우 실로스타졸 복용하는 것을 더 권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성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연구 결과가 사회 문제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판매 금지된 의약품 10개 중 8개는 여성에게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동물실험에서 호르몬 주기 등을 고려해야 하는 암컷 대신 수컷을 썼고, 임상시험에서도 남성에게만 약효를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과학계 내부에서도 남녀의 생물학적, 사회적 차이를 연구 현장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변화는 더딘 상황입니다.

[이혜숙 / 젠더혁신연구센터 수석연구원 : 젠더혁신 연구를 하려면 동물의 경우 암수 연구를 따로 데이터로 모아야 하고 사람의 경우도 따로따로 해야 돼서 기존의 연구비보다는 연구비가 좀 더 많이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구비를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고.]

미국 국립보건원은 지난 2016년부터 연구 결과에 대한 성별 차이 표시를 의무화했습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 등도 연구에 성별 차이 반영을 권고하는 등 젠더 혁신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연구 과정에서 성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원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YTN science 양훼영[hw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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