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키멀 쇼 재개"...'언론 자유' 논란에 백기

디즈니 "키멀 쇼 재개"...'언론 자유' 논란에 백기

2025.09.23.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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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된 미국 우파 진영 청년 활동가와 관련한 비판적 발언 이후 중단됐던 미국 ABC방송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재개됩니다.

미국을 발칵 뒤집은 언론 자유 논란이 가라앉을지 주목됩니다.

ABC방송의 모회사 디즈니는 현지시간 22일 "최근 며칠간 지미 키멀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 이후 23일에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결정에 이르렀다"고 방송 재개 사실을 알렸습니다.

방송을 중단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진행자 키멀의) 일부 발언이 시기상 적절하지 않아 사려가 부족한 것으로 느꼈다"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 경영진은 방송이 중단된 직후부터 키멀과 복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데이나 월든 공동대표도 키멀과 직접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했다고 합니다.

결국 키멀과 디즈니 고위 인사들이 이날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방송 재개를 위한 해결 방안이 도출됐습니다.

이에 따라 ABC방송이 17일 '무기한' 중단했던 키멀의 토크쇼가 1주일 만에 다시 시청자를 찾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23일 재개되는 토크쇼에서 키멀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키멀이 이번 논란을 다룰 방식과 관련해 디즈니 수뇌부와 모종의 합의를 했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고 WSJ는 덧붙였습니다.

미국 보수 지지층을 발끈하게 한 키멀의 발언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나왔습니다.

키멀은 당시 대학 캠퍼스에서의 정치 행사 도중 피격 살해된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과 관련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및 지지층) 패거리는 찰리 커크를 살해한 녀석이 자기들 중 하나는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거기서 뭐라도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커크를 추모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금붕어를 잃은 4살 아이"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미국 방송통신분야 규제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장이 즉각 ABC방송의 면허 취소를 거론하며, 방송 취소를 압박했습니다.

ABC의 산하 방송국 60여 개를 소유·운영하는 미디어그룹 넥스타와 싱클레어가 먼저 방송 중단을 선언했고, 결국 ABC도 '무기한' 키멀의 토크쇼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ABC는 당시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 키멀과 논의한 이후에 방송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키멀이 계획하던 발언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프로그램 제작진의 안전까지 고려해 방송을 중단했다는 것입니다.

방송이 중단되자, 그동안 키멀과 서로 여러 차례 날 선 비판을 주고받았던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나서 "희소식"이라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곧 표현의 자유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비판 발언을 이유로 프로그램 방송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크게 훼손한다는 주장이 잇따랐습니다.

정치권뿐 아니라 방송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시청률을 두고 키멀과 경쟁하던 다른 유명 심야 토크쇼 진행자들도 키멀의 편에 섰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 팝스타들도 직접 나서 방송 중단을 압박한 트럼프 행정부와 그 압박에 굴복해 방송 중단을 선언한 ABC방송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날 공개 서한에서 키멀쇼 중단에 대해 "우리나라 언론 자유의 암흑기"라며 "예술가, 언론인, 기업의 발언에 보복하는 지도자들의 행태는 '자유 국가'에 산다는 것의 핵심을 타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서한에는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 메릴 스트립, 내털리 포트먼, 로버트 드 니로, 숀 펜, 호아킨 피닉스, 브라이언 크랜스턴, 제니퍼 애니스턴, 주이 디샤넬 뿐 아니라 아리아나 그란데, 올리비아 로드리고, 셰릴 크로 등 팝 가수 등을 포함한 월드스타 약 400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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