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중독 사태' 알고 보니 유치원 원장이 지시…SNS 사진 보니

'납중독 사태' 알고 보니 유치원 원장이 지시…SNS 사진 보니

2025.07.21. 오후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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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중독 사태' 알고 보니 유치원 원장이 지시…SNS 사진 보니
중국서 납중독 의심으로 치아 일부가 검게 변한 유치원생(왼쪽)과 '집단 납중독' 中 유치원 급식 조리 장면(오른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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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서북부 간쑤성 톈수이시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 200여 명이 집단 납중독에 걸린 가운데, 해당 유치원 원장이 원아 모집 경쟁을 높이기 위해 조리사들에게 공업용 색소, 즉 '섭취 불가' 표시가 명확히 된 물감을 음식에 넣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시각 21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허스페이신 유치원의 조리사 허 모 씨는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노란색(1,200g), 빨간색(1,000g), 녹색(900g)의 공업용 안료를 구매했다.

허 씨와 함께 조리를 맡은 뉴 모 씨, 원 모 씨 등은 해당 물감이 식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밀가루 반죽에 섞어 '옥수수롤 소시지빵'과 '삼색 대추 찐빵' 등 유치원 급식에 사용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사건 발생 직전까지 월평균 6회에 걸쳐 이 같은 행위를 반복했고, 급식은 유치원생은 물론 교직원에게도 제공됐다.

공안부 감정센터가 급식 샘플을 분석한 결과, 옥수수롤 소시지빵과 삼색 대추 찐빵에서 각각 1,340㎎/㎏, 1,052㎎/㎏의 납이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를 현저히 초과한 수치다.

조사 결과, 주 모 원장은 음식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색감을 강조해 유치원의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런 일을 기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 원장은 유치원 투자자 리 모 씨 등과 상의해 공업용 물감 사용에 동의를 얻은 뒤, 조리사들에게 사진 촬영까지 지시해 위챗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급식을 적극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납중독' 유치원 급식 사진 ⓒ 연합뉴스

주 원장도 이 음식들을 직접 섭취했고, 그의 혈액 검사 결과 혈중 납 농도는 169.3㎍/ℓ에 달했다.

중국 당국이 정한 어린이 기준 정상 혈중 납 농도는 100㎍/ℓ 이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으로는 50㎍/ℓ만 넘어도 납중독으로 본다.

납중독은 특히 어린이에게 심각한 건강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와 중추신경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하며, 인지력 저하, 주의력 결핍, 성장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공안은 주 모 원장과 투자자 리 모 씨, 조리사 허 모 씨 등 관계자들을 '유독·유해 식품 생산죄'로 체포하고,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납중독의 원인이 외부 환경 오염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치원 인근 대기, 지하수, 토양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했으나, 환경 품질 기준을 모두 충족했으며 납 오염은 발견되지 않았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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