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중남미 국가 최초 안락사 합법화...조력 사망·미성년자 불가

우루과이가 중남미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했습니다.

우루과이 언론들은 현지시간 15일 상원의원 31명 가운데 20명이 안락사 비범죄화 법안 시행에 찬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8월 압도적 표 차로 하원을 통과했으며 우루과이 정부는 조만간 이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앞서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안락사는 범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적이 있지만, 안락사를 법적으로 허용한 것은 중남미 국가 가운데 우루과이가 처음입니다.

카롤리나 코세 우루과이 부통령은 법안 통과 뒤 "우루과이를 매우 인간적이고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데 앞장서게 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우루과이에서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전문가가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1년 이내의 기대 수명을 진단받은 환자에게만 안락사를 허용하는 미국·호주·뉴질랜드와 달리 기대 수명 요건에 따른 제한도 없습니다.

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불치병 환자는 말기 진단을 받지 않아도 안락사가 허용됩니다.

다만 환자 스스로 치사량의 약물을 투여하는 이른바 '적극적 안락사', 조력 사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는 벨기에, 네덜란드와 달리 우루과이는 미성년자 안락사는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중남미는 가톨릭 신자가 많아 낙태·안락사·조력 사망 등의 생명 존엄 문제에 있어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지역이지만, 우루과이는 가장 개방적인 문화를 지닌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실제 우루과이는 2012년에는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이듬해에는 동성 결혼도 허용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기호용 대마초도 합법화했습니다.

가톨릭 색채도 다른 중남미 국가들보다 약해 취임 선서에서 신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고, 크리스마스도 '가정의 날'로 불립니다.


YTN 김선중 (kimsj@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