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빅테크 의존도 줄인다...정부·기업 등 매출 다각화

인공지능(AI) 시대의 개막과 함께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경영 전략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회계연도에서 엔비디아의 매출 중 89%는 네트워크와 AI 용 컴퓨터에 사용되는 칩 판매가 차지했습니다.

이 중 MS와 아마존, 구글 등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보유 회사)의 비중은 절반 이상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빅테크 기업들이 언젠가는 자체 칩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빅테크 기업은 엔비디아의 AI 칩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지만, 언젠가는 자체 칩으로 엔비디아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이 투자한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아마존이 개발한 맞춤형 AI 칩 트레이니엄2를 활용해 차세대 모델을 학습하고, 운영 중입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크루소, 람다 등 AI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데이터 센터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중 최초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인 엔비디아 GB200 NVL72를 상용화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칩을 이용한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이를 임대하는 AI 스타트업 코어위브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원래 알려진 5.2%보다 더 많은 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어위브 주가는 연일 급등하며 상장 50일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또 엔비디아는 최근 시스코와 델, HP 등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닌 자체 IT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판매도 강화했습니다.

최근 젠슨 황 앤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 바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대해 "1년 전보다 더 큰 확신이 든다"면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각국 정부가 독자적인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소버린 AI 프로젝트'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대표적인 새 시장으로 꼽힙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AI 기업 휴메인에 GB300 블랙웰 칩을 만 8천 개 이상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이 칩은 사우디에 건립되는 500MW(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황 CEO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지역 국가를 순방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UAE 아부다비에 기반을 둔 G42도 미국 기업들과 협력해 5GW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건설할 예정인데 엔비디아와 G42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매출 다각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매출이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협력으로 연간 수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AI로 지속적인 수익을 낼 곳은 빅테크 밖에 없다"며 엔비디아에게 기업 시장이 다음 개척지일 수 있지만, 빅테크와 비교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