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석유 증산 압박에 셰일 업계·사우디 난색"

"트럼프 석유 증산 압박에 셰일 업계·사우디 난색"

2025.02.04. 오전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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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유도해 유가를 낮추길 원하고 있지만, 정권 초반부터 석유 업계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석유 증산을 위해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미국 내 셰일 오일 업계는 규제 완화와 관계없이 증산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석유 업계 임원들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이는 미국 셰일 업계가 지난 2010년대 '셰일 혁명'을 거치며 급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며 산업 성격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 자문 인사들은 OPEC, 즉 석유 수출국 기구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득해 OPEC의 증산을 유도하는 걸 최선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사우디는 석유 증산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직 미국 관료들에게 전했으며, 이런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공유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미국 셰일 성장 단계에선 '와일드캐터'라고 불리는 모험적인 소형 시추회사들이 난무하며 경쟁적으로 시추구를 늘렸는데, 셰일 붐이 꺼지면서 미 셰일 업계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와일드캐터가 사라진 자리는 엑손모빌과 같이 강한 규율을 받고 이익의 주주 환원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는 거대 에너지 상장 기업들이 차지하게 되는 결과로 귀결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 자문 인사들도 미국 내 셰일 업계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것이란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시추 확대를 의미하는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을 즐겨 사용하며 셰일 오일 시추 관련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 내 석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해왔습니다.

유가가 내려가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미국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를 압박해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낼 수 있을 것이란 게 트럼프의 계산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자문 업체 우드 매켄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규제 변화 중 석유 생산의 경제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비현실적인 건 아니지만,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과거 셰일 붐 시기에 비하면 생산 증가량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석유 업계와 미국 정부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올해 완만한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말 미국 국내 석유 생산량이 하루 1,370만 배럴로 1년 전보다 2% 증가한 뒤 오는 2026년엔 보합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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