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임금피크제, 고용 유발보다 노인 빈곤 초래"

"한국 임금피크제, 고용 유발보다 노인 빈곤 초래"

2025.07.10.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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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을 유발하기보다 노인 빈곤을 초래하고 있다는 국제인권단체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공공·민간 부문 42∼72세 근로자 34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토대로 연령 기반 고용법과 관련 정책이 고령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진단했습니다.

HRW는 한국 고령 근로자를 차별하는 법과 정책으로 ▲ 정년 만 60세 의무화 ▲ 임금피크제 ▲ 재취업 프로그램 등을 꼽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용법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수백만 명이 60세에 퇴직하도록 강제하며, 은퇴에 앞서 이들의 임금을 최대 절반까지 삭감합니다.

기업은 정년퇴직 연령 설정 여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95%는 60세를 선택했습니다.

보험사 직원 A씨의 경우 23세부터 30년 넘게 회사에서 일하며 지점장으로 승진도 했습니다.

그러나 환갑이 가까워지면서 그의 임금은 체계적으로 깎이기 시작했습니다.

임금피크제에 따라 56세에 임금이 20% 삭감됐고, 그 이후 매년 10%씩 더 깎였습니다.

60세 은퇴를 앞둔 내년에는 업무량과 근무 시간은 동일해도 55세 때 벌어들인 임금의 52%만 받습니다.

A씨는 이 같은 연령 기반 임금 체계를 두고 "정당화할 수 없는 차별"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초 임금피크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해 절감한 비용을 젊은 직원 고용에 활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이 한국이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고 HRW는 지적했습니다.

한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38%가 빈곤선에 못 미치는 생활을 합니다.

또 60세 이상 근로자는 젊은 동료보다 평균 29% 적은 임금을 받으며, 이들의 70%는 고용 상태가 불안정합니다.

또 재취업 프로그램은 이들을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며, 취약한 사회보장제도가 이를 악화하고 있다고 HRW는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HRW의 브리짓 슬립 연구원은 "고령의 근로자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본업에서 계속 일할 기회를 잃고, 급여를 적게 받으며,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에 내몰리고 있다"며 "나이가 든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주는 불이익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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