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팬데믹 맞설 협약 채택..."다음 위기엔 세계 함께 지킨다"

WHO, 팬데믹 맞설 협약 채택..."다음 위기엔 세계 함께 지킨다"

2025.05.20. 오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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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대유행이 다시 전 세계를 덮칠 때를 대비하는 '팬데믹 협약'이 정식 채택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들은 현지시간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팬데믹 협약 채택에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앞서 19일 이뤄진 투표에선 125개국이 찬성하고, 반대한 나라가 한 곳도 없는 가운데 폴란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이란 등 10개국만 기권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튿날인 20일은 표결 없이 의장이 전체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이의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타결이 시도됐고, 어느 나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협약이 공식 채택됐습니다.

3년간의 진통 끝에 채택된 이번 협약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재발할 경우 보호장비 조달을 상호 조율하고, 사람과 동물을 포괄하는 질병 감시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저소득 국가도 백신과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의학 기술을 이전할 길을 열어놓는 등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팬데믹에 대항할 의약품과 치료수단, 백신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예컨대 이번 협약에 참여하는 의약품 제조업체는 팬데믹 재발 시 자사가 생산하는 백신과 약, 진단키트의 20%를 WHO에 할당해 빈곤국 국민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게 됩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협약은 공공보건과 과학, 다자간 행동의 승리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팬데믹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집단으로, 더 잘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했고, 2023년 5월 WHO가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할 때까지 700만 명 가까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백신과 주요 의약품을 사재기하거나 과잉 비축하는 행태를 보였고, 이로 인해 물량 확보에 실패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 빈국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WHO는 코로나19 관련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 이후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규범을 가지고 이에 대응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착수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팬데믹 협약인 셈입니다.

보건 분야 전문가들은 가난한 나라 국민을 외면하지 않는 '더 공정한 공중보건 체제' 마련을 위한 큰 진전이라며 이번 협약 채택을 환영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회원국들이 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는 등 당초 목표했던 것에 비해선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WHO 예산의 5분의 1을 책임져 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WHO 탈퇴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도 이번 협약이 실효성 없는 '공수표'가 될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총회에서도 미국 측 대표단은 논의가 시작되자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이번 협약은 병원(病原) 정보 공유 등과 관련한 쟁점을 다루는 부속서 내용과 관련한 추가협상에 회원국들이 합의할 때까지 발효되지 않습니다.

협상은 올해 7월 개시될 예정인데, 익명을 요구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타결까지 최장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YTN 박영진 (yj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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