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 맴도는 노래 구절...'귀벌레 현상' 이유 있었다

'뱅뱅' 맴도는 노래 구절...'귀벌레 현상' 이유 있었다

2017.12.13.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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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무심코 아침에 흥얼거린 노래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날이 있잖아요.

평소라면 괜찮을 텐데, 시험을 보거나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 노래가 맴돈다면 참 난감하죠.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현상의 이유와 극복 방법에 대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앵커]
연말이다 보니 거리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오던데, 캐럴 듣다 보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종종 그렇게 하는데, 교수님도 그런 경험 가지고 계시죠?

[인터뷰]
그럼요. 그럴 경우 흥얼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옛날보다 캐럴은 많이 안 들리는 것 같긴 해요.

[앵커]
아직 크리스마스 시즌이 완전히 다가오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이렇게 같은 노래가, 그것도 한 구절만 계속해서 맴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시 이런 것도 심리학에서 따로 부르는 용어가 있나요?

[인터뷰]
네, 그런 용어가 있습니다. 실제로 계속 귀에서 맴도는 것 같잖아요. 그래서 귓속에 마치 벌레가 있는 것 같다, '귀벌레 현상' 또는 '귀벌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앵커]
정말 '귀벌레'라고 부르나요?

[인터뷰]
귀에 벌레가 있는 것 같으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통제할 수 없잖아요. 원래는 심리학에서 '상상 음악' 또는 '비자발적인 의미 기억'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그냥 귀벌레라고 하면 느낌이 잘 다가오나 봐요. 그래서 주로 방송에 나오는 단순 반복 구절이 많은 노래들이 많이 남아있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앵커]
이렇게 귀벌레 현상, 많은 분이 경험하셨을 테고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이 현상이 일어나나요?

[인터뷰]
미국 신시내티대학 제임스 켈라리스(James Kellaris) 교수에 의하면 전 세계 인구 중에서 98%가 귀벌레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요.

[앵커]
거의 전 세계 인구 다 경험했네요.

[인터뷰]
그리고 90% 이상의 사람들은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귀벌레 현상을 경험할 만 하다, 어떤 분들은 4명 중 한 명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경험한다고 이야기되고 있는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고요.

음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현상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앵커]
귀벌레 현상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긴장했을 때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더라고요. 얼마 전에 수능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온라인상에서는 수능 전에 절대 듣지 말아야 할 노래, 일명 ‘수능 금지곡’이라는 것까지 나왔다는데요, 어떤 곡이 있었나요?

[인터뷰]
일명 '수능 금지곡'으로 사람들이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이야기했던 겁니다. 두 가지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그룹 샤이니의 '링딩동'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이라는 그룹의 '픽미'라는 노래가 있죠.

[앵커]
지금 나오고 있네요?

[인터뷰]
그런데 이 '픽미'라는 단어가 후렴구 두 소절에 23회나 나온 데요. 그러니까 귀에 계속 박히게 되는 거죠.

그 외에도 김연자 씨가 부른 '아모르 파티', 가수 비가 부른 '라송'도 '수능 금지곡'인데요.

[앵커]
다 제 머릿속에서 한 번씩 맴돌았던 노래들이네요. 지금도 맴돌고 있어요.

[인터뷰]
그런데 이게 해외에서도 영국의 더럼대와 골드스미스 런던대, 독일 튀빙겐대 연구진이 3천 명 이상에게 설문조사를 했어요.

과연 '어떤 게 중독성 강한 노래인가?', '중독성 강한 노래 100곡'을 조사했거든요. 그중 최상위 순위 몇 가지만 잠시 보실까요?

[앵커]
그럼 팝송이겠네요? 아, 이 노래 진짜 중독성 있죠.

[인터뷰]
이게 카일리 미노그라는 가수의 'Can't Get You Out Of My Head'라는 노래고요.

[앵커]
나온 지 벌써 15년이 지났는데요.

[인터뷰]
정말 오래된 노래죠.

[앵커]
다음 노래요~

[인터뷰]
마룬파이브 노래죠. 'Moves Like Jagger' 이 노래도 많이 듣는 노래죠.

[앵커]
또 다음 노래도 준비되어 있죠? 비욘세 노래면 딱 떠오르는 노래잖아요!

[인터뷰]
네, 비욘세의 'Single Ladies'란 노래입니다.

[앵커]
이렇게 세곡이 있군요. 처음 곡은 귀벌레를 일으키는 노래네요. 이렇게 세곡 들어봤는데, 방금 들으셨던 노래 외에도 우리가 귀에 익숙한 노래들도 많이 있거든요.

먼저 첫 번째 노래를 보면 '손이 가요 손이 가♬' , 과자 이름 떠오르는 노래가 있고요. 그리고 라면 '오동 통통 쫄깃쫄깃♬' 같은 거나 아니면….

'숙취 해소 808 여명 808 음주 전후 숙취 해소' 두 분은 잘 아시지 않으세요? 이 노래?

[인터뷰]
연말에 많이 생각나는 노래죠.

[앵커]
YTN 많이 보시는 분들은 이 노래 꼭 귀에 맴돌 거라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CM 송도 들어봤는데, 이런 노래가 특징이 있죠?

[인터뷰]
이런 게 특히 느린 노래보다 빠른 노래, 빠른 노래가 중독성이 많고요. 멜로디 자체가 익숙하고 흔할 때 가능하고, 가사가 없는 것보다는 가사가 있는 노래에 중독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가사를 계속 특정하게 반복해준다면 훨씬 더 오래 남죠.

[앵커]
저희가 이렇게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노래, 팝송, CM 송까지 들어봤는데요. 그런데 도대체 왜 귀벌레 현상이 나타나는 건가요?

[인터뷰]
심리학에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나 하게 되면 뇌도 긴장하게 돼요.

뇌도 긴장을 완화하려고 이런 현상이 생기는데 이때 흔한 노래나 구절을 반복하면 굉장히 이완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실제로 필 버먼이라는 학자가 연구한 건데요. 뇌에서 '씹기'와 관련한 중추가 있어요. 귀벌레 현상이 특정한 부위와 관련한 게 아닌가-란 연구 결과가 있고요.

하이만 주니어라고 하는 학자가 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실제 설문 참가자의 2/3가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를 좋아한 데요.

긴장이 이완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싫은 노래는 맴돌지 않는 거죠.

그리고 다음은 각자가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맴도는 노래가 다르데요. 공통적으로 특정한 노래가 모두에게 다 맴도는 건 아니고요.

가능하면 최근에, 마지막에 들었던 노래가 오랫동안 맴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사실 군대에 있을 때 기상나팔 소리가 그렇게 맴돌더라고요.

[인터뷰]
오, 저런.

[앵커]
끔찍한 거 아닌가요? 전역 후에도 그래서 참 난감했죠.

저희가 지금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좀 흥미로운 말을 하셨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 귀벌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씀하셨는데요.

이 부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시죠.

[인터뷰]
어려운 과제를 앞두게 되면 긴장 수준이 높아지잖아요. 어려운 과제를 하게 되면 사람이 집중을 잘못하게 돼요, 너무 어려우니까 벽 같이 느껴지잖아요.

그러면 인지적으로 사용하는 자원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되니까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다른 노래 같은 것이 떠오를 여지가 생기는 거죠.

[앵커]
아무래도 귀벌레 현상이 나타났을 때 여유롭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수능 보는 학생들, 중요한 시험을 앞두거나 면접 중 등 중요한 순간에 이러면 참 난감할 것 같은데, 극복은 해야 할 것 아니에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아까 잠깐 귀벌레 현상이 씹는 것과 관련 있다고 했잖아요. 실제로 실험을 해봤어요.

잉글랜드 레딩 대학의 연구팀이 껌 씹는 것을 시켰더니 귀벌레 효과가 훨씬 완화되었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제가 실험을 쭉 설명해드리면 98명의 피실험자에게 Maroon 5의 노래를 들려줘요.

중독성 강한 노래로요. 그런 다음에 3분 후에 그 노래가 계속 맴돌면 버튼을 누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집단을 세 개로 나눠봤는데, 첫 번째 집단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두 번째 집단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게 하고요.

세 번째 집단은 껌을 주고 껌을 씹게 했어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됐을 것 같습니까?

[앵커]
지금 화면에 나타나는 철민이, 혜경이, 동귀가 있습니다.

[인터뷰]
아, 그런가요?

[앵커]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인터뷰]
그 결과는 껌을 씹는 집단이 다른 두 집단보다 노래가 떠오를 확률이 3배가 줄었어요.

[앵커]
껌을 씹었더니요?

[인터뷰]
껌 씹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거죠. 또 하나는 껌 씹는 것 말고도 소설을 읽는다든지 아니면 과제가 너무 어렵지 않은 퍼즐을 하게 하면, 난이도가 너무 높지 않은 것, 그걸 하게 되면 경합을 해요.

그래서 귀벌레 현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귀벌레 현상, 좀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몸이 뇌의 스트레스,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작용이라고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좀 고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인터뷰]
네, 그러네요.

[앵커]
그래도 너무 방해될 경우에는 껌 씹기가 도움 된다는 점,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귀벌레 현상에 대해서 '생각연구소' 시간에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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