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아르헨티나 통화 스와프는 일종의 사기"..."미국 투자자 지원책"

폴 크루그먼 "아르헨티나 통화 스와프는 일종의 사기"..."미국 투자자 지원책"

2025.10.11. 오전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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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환보유고 고갈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구매한 것과 관련, 미국 부유층 펀드 매니저들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개인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전략적 가치도 없고, 부패·정치 불안·재정난·디폴트(국가 채무불이행)로 악명높은 아르헨티나의 극우 정부에 통화 스와프로 200억 달러(28조 원)를 쏟아붓는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이후 3번이나 디폴트에 빠졌고, 총 9번이나 채무를 지키지 않았으며, 미국이 200억 달러를 빌려준다고 해도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전략을 구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이 직접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확인한 2001년 태환 정책(Convertibility Plan) 실패를 상기하면서, 밀레이 정부의 전략과 비슷했던 그 플랜은 결국 1,320억 달러의 채무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의 전적에도 불구하고 2024년 헤지펀드들은 '이번엔 다르다'며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구워삶은' 밀레이에 대대적으로 베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밀레이가 10월 중간선거에서 대패할 것이 확실해지자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 자산을 대거 매도하기 시작했고, 결국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아르헨티나와의 2백억 달러 통화스와프에 대해 언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현지 시간 9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백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크루그먼은 이건 경제학자 매슈 클라인의 말처럼 일종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 재무부 같은 외부 기관이 아르헨티나에 차관을 제공하면 그 돈은 즉시 국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미국 납세자의 돈이 페소 가치를 떠받치고 그 덕분에 헤지펀드들이 고평가된 가격에 자산을 팔아치운 뒤 탈출하는 구조로, 결국 미국 세금으로 헤지펀드들의 탈출을 지원해 주는 셈이라는 겁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베선트 재무장관에게 밀레이 지원을 설득한 사람 중 오랜 친구이자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롭 시트론이 있으며, 그는 베선트 장관의 발표 직전 아르헨티나 자산을 대거 사들였다며, 결국 이번 2백억 달러 구제금융으로 시트론은 돈을 챙기고 도망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뉴욕타임스(NYT)는 비평가들이 이번 아르헨티나 지원에 대해, 미국 농부들이 중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 정부가 셧다운인 상태에서 부유한 펀드매니저에서 혜택을 주는 조치라고 비판했다고 9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베선트 장관이 이번 지원은 아르헨티나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트럼프 정부가 중남미의 동맹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으나, 이번 구제금융 결정은 실제 목적이 아르헨티나에 투자한 부유층 투자자들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의 친구들이 이끄는 주요 헤지펀드들이 아르헨티나 구제금융으로 금전적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 논란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바로 스탠리 프리먼 드러켄밀러와 디스커버리 펀드 CEO인 롭 시트론이며, 둘 다 아르헨티나 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트론은 아르헨티나를 지원하는 게 아르헨티나가 중국의 영향력에 빠지는 것을 막는 전략적 조치이며 "우리는 아르헨티나에 돈을 주는 게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베선트 장관에게 아르헨티나에 대한 지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YTN 유투권 (r2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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