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의 비극...탈레반 간부와 강제결혼 피하려 분신자살

아프간 여성의 비극...탈레반 간부와 강제결혼 피하려 분신자살

2025.05.02. 오전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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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스무 살 여성이 탈레반 간부와의 강제결혼을 피하려고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일 EFE통신 등에 따르면 20세 '아비다'란 이름의 여성이 지난달 27일 아프간 서부 고르주의 자택에서 자신의 몸을 불태워 목숨을 끊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그의 친척은 미국 매체 아무TV에 모함마드 라흐마니라는 탈레반 사령관이 수년 전부터 자신과 아비다의 결혼을 위해 아비다와 가족을 압박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친척은 최근 탈레반 대원들이 아비다의 집을 급습해 아버지와 오빠를 구금했다면서 "아비다는 자신도 곧 끌려갈 것으로 판단해 분신자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친척은 사건 당시 아비다 집 주위에 탈레반 대원 20명이 에워싸고 있었다면서 "아비다는 출구가 없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탈레반 당국은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고, 결혼을 강요해온 라흐마니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아무TV는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프간 현지 인권단체인 아프가니스탄 인권 옹호자 위원회는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 탈레반 대원들의 권력 남용이 만연해 있음도 드러났다면서 특히 탈레반 대원들은 시골 지역에서 강제결혼을 일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지 여성권리 옹호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또 일부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처벌과 함께 탈레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 조사를 촉구하는 소셜미디어 캠페인도 시작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2021년 8월 미군 철수 후 재집권한 뒤 율법을 내세워 여학생의 중학교 진학을 금지하고 여성들의 고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여성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YTN 권영희 (kwony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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