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타코(TACO) 전략?...시진핑에게 먼저 전화한 이유[와이파일]

트럼프의 타코(TACO) 전략?...시진핑에게 먼저 전화한 이유[와이파일]

2025.06.10. 오전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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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타코(TACO) 전략?...시진핑에게 먼저 전화한 이유[와이파일]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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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선다.'

트럼프를 조롱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그의 협상 전략을 압축하는 단어입니다. 겉으로는 물러서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위협 후 후퇴, 그리고 실리 확보라는 계산된 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강경했던 트럼프가 시진핑 주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개월간 끊겼던 외교 채널을 트럼프가 직접 열었다는 점에서 의문이 커졌습니다. 왜 지금일까요?

해답은 희토류입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미사일, 반도체. 모든 첨단 기술의 핵심에 있는 건 바로 희토류, 그리고 전 세계 희토류의 약 90% 이상은 사실상 중국이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희토류 수출을 무기화한 중국의 대응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었고, 결국 트럼프는 다시 ‘TACO 모드’에 들어간 걸지도 모릅니다.

이제 무대는 관세 전쟁을 넘어, 공급망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선은 자원과 기술, 그리고 글로벌 질서의 근간까지 뻗어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항공엔진과 반도체 부품,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광물 수출을 제한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최고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강수를 뒀고, 중국은 이에 희토류라는 '핵심 자산'을 틀어쥐며 반격했습니다.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닙니다. 고성능 전자기기, 전기차 모터, 항공기 엔진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세계의 산업 구조를 뒷받칩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70%를 채굴하고, 90% 이상을 정제합니다. 즉, 중국의 손에 세계 제조업의 생명줄이 걸려 있는 셈입니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수십 년간 막대한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통해 채굴과 정제 능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여기에 느슨한 환경 규제와 낮은 인건비까지 더해져, 다른 나라들은 생산 비용 경쟁에서 밀려 점차 관련 산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몇 주 사이, 항공산업은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습니다. 항공기를 움직이는 제트엔진 기술과 이를 제어하는 항법 시스템은 주로 미국에서 개발됩니다. GE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미국 기업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이 보잉과 경쟁할 수 있는 자국 항공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GE의 엔진 기술에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트엔진은 중국 없이는 만들 수 없습니다. 고온에서도 매끄럽게 작동하도록 설계된 특수 코팅과 내열 부품에는 중국산 희토류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상호 의존 구조 속에서 미국은 자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포함된 제품에 대해 제3국 기업의 중국 수출까지 막는 '초국경적 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술, 반도체, 항공기 기술에 대한 수출 라이선스도 대거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 희토류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는 일은 매우 더디게 진행 중입니다. S&P에 따르면 미국이 광산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29년이 걸립니다.

희토류 부족은 이미 산업계에 현실적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포드자동차는 자석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시카고 공장을 일시 폐쇄했고, 방산 기업들도 희토류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 일정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희토류 확보를 위한 신규 광산 개발과 정제 설비 건설 계획에 착수했지만, 성과를 내려면 수년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먼저 전화했습니다. 공급망 전쟁이 실제로 미국 내부를 흔들고 있고, 트럼프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시점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희토류를 둘러싼 이번 충돌은 단지 자원 전쟁이 아닙니다. 양국 모두 산업 주도권, 기술 패권, 심지어 외교 질서 재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에 허가제를 도입하고, 일부 출하를 중단하며 미국 기업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동시에 유럽 기업에게는 선택적 우선권을 주며, 공급의 레버리지를 외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는 단어가 바로 TACO입니다. Trump Always Chickens Out — 트럼프가 압박을 가한 뒤, 전략적으로 후퇴한다는 의미의 조롱 섞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후퇴는 곧 협상 전환점이자 실리 획득의 신호탄이 되기도 합니다. 트럼프는 그 전략으로 과거 북한, 이란, 심지어 WTO 협상에서도 단기 성과를 얻어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면전을 준비하는 동시에, 외교적 통로도 다시 가동하고 있습니다. 5월 열린 제네바 회담에서 미국은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재개를 요구했고, 중국은 일부 비관세 보복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여전히 “중국이 약속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략을 "거래 중심적이지만 예측 불가능하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일본과 독일 등 미국 동맹국들은 백악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도 메시지가 엇갈린다며 혼선을 겪고 있고, 독일 총리는 자국 자동차 업계의 이해를 안고 트럼프를 직접 만났지만,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론 머스크 비난에 할애했습니다.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전면전의 전조가 되고 있습니다. 관세, 기술, 자원, 그리고 외교가 얽힌 복합 전쟁. 그 안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연 우리가 믿어온 글로벌 공급망은 위기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가?

한국 역시 이 전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등 우리 주력 산업이 모두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은 곧 한국 경제의 생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과 SK, 현대차가 중국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날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도 결국 이 전쟁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또다시 '뒤로 물러서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후퇴일지, 아니면 계산된 전술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이 전쟁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입니다.

*참고기사: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YTN digital 김재형 (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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