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응징' 선언했지만 손발 묶인 이란...'보복 카드' 많지 않다?

'가혹한 응징' 선언했지만 손발 묶인 이란...'보복 카드' 많지 않다?

2025.06.13. 오후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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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응징' 선언했지만 손발 묶인 이란...'보복 카드' 많지 않다?
이스라엘 공습 이후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진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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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으로 핵심 시설과 군 수뇌부를 잃은 이란이 "가혹한 응징"을 예고하며 대대적인 보복을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란이 택한 반격 수단은 탄도미사일이 아닌 드론이었습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과 서방 군사 전문가는 이 선택이 이란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은 공습 직후 약 100여 기의 드론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이스라엘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를 이란산 ‘샤히드-136’ 계열의 개량형 자폭 드론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드론들은 방공망을 교란하는 데 유리하긴 하지만 개별 타격력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주목되는 대목은, 이란이 왜 미사일이 아닌 드론을 선택했느냐는 점입니다. 이란은 사거리 2,000km에 달하는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전면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이 구축한 다층 방공망, 일명 '아이언돔'을 중심으로 한 방어체계가 "최소 5중 이상의 요격 구조로 구성돼 있어, 단순한 미사일 공격으로는 뚫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과거 사례에서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해 4월과 10월, 각각 '진실의 약속' 1·2 작전이라 명명한 직접 보복 작전을 통해 수백 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지만, 당시 대부분이 요격되면서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로이터>는 군사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번에도 미사일 사용을 자제한 이유는 “전략적 무력함을 노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판단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즉, 강한 메시지를 내는 와중에도 실제 전투 효용성에 있어선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입니다.

또한 이란이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보복 수단인 ‘대리세력’ 활용도 예전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조직들이 거론되지만, 등은 이들 대부분이 서방의 공습과 제재로 전력이 약화돼 있어, 이란의 지시 하에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지난해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내부 혼란을 겪고 있으며, 하마스 또한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의 집중 작전으로 조직력 대부분이 붕괴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란이 해상 공격이나 제3국 내 테러 시도 등 비대칭 전력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행위는 군사적 의미보다는 정치적 시위나 메시지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이란이 처한 보복 의지와 전략 현실 간의 간극'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기를 쥐고 있지만 제대로 쓸 수 없고, 대리세력은 있지만 동원할 힘이 부족한 상황, 그 사이에서 이란은 드론이라는 제한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혹한 응징"을 천명한 이란은 앞으로 추가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스라엘 또한 방공체계를 강화한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까지 예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이란이 감당할 수 있는 군사력은 제한적입니다. 외교적 입지도 넓지 않습니다. 그만큼 확전은 이란에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다음 수를 둘지, 중동을 감도는 불확실성은 전 세계를 일촉즉발의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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