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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현지 시간 23일 실시된 원전 재가동 국민투표가 법정 요건 미달로 부결된 가운데 투표자의 74%가 재가동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탈원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력수요 급증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수년 전만 해도 탈원전에 찬성했던 여론이 바뀌었음이 이번 국민투표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탈원전을 밀어붙였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도 "첨단 핵에너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한 발 물러섰습니다.
타이완 중앙선거위원회와 중앙통신사(CNA) 따르면 현지 시간 23일 야당 의원에 대한 2차 파면(국민소환) 투표와 함께 치러진 타이완 원전 3호기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재가동 찬성이 434만여 표(74.2%)로 반대 151만여 표(25.8%)의 거의 3배에 달했습니다.
이번 국민투표는 타이완의 마지막 남은 원전이자 지난 5월 상업 운전면허가 만료된 남부 핑둥현 헝춘의 제3 원전인 마안산 발전소의 재가동에 대한 찬반을 물었습니다.
찬성표가 국민투표 가결 요건인 전체 등록 유권자 수의 25%(500만532표)에 미치지 못해 안건 자체는 부결됐습니다.
이날 투표율은 29.5%로 매우 낮았습니다.
안건 자체가 부결됐음에도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탈원전에 대한 여론의 반전을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타이완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1년 국민투표 때는 완공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봉인한 제4원전의 가동 여부를 포함해 4개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는데 재가동 반대가 42만여 표(52.8%)로 찬성(38만여 표, 47.2%)보다 45만 표 이상 많았습니다.
이 같은 여론의 변화에는 최근 수년 사이 달라진 타이완의 에너지 안보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안산 원전 가동 중단으로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 탈원전 국가가 된 타이완은 수입 천연가스와 석탄,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CNA는 타이완전력공사 자료를 인용해 타이완의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천연가스(47.2%), 석탄(31.1%), 석유(1.4%)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79.7%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9%에 그칩니다.
이런 가운데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이 지난해 취임한 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이러한 에너지 믹스가 중국의 타이완 공격 시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중국의 타이완 봉쇄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면서 "에너지는 타이완이 버티는 데에서 가장 취약한 요소로 타이완은 이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전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이완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인 AI 붐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전보다 불안해진 전력 수급도 원전 필요성을 다시 부각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타이완 전력 생산량의 10% 안팎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6월 타이완에서 한 연설에서 "타이완은 원전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발언입니다.
황 CEO는 국민투표 전날인 22일에도 타이완을 방문해 "(타이완에서) 모든 형태의 에너지가 모색되기를 바란다"며 원전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이번 국민투표에 앞서 반대표를 던지자고 촉구했으나 투표 결과가 나오자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라이 총통은 "에너지 다원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정부는 확실한 원자력 안전·핵폐기물 해결·사회적 합의라는 3대 원칙을 고수할 것이며, 따라서 미래에 기술이 더 안전해지고 핵폐기물이 더 적어지며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진다면 정부는 선진 핵에너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원전이 재가동되려면 지난 5월 개정된 핵시설관리법에 따라 핵안전위원회에서 안전성 검토과정에 대한 지침을 수립하고, 대만전력에서 그에 따라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등 "두 가지 필수 사항"을 요구한다면서 핵안전위원회와 대만전력 모두에 이를 이행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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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관련 전력수요 급증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수년 전만 해도 탈원전에 찬성했던 여론이 바뀌었음이 이번 국민투표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탈원전을 밀어붙였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도 "첨단 핵에너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한 발 물러섰습니다.
타이완 중앙선거위원회와 중앙통신사(CNA) 따르면 현지 시간 23일 야당 의원에 대한 2차 파면(국민소환) 투표와 함께 치러진 타이완 원전 3호기 재가동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재가동 찬성이 434만여 표(74.2%)로 반대 151만여 표(25.8%)의 거의 3배에 달했습니다.
이번 국민투표는 타이완의 마지막 남은 원전이자 지난 5월 상업 운전면허가 만료된 남부 핑둥현 헝춘의 제3 원전인 마안산 발전소의 재가동에 대한 찬반을 물었습니다.
찬성표가 국민투표 가결 요건인 전체 등록 유권자 수의 25%(500만532표)에 미치지 못해 안건 자체는 부결됐습니다.
이날 투표율은 29.5%로 매우 낮았습니다.
안건 자체가 부결됐음에도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탈원전에 대한 여론의 반전을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타이완 에너지 정책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1년 국민투표 때는 완공 상태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봉인한 제4원전의 가동 여부를 포함해 4개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는데 재가동 반대가 42만여 표(52.8%)로 찬성(38만여 표, 47.2%)보다 45만 표 이상 많았습니다.
이 같은 여론의 변화에는 최근 수년 사이 달라진 타이완의 에너지 안보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안산 원전 가동 중단으로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 탈원전 국가가 된 타이완은 수입 천연가스와 석탄,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CNA는 타이완전력공사 자료를 인용해 타이완의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천연가스(47.2%), 석탄(31.1%), 석유(1.4%)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79.7%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1.9%에 그칩니다.
이런 가운데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이 지난해 취임한 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이러한 에너지 믹스가 중국의 타이완 공격 시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중국의 타이완 봉쇄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면서 "에너지는 타이완이 버티는 데에서 가장 취약한 요소로 타이완은 이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고 전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타이완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전 세계적인 AI 붐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전보다 불안해진 전력 수급도 원전 필요성을 다시 부각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타이완 전력 생산량의 10% 안팎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SMC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6월 타이완에서 한 연설에서 "타이완은 원전에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발언입니다.
황 CEO는 국민투표 전날인 22일에도 타이완을 방문해 "(타이완에서) 모든 형태의 에너지가 모색되기를 바란다"며 원전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이번 국민투표에 앞서 반대표를 던지자고 촉구했으나 투표 결과가 나오자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라이 총통은 "에너지 다원화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정부는 확실한 원자력 안전·핵폐기물 해결·사회적 합의라는 3대 원칙을 고수할 것이며, 따라서 미래에 기술이 더 안전해지고 핵폐기물이 더 적어지며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진다면 정부는 선진 핵에너지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원전이 재가동되려면 지난 5월 개정된 핵시설관리법에 따라 핵안전위원회에서 안전성 검토과정에 대한 지침을 수립하고, 대만전력에서 그에 따라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등 "두 가지 필수 사항"을 요구한다면서 핵안전위원회와 대만전력 모두에 이를 이행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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