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할인으로 투표 독려하는 이탈리아, 효과는 글쎄?

교통비 할인으로 투표 독려하는 이탈리아, 효과는 글쎄?

2025.05.25. 오전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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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속적인 투표율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탈리아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투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습니다.

손종윤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상원과 하원의원 6백 명을 뽑는 이탈리아 총선은 우리와 달리 자신의 지역구에서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는 지난 2001년부터 선거 기간 동안 기차와 비행기 요금을 할인해주는 '투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부 출신 학생들이 북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 이탈리아 특성상 청년층의 원활한 투표를 유도하자는 취지입니다.

청년이 아니더라도 거주지와 투표지가 다른 유권자라면 누구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열차의 경우 선거일 전후로 20일 동안 최대 70%의 요금이 할인됩니다.

[마리아 / 이탈리아 로마 : 이 할인 제도를 잘 알고 있어요. 제가 타지에서 대학생이었을 때 투표하러 가려면 보통 이런 할인 기회를 이용해서 여행했거든요.]

[시모네 / 이탈리아 밀라노 : 많은 대학생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밀라노에 살다 보니 집세와 생활비가 굉장히 높거든요. (투표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와야 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20년 넘게 이어진 할인 혜택에도 투표율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감소해오던 이탈리아 총선 투표율은 지난 2022년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교통비 할인 혜택을 받은 유권자가 실제로 투표에 참여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입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요금 차액을 추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문 상황.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파울로 / 전 이탈리아 철도청 직원 : 이동 수단의 수요 측면에서 보면 투표일 전후 시기에 (기차) 예약 건수가 확연히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용자들이) 투표를 했는지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이동이 실제 투표 참여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투표를 위한 발걸음은 늘었지만, 그것이 실제 투표 참여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

'투표 인센티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YTN 월드 손종윤입니다.





YTN 손종윤 (bgy061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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