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코는 정말 빨간가요?

루돌프 코는 정말 빨간가요?

2017.12.22.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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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를 살펴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과학관 옆 동물원>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이제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잖아요? 이맘때면 빠질 수 없는 동물이 있죠.

산타 하면 떠오르는 단짝 루돌프인데요, 오늘은 이 루돌프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을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앵커]
맞아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늘 들을 수 있는 캐럴이죠, "루돌프 사슴 코는~" 역시 연말에 빠질 수 없는 동물이네요.

[기자]
노래를 잘 해주셨지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있습니다. 가끔 루돌프가 점박이 사슴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루돌프는 순록입니다.

뭐 그래도 비슷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같은 사슴과지만 그 아래 분류가 엄연히 다릅니다.

꽃사슴이 사슴에 가깝다면 순록은 노루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노래를 순록이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어요.

요즘 이렇게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다 보니까 산타 영상도 자주 보게 되는데요, 실제로 썰매를 끄는 루돌프가 있더라고요?

[기자]
네, 아마 산타 마을의 모습을 보신 것 같은데요, 산타의 고향으로 알려진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에 이 산타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산타들이 있는데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아이들의 편지를 받아주고 또 직접 답장도 해준다고 합니다. 여기에 가면 약 20개국 언어로 인사말을 해주는데 거기에는 한국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는 순록이 실제로 살고 있는데요, 지금 화면에 보신 것처럼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는 산타의 모습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앵커]
순록이 굉장히 멋있게 생겼는데요, 실제로 이 지역에 예전부터 살던 동물인가요?

[기자]
네, 순록은 시베리아와 그린란드와 같이 북극과 가까운 추운 지역에 서식합니다. 핀란드 북부 지역도 이런 지역에 속하는데요,

북극 지방 사람들에게는 이동수단뿐 아니라 가죽이나 고기 등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사실 이렇게 평범한 동물 가운데 하나인데, 루돌프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순록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하는데요,

우선 루돌프의 가장 큰 특징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앵커]
앞서 노래도 불렀다시피, 아무래도 빨간 코겠죠?

[기자]
실제로 순록의 코를 보면 다른 동물보다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추위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모세혈관이 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순록의 코에는 사람보다 25%나 많은 모세혈관이 모여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코가 빨간 건 사실이었네요?

[기자]
네, 이 모습을 과학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봤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다른 부위에 비해 코 부분이 아주 밝게 빛나고 있죠. 그만큼 체온이 아주 높다는 뜻입니다.

아무래도 눈 속에서 먹이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체온 보호를 위해서 코와 입술 쪽에 더 많은 혈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죠.

[앵커]
정말 코 부분이 확실히 밝게 보이네요. 그럼 추운 지역에서 썰매를 끄는 데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어요?

[기자]
물론 추위를 이기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텐데요.

사실 썰매를 끄는 데는 코보다 순록의 눈이 큰 역할을 합니다. 순록은 사람이 볼 수 없는 자외선 영역을 감지할 수 있는데요, 북극의 경우는 밤이 6개월 동안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런 환경에 적응한 것입니다.

또 순록의 눈 안쪽에는 반사판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구조가 있는데요, 겨울이 되면 이 단백질 구조가 더 촘촘해져서 밤에도 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보통 동물을 보면 야간에 초록색 눈이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건가요?

[기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순록의 경우는 밤에 더 잘 보이도록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코가 아니라 눈이 밝아서 썰매를 잘 끌 수 있는 거네요.

또 순록 하면 멋진 뿔이 아주 두드러지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흔히 루돌프가 수컷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앵커]
아 그럼 수컷이 아니라는 얘긴가요?

[기자]
과학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수컷 순록의 경우 대부분 12월 초에 짝짓기를 하는데요, 이때 뿔갈이를 함께 합니다. 그러면 크리스마스 즈음에 뿔이 없는 '민 머리'가 되어 있겠죠.

반면에 암컷은 수컷보다 뿔이 좀 얇기는 하지만 겨우내 뿔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론상으로는 루돌프가 암컷일 확률이 높다는 거죠.

[앵커]
또 궁금해지는 것이 순록의 속도인데요,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야생 순록은 최대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것처럼 경주를 하기도 하는데요.

또 겨울철이 되면 먹이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장거리 이동을 하는데요, 1년에 이동 거리가 무려 5,000km 정도로 이렇게 서식지를 옮겨 다니는 동물 가운데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계산들이 나오는데요, 산타가 실제로 크리스마스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면 얼마나 빨리 달려야 하느냐는 거죠.

[앵커]
맞아요. 아마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여러 과학자들이 실제로 루돌프의 속도를 계산했더라고요. 결과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대표적으로 2000년대 중반에 발표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래리 실버버그 교수의 논문을 살펴보면요, 당시 선물을 받을 어린이의 수가 전 세계 2억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산타클로스가 방문해야 할 집은 모두 7,500가구 정도가 됩니다.

이 집들의 간격을 2.67km 정도라고 보면 이동 거리가 1억9천만km가 넘는데요, 24일 밤 10시부터 25일 새벽 6시까지 선물을 모두 돌리려면 시속 818만km, 초속으로는 무려 2,272km의 속도로 썰매를 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순록이 1초에 2천 km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한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죠. 사실상 불가능한 속도죠. 실버버그 교수는 산타가 750명 정도의 도움을 받아서 지역을 분담한다면, 썰매가 시속 129km 정도로만 달려도 제시간에 선물을 배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속도네요. 제트기보다 훨씬 빠르게 달려야겠어요.

[기자]
네, 심지어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산타에게 선물을 받을 어린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 늘었다고 하니까 아마 더 힘들어지겠죠.

[앵커]
그렇군요. 순록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정말 다양한 과학과 수학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게 되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끝으로 조금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자면 이 순록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요,

북극 지역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눈이 비로 바뀌면 목초지가 얼게 되거든요, 그러면 순록들이 먹이를 먹기가 어려워지니까 점점 개체 수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순록의 몸무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네요.

[앵커]
네, 역시 순록에게도 환경 변화의 영향이 비껴가지 않네요.

지금까지 루돌프로 알려진 순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산타클로스의 친구로 아주 친근하게 느꼈었는데 알고 보니 순록 자체가 흥미로운 동물이었네요.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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