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스파이' 혐의 남성 교수형 집행...인권단체 반발

이란 '이스라엘 스파이' 혐의 남성 교수형 집행...인권단체 반발

2025.09.17. 오후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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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이 현지시간 16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한 남성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인권 단체 등은 강요에 의한 거짓 자백을 근거로 불공정한 판결을 하고 사형까지 집행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은 "시오니스트 정권에 협조하는 간첩 활동을 하고 이 정권과 연계된 개인들과 정보를 교환한 '모사드 스파이' 바박 샤흐바지에게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교수형이 집행됐다"고 밝혔습니다.

시오니스트 정권이라는 표현은 통상 이란이 이스라엘을 지칭할 때 쓰입니다.

전문 냉각장치 설계·설비업자로 자국 주요 데이터센터의 위치, 구조, 특징을 잘 알던 샤흐바지가 거액의 현금 또는 암호화폐, 본인과 가족의 미국 영주권 등을 대가로 이스라엘에 중요 정보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것이 이란 당국의 판단입니다.

이란 사법부는 법률에 따라 샤흐바지의 변호사가 대동한 가운데 이 사건을 심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사의 상소로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도 상소를 기각하면서 사형이 그대로 확정됐다고 미잔통신은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날 오전 샤흐바지는 형장의 이슬이 됐습니다.

인권단체는 증거 조작과 진술 강요 등이 있었다며 반발합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이란의 인권 침해 사건 등을 보도하는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샤흐바지의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을 근거로 샤흐바지가 범행을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서에 서명하는 경우 사형을 3년형으로 줄여주겠다는 당국의 회유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샤흐바지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저항하자, 오히려 하지도 않은 말을 끼워 넣은 진술서가 법원에 제출됐고, 법원은 이 진술서를 근거로 사형을 선고했다고 매체는 덧붙였습니다.

또 샤흐바지는 구금되기 전인 2022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란제 드론과 관련한 도움을 주겠다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란 당국은 샤흐바지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이 편지의 수신자를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 조작했다고 이란인터내셔널은 전했습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특히 샤흐바지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의 아볼가셈 살라바티 판사가 불공정한 재판 진행과 자백 강요 등을 이유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6월 이스라엘과 '12일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은 이후 현재까지 8명에게 간첩 혐의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이란의 인권 활동가들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 정부가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반대 여론 등을 억제하려는 가운데 사형 집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9월 중순에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이란 전역에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YTN 한상옥 (hanso@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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