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은 '트럼프 치어리더'?...가자 정상회담까지 쫓아다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사마다 기웃거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조반니 빈첸초 인판티노(55) FIFA 회장은 이달 13일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에서 시선을 끌었습니다.

왜 왔느냐는 게 이유였습니다.

회담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당사국 정상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참석자 중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정치적 역할이 없었습니다.

전쟁으로 초토화한 가자지구가 종전 후 재건될 때 축구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참석 명분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고 했기 때문에 왔다는 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 부각됐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을 '축구의 왕'으로 부르며 집권 1기부터 각종 행사에 들러리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주최한 세계경제포럼 만찬에 동석했습니다.

그는 같은 해 미국 워싱턴DC로 건너가 이스라엘과 소수 아랍국의 관계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에도 참석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재집권한 이후에는 백악관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이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2026년 월드컵 본선을 유치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자택인 트럼프 타워에 FIFA 사무실을 들였습니다.

이달 초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언행이 점점 치어리더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NYT는 인판티노 회장이 현란한 찬사의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최측근 같은 관심과 접근권을 얻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판티노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밀착을 두고 FIFA 내부에서는 부적절한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FIFA는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유지해야 할 가치로 표방하며 축구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NYT는 FIFA 집행부 구성원들과 임원들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정치 중립성을 위반할 위험에 대한 우려를 사적으로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FIFA의 정치 중립성은 당장 이스라엘축구협회의 FIFA 규정 위반에 대한 심리에서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불법 점거한 팔레스타인 내 정착촌에 있는 클럽을 이스라엘 축구리그에 출전시켜 영토 규정을 위반한 정황이 있습니다.

FIFA가 트럼프 대통령이 비호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와 제재를 단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나돕니다.

인권단체 페어스웨어의 닉 매기헌 소장은 "인판티노 회장은 FIFA가 옹호하고 법적으로 지켜가야 할 정치적 중립성을 시늉조차 포기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인판티노 회장의 언행 때문에 FIFA가 집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우군으로 포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시애틀의 월드컵 본선 유치를 저지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말하면 개최도시 변경이 손쉽게 강행될 것이라는 말까지 공식 기자회견에서 버젓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안팎의 우려에도 행동을 바꿀 의향이 없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FIFA 대변인은 세계 지도자들이 갈 수 있는 곳에 인판티노 회장이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본선 개최국 정상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캐나다, 멕시코 정상은 훨씬 덜 만나고 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