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분담금 '먹튀' 인도네시아...타국 전투기 잇따라 도입 추진

KF-21 분담금 '먹튀' 인도네시아...타국 전투기 잇따라 도입 추진

2025.06.20. 오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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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선 분담금을 약 1조 원이나 깎은 인도네시아가 최근 들어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의 신형 전투기들을 도입하려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 11∼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박람회 'IDEX 2025' 기간에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인 칸(Kaan)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과거 TF-X로 불린 칸 전투기는 튀르키예가 미국에서 도입한 F-16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10년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8년 본격 양산될 예정입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이 계약은 약 100억 달러(약 13조7천억 원) 규모이며 향후 10년 동안 해당 전투기 생산과 인도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계획대로 되면 인도네시아는 튀르키예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를 처음 도입하는 나라가 됩니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프랑스산 최신예 라팔 전투기와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등을 추가로 도입하는 내용의 국방 협력 의향서(LOI)도 체결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카르타를 찾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난 뒤 공개됐습니다.

또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산 J-10 전투기 구매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앞서 지난 1월에는 인도와 4억5천만 달러(약 6천200억 원) 규모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도입 협상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프라보워 정부가 전임 정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무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안보·외교 싱크탱크 키로얀 파트너스의 국방분석가 칼 가딩 사유다는 "인프라와 경제 개발에 중점을 둔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과 달리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사력의 중요성을 강하게 믿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부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에도 참여한 인도네시아는 분담금과 기술이전 문제로 한국과는 최근까지 불협화음을 냈습니다.

애초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은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7천억 원이었으나 이후 1조6천억 원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기술을 덜 이전받겠다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한국이 받아들여 6천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 사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기술진이 KF-21 자료가 담긴 비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외부로 빼돌리려다가 적발돼 한국의 수사를 받게 되자 분담금 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분담금은 4천억 원 규모입니다.

남은 분담금의 최종 납부 기한은 협의 후 정해질 예정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몇 년 전부터 무기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말 '동티모르 사태'를 계기로 1999∼2005년 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을 금지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라보워 대통령은 과거 국방장관으로 재임한 5년 동안 공군과 해군의 첨단 무기 예산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호주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 연구원인 압둘 라흐만 야아콥은 이번 대규모 무기 도입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2019년 국방장관으로 재직한 시절부터 추진해온 무기 현대화 사업의 연장선이라며 "이 사업은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가 프라보워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전국 무상급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예산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무기 구입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프라보워 대통령의 무상급식 정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1월 해양경비대를 포함한 여러 부처의 예산 160억 달러(21조9천억 원)가 삭감됐다고 SCMP는 전했습니다.

야아콥은 인도네시아의 정치·국방 엘리트들이 무기 도입비에만 집중하고 부품비와 유지보수비는 무시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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