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박물관, '여성전용 전시' 열었다가 고소 당해…기획자 "기쁘다"

호주 박물관, '여성전용 전시' 열었다가 고소 당해…기획자 "기쁘다"

2024.03.24.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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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박물관, '여성전용 전시' 열었다가 고소 당해…기획자 "기쁘다"
재판에 출석한 키르샤 캐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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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한 박물관이 '여성전용 전시'를 열었다가 관람객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막는 건 차별이라는 건데, 전시를 기획한 예술가는 "이번 사건이 재판으로 이어져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최근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의 모나(MONA) 박물관에 차별금지법 위반 소송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전시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키르샤 캐첼레가 기획한 '레이디스 라운지(Ladies Lounge)'. 이 공간에 입장하는 여성들은 남성 집사들의 응대를 받고 샴페인을 마시며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여성임을 밝히지 않은 관람객은 입장할 수 없다.

박물관을 찾은 남성 관람객 제이슨 라우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성별 때문에 라운지 입장이 거부됐다며 이 같은 행위가 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LADIES LOUNGE (출처 = 모나 박물관)

그러나 키르샤는 "그것이 핵심"이라며 "정확히 내가 의도한 대로 레이디스 라운지를 경험하고 있다. 남성들이 경험하는 '거절'이 바로 예술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수 년 전 호주의 한 술집에서 만난 남성으로부터 '여성용 라운지바에 가면 더 편안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호주 여성들은 1965년까지 공공장소에 있는 술집에 출입할 수 없었으며, 여성용 라운지바는 이에 따른 호주 특유의 문화다.

키르샤는 호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작품이 박물관을 떠나 완전히 새로운 공간인 '세상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꿈이 실현됐다"며 "법정에서 예술 작품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 변호인 캐서린 스콧은 "이 사례는 예술이 대화를 통해 기회균등을 촉진하고, 특히 과거 여성에 대한 배제를 바로잡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태즈매니아주 차별금지법 제26조에 대한 해석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소외되거나 불리한 집단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차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는 남성전용 클럽이나 여성전용 체육관 운영의 근거가 된다. 재판부는 한 달 안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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