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비닐봉지 없앴다…'플라스틱 먹는 애벌레' 해결사 될까

하루 만에 비닐봉지 없앴다…'플라스틱 먹는 애벌레' 해결사 될까

2025.07.11. 오후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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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비닐봉지 없앴다…'플라스틱 먹는 애벌레' 해결사 될까
비닐(플라스틱)을 먹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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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섭취한 애벌레가 이를 체내에서 분해해 지방으로 전환, 저장하는 생태적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Science X Network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언 캐손 캐나다 브랜던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Galleria mellonella)의 애벌레인 '왁스웜(waxworm)'이 플라스틱을 대사 작용으로 분해해 지방으로 축적하는 과정을 밝혀냈다고 8일(현지시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왁스웜은 자연 상태에서 벌집의 밀랍을 먹고 사는 생물로, 폴리에틸렌(PE)과 같은 고분자 물질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비닐(플라스틱) 씹고 있는 애벌레 /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기사 캡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약 2,000마리의 왁스웜이 무게 0.5g짜리 폴리에틸렌 비닐봉지 한 장을 단 24시간 만에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 주목할 점은 왁스웜이 플라스틱을 단순히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대사 작용을 통해 지방산으로 전환하고 체내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체 분석, 생리학적 추적, 화학 조성 분석 등을 통해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 경로와 화학적 변화를 상세히 규명했다.

캐손 교수는 "이는 사람이 과도한 포화지방이나 불포화지방을 섭취했을 때 체지방으로 저장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며 "왁스웜은 플라스틱에서 얻은 지방을 에너지로 쓰지 않고 그대로 축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플라스틱만 먹은 왁스웜은 며칠 내로 폐사하고 체중도 급격히 줄었다. 영양 불균형 상태에선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연구팀은 당류 등의 보조 영양소를 함께 제공하면 생존력과 분해 효율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실용적인 응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첫째, 당류 등과 함께 플라스틱을 급여하며 왁스웜을 대량 사육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물학적으로 분해하는 동시에 순환경제 내에서 왁스웜을 자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경제적 이점이 있다. 둘째는 왁스웜의 장내 미생물이나 효소를 추출해 실험실 또는 공장 등에서 별도의 생물 없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생명공학적 기술 개발이다.

연구진은 왁스웜이 고단백 생물체로서 양식업용 사료 등으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예비 실험에 따르면 상업용 식용 어류에 적합한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가운데 왁스웜은 자연 상태에서 밀랍을 먹기 때문에 꿀벌 군집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대규모 사육 시 생태계 균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을 생물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해법'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YTN digital 류청희 (chee09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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