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의 심리법칙

'답정너'의 심리법칙

2017.11.03. 오후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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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여자친구가 '나 살쪘어?'라고 물어보는 건 실은 '아니야 하나도 안 쪘어 너무 예뻐'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라고 하죠.

[앵커]
잘 알고 계시네요. 이처럼 정말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니라, 은근히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넌 대답만 하면 돼' 일명 '답정너'라고도 하는 유형인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답정너'의 심리와 대처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앵커]
교수님도 '답정너'와 같은 유형, 당해보신 적 있으세요?

[인터뷰]
학생들은 흔히 "뭐 하나 여쭤봐도 돼요?", 그러면 어차피 물어볼 거 아닙니까? 그러면 저는 안 된다고 해요.

[앵커]
너무 짓궂으신 거 아닌가요?

[인터뷰]
벌써 이렇게 당황해 하는데, 이게 '답정너'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앵커]
교수님께 이런 짓궂은 면이 있었네요? 그런데 이렇게 듣고 싶은 말을 미리 정해놓고 묻는 '답정너', 이 답정너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화면을 통해서 살펴볼까요?

[A : 나 아이돌 닮지 않았어?]
[B : 글쎄….]
[A : 친구들이 닮았다고 하더라고. 안 닮았어?]
[B : 잘 모르겠는데….]
[A : 잘 봐봐. 정말 닮았어?]
[B : 정말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자기 칭찬을 유도하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이런 걸까요?

[인터뷰]
일단 황보혜경 앵커님은 수지 닮았습니다.

[앵커]
저 '답정너'인가요?

[인터뷰]
상대방에게 칭찬을 끌어내려는 유형이죠. 다른 사람이 정작 자신이 원하지 않은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계속 집요하게 그 대답이 나올 때까지 유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런 경우에 자존감이 전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충분히 자신 있으면 그렇게까지 물어보지 않아도 되잖아요. '어차피 나는 수지인데?' , 그러니까 자존감이 낮으면 그것을 채우려고 계속 노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앵커]
자존감을 외부의 칭찬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신데요. 그럼 외부의 칭찬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인터뷰]
칭찬을 받아야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런 것을 일종의 자기 가치감이 무언가의 조건에 매달려 있다, 조건화되었다고 해서 '조건화된 자기 가치감'이라는 말을 합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자신이 있는 모습 그대로 행복해야만, 그대로 수용되어야만 그때 행복하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뭔가를 해야만 행복하다, 타인이 이렇게 말해야만 행복하다, 이런 것들이 자존감이 낮아진 거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앵커]
이렇게 자존감이 낮음 분들에게는 계속해서 칭찬을 해 주는 것도 자존감을 높이게 해주는 데 효과적일 수 있겠네요?

[인터뷰]
일부는 효과가 있는데, 일종의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어요.

[앵커]
자, 그럼 다음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A : 나 어제 새벽 2시까지 일했어]
[B : 나도 어제 야근했어….]
[A : 넌 잠이라도 잘 수 있지!]
[B : 그럼 너도 잠깐이라도 눈 붙이면서 일해….]
[A : 그럴 시간도 없어! 왜 나만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정말 살기 힘들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이 있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막상 해결책을 제시해주는데 듣지 않습니다. 내 상황이 이런데 넌 왜 자꾸 해결책을 제시해주느냐, 위로해달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인터뷰]
위로하고, 뭔가 나한테 내가 지금 힘드니까 알아봐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요. 그게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하거든요.

그런데 정체성 확립이 덜 됐거나 하면 다른 사람이 위로해주고 '난 정말 힘들어'라는 걸 자꾸 이야기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자꾸 유도하게 되잖아요. 상대방이 점점 더 '저 사람이 말하면 힘들어'라고 이야기하니까요.

그런데 힘들다고 말하는 게 나름대로 얻는 게 있어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처음에는 공감해주려고 하거든요, 그런 걸 원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요, 아름답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심리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고 싶은 심리.

어찌 보면 양끝단에 있는 것 같이 다른 심리가 '답정너' 유형을 만든다는 게 신기한데요?

[인터뷰]
하나는 칭찬을 원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힘들다고 해서 위로를 원하는 거잖아요. 이처럼 칭찬과 위로가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행동을 할 때 우리의 동기를 얻는 방향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플러스를 얻으려고 하는, 보다 향상하려고 하는 '향상초점'이라는 게 있고요. 반대로 마이너스를 줄이려고 하는 '예방초점'이라는 게 있거든요. 칭찬은 뭔가 계속 얻으려고 하는 거고, 힘들다고 자꾸 이야기해서 위로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마이너스를 줄이려고 하는 노력이거든요.

심리학자 히긴스가 한 이야기인데, 이 두 가지가 극과 극으로 통해요. 둘 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에요.

[앵커]
이런 답정너가 판을 치니까 일전에 ‘답정너 퇴치법’이라는 온라인 글이 유행하곤 했었습니다.

이처럼, '답정너' 유형에는 '무시'가 답이다-라는 말 정말일까요?

[인터뷰]
사람은 스스로 잘난 멋에 산다는 말이 있는데 답정너 유형에 굳이 무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만약에 '나 살쪘어?'라고 물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한데요. 대화반응에는 크게 3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요.

먼저 동감하면서도 '잘 모르겠는데..'라며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이렇게 하면 계속 같은 이야기를 물어봐요.

[앵커]
완전히 "아니야"라고 할 때 까지요?

[인터뷰]
네, 그게 듣고 싶은 것일 테니까요.

다음은 공격적인 반응입니다. '너 살쪘어, 너 밤마다 야식 먹지? 11시에 뭐 먹었어?' 이렇게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관계가 상당히 악화되겠죠?

보다 자기주장적인 반응이 어떤 것이 있냐면 '조심스러운 문제지만 가까운 친구니까 이야기할게. 조금 체중이 늘어난 것 같아.' 라거나 "전혀 모르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어?"하고 자기주장적인 반응이 좋은 결과를 낳을 때가 있습니다.

[앵커]
주위 사람의 대처도 중요하겠지만, 본인 스스로가 답정너 유형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다른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인터뷰]
관계가 상호적인 거잖아요.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요. 내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하게 되면 상대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하거든요. 내가 답정너로 대하면 돌아오는 대답도 답정너로 돌아올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니까 관계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요. 허물없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기억하세요!

[앵커]
정말 진정한 친구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내게 따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 답정너 대처법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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