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미 대신 러와 밀착...러 무기 은밀히 수입"

"베트남, 미 대신 러와 밀착...러 무기 은밀히 수입"

2025.10.28.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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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산 무기 도입을 추진하던 베트남 정부가 최근 러시아산 무기를 은밀히 들여오는 등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현지시간 28일 진단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무역 문제 등으로 베트남을 소외시키자 반발한 베트남이 전통적 동맹인 러시아 쪽으로 다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킹 등으로 유출돼 NYT에 입수된 러시아 군수업체 문서들에 따르면 베트남은 러시아산 수호이(Su)-35 전투기용 전자전 시스템 9대를 약 1억9천만 달러(약 2천730억 원)에 올해 러시아로부터 인도받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트남에는 아직 Su-35 전투기가 없지만, 이 계약으로 인해 Su-35 전투기 구매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베트남 측 관계자는 베트남이 Su-35·Su-30 전투기 40대를 포함한 80억 달러(약 11조5천억 원) 규모의 방위 장비·물자 도입 계약을 러시아 측과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자체 전쟁 물자 문제 등으로 인해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아울러 유출된 문서에는 베트남이 러시아제 신형 대잠수함 헬기, 잠수함용 첨단 잠망경을 찾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공군의 부 홍 선 사령관(소장)은 최근 훈련기·전투기·미사일 시스템·대공포·차세대 레이더 시스템 등 주요 방위 장비 구매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들 장비가 어느 나라 제품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이 같은 무기 도입은 지난 수년 동안 베트남이 체결한 최대 규모의 국방 관련 주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했습니다.

베트남은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를 피하기 위해 양국 합작 석유·가스 사업 등을 통해 구매 대금을 우회 지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설명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산 무기에 의존해온 베트남은 지난 수년간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무기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두 나라는 2023년 10월 조 바이든 당시 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미국산 F-16 전투기, C-130 수송기 등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런 거래가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베트남과 러시아의 관계가 다시 활성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990년대부터 지속해온 미국과 베트남의 화해 추세를 역전시키면서 러시아와 밀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46% 상호관세 부과 통보, 베트남의 유망 산업인 가구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 대외 원조 삭감 등으로 베트남 측의 좌절감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대의 베트남 등 안보 전문가인 응우옌 테 프엉은 "트럼프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에 매우 회의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면서 "무역 문제만이 아니라 그(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을 읽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하고,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이달 초순 베트남 지도자로서 18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는 등 베트남은 중국·북한과도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모든 주요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동남아 민주주의 국가 관리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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