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존하려 2억 낸 남편의 집념..26년 전 살인 사건 범인 잡혔다

현장 보존하려 2억 낸 남편의 집념..26년 전 살인 사건 범인 잡혔다

2025.11.03.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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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존하려 2억 낸 남편의 집념..26년 전 살인 사건 범인 잡혔다
타카바 나미코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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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미제 살인사건 가운데 하나였던 '나고야 주부 살해 사건' 용의자가 26년 만에 체포됐다.

지난달 31일 일본 현지 언론들은 '나고야 주부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남편의 동창생인 야스후쿠 쿠미코(69)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9년 11월 13일, 일본 나고야시 니시구에 살던 타카바 나미코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나미코의 시신 옆에 2살 아들 고헤이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어 일본인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범인은 아기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다. 나미코의 남편 타카바 사토루는 사건 당시 외출 중이었다.

현장에 남은 가해자의 혈흔과 목격담 등을 통해 가해자가 여성이고 손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지만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이후 남편 사토루는 현장을 보존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이사를 하고서도 26년 동안 사건 현장의 월세를 내면서 버텨왔다. 지금까지 그가 월세로 지불한 총액은 2천만 엔(약 1억 9천만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살인 사건의 공소 시효를 없애기 위해 위해 장기 미제 사건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의 모임(하늘의 모임)'을 만들었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2010년 4월 살인죄 공소 시효를 철폐하는 데 일조했다.

용의자 야스후쿠는 지난 여름 재수사를 시작한 아이치현 경찰이 용의자 후보를 찾는 과정에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로,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생이었다. 야스후쿠는 경찰의 DNA 제출 요구에 여러 차례 거부하다 최근 응했으며, 지난달 30일 경찰에 자수해 범행을 인정했다. 야스후쿠의 혈흔은 26년 전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남편 사토루는 용의자가 자신의 동창생이라고 하자 "졸업 후 교류가 없었다"라며 "깜짝 놀랐다. 아직 얼떨떨하지만 (범인을 잡아) 조금 마음이 놓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방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26년 동안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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