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주민 ⅓ 며칠째 굶어"...유엔 "9만 명 사망 위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구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지시간 25일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WFP는 가자지구 인구 중 47만 명이 통합식량안보단계 분류(IPC) 5단계 중 최상위인 5단계 '기근'에 준하는 굶주림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 9만 명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수준입니다.

WFP는 "즉각적 조치가 없을 경우 더 많은 생명이 중대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대규모의 식량 구호 확대만이 가자지구를 집어삼키고 있는 이 기아 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식품 가격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현지에서는 외부에서 반입되는 구호물자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기아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는 이번 주 들어서 더 가파른 속도로 악화했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영양실조로 9명이 사망했고,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기아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122명으로 늘었다고 가자 보건당국이 밝혔습니다.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외부 구호물자를 통제하고 있는 이스라엘 측은 그러나 구호물자 반입에는 제한이 없다면서 기아 사태의 책임이 하마스 측에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앞서 이날 가자지구로 향하는 국제기구의 인도주의 구호품 반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가 항공기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투하하는 작업을 재개하는 것을 허용하고, 한동안 문을 닫았던 가자지구 북부의 국경검문소도 다시 개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이스라엘 측에 가자지구 구호물자 반입을 보다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운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WFP는 "북부, 중부, 남부 국경을 통해 하루 최소 100대의 구호 트럭이 지속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면서 안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서는 지속적 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WFP가 가자지구 일대에 당장 보급할 수 있는 현지 비축 비상식량은 17만 톤에 이릅니다.

이는 가자지구 전체인구 210만 명을 3개월간 먹일 수 있는 분량이라고 WFP는 밝혔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