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권력' vs '미래 권력'...LA 시위에 군 투입한 트럼프의 노림수?

'현재 권력' vs '미래 권력'...LA 시위에 군 투입한 트럼프의 노림수?

2025.06.10. 오후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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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한 시위가 격화되면서, 미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 사이의 갈등이 헌정 체계를 둘러싼 정치 대결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시위 진압 방식과 주방위군 동원을 둘러싼 이번 충돌은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주지사 간 ‘정치 전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LA 시위 사태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연방 차원에서 주방위군과 해병대 병력을 투입하는 강경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뉴섬 주지사는 대통령의 명령이 “주지사 권한을 침해한 불법적 조치”라며 즉각 반발했고, 주 법무장관과 함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헌법상 연방과 주 정부 간 권력 분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 정부의 무력 사용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대응은 트럼프가 의도한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다른 주들도 곧 같은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국가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미국 주방위군은 평상시에는 주지사 지휘하에 자연재해 대응이나 치안 유지 등 지역 임무를 수행하지만, 대통령은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근거로 전국적 폭동이나 내란 상황에서 이들을 연방군으로 전환해 투입할 수 있습니다. 1992년 LA 폭동 당시에도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H. W. 부시가 같은 법을 근거로 주방위군을 동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주지사의 동의를 무시하고 연방 개입을 강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타이틀 10’ 조항까지 근거로 들어 주방위군을 연방화했으며, 이는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주정부 동의 없이도 병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와 관련해 뉴섬 주지사와 LA 시장 캐런 배스가 불법 이민 단속을 방해하고 있다며, “내가 톰 호먼(국경정책 총괄 책임자)이라면 이들을 체포했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뉴섬을 ‘뉴스컴(Newscum)’이라 조롱하며, “이들은 나에게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컴’은 뉴섬(Newsom)의 철자를 바꿔 ‘더러운 쓰레기’를 뜻하는 ‘scum’을 붙인 비하 표현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정책 충돌을 넘어, 향후 대선을 겨냥한 전략적 힘겨루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LA 시위를 계기로 불법 이민 단속이라는 지지층 결집용 어젠다를 재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와의 갈등, 경제 불안 등 악재가 잇따랐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는 정치적 반전을 노릴 기회라는 것입니다.

반면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현직 주지사를 체포하겠다는 위협은 독재 정치의 전조”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트럼프의 부통령인 JD 밴스와 뉴섬 사이에서도 ‘미래 권력’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밴스는 뉴섬이 트럼프를 “권위주의적 인물”이라 비판하자 “당신 일이나 잘하라”고 응수했고, 뉴섬 역시 같은 표현으로 맞받아쳤습니다.

이처럼 LA 시위를 둘러싼 미 연방과 주정부의 충돌은 단순한 지역적 소요 사태를 넘어, 2028년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재 권력’ 트럼프와 ‘미래 권력’ 뉴섬이 있습니다.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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