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북한과 동독은 달라...흡수통일 원하지 않아"

정동영 "북한과 동독은 달라...흡수통일 원하지 않아"

2025.09.30. 오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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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의심하는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길이 아니라며 통일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정 장관이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국제한반도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정치적 실체가 있는 국가고 동독과 북한은 조건과 성격이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정 장관은 "독일은 사실상 소련의 위성국가였고 냉전 해체기에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며 "현실적으로 한반도에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장관은 "지금은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시간이며 적대 아닌 평화로의 전환이 이뤄질 때 평화와 접촉, 교류 재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반도의 갑작스런 통일을 기대하거나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냉전 시절 서독의 동방정책을 언급하며 "분단 80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적대적 관계로 추락한 한반도에서 해야 할 일은 우선 만나서 평화공존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한반도는 과거 강대국들의 임시적이고 편의적인 결정에 따라 정해진 적대적 분단의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길을 개척할 용기를 가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국가론'과 관련해서는 전례 없는 제안이 아니고 우리 정부가 3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고 지향해온 과제라며 "대한민국이 먼저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장관은 동독과 서독이 국경 불가침을 확인하고 국제무대에서 독립성 보장을 약속한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분단 극복의 기반의 하나로 들면서 두 독일 체제를 고착화하지 않고 교류협력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서독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이 동독에 투자해 생산한 엔진을 다시 서독으로 들여온 사례를 들어 "꾸준히 이어진 경제교류의 성과가 통일 이후 지역간 경제격차를 줄여나가는 바탕이 됐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원효대사의 '불일부이(不一不二)' 사상이 한반도의 현실과 미래를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며 "지금은 하나 아닌 둘이지만 미래에는 둘이 아닌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YTN 권준기 (j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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