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K-드라마 여주인공 달라졌다" 변화 조명

BBC "K-드라마 여주인공 달라졌다" 변화 조명

2023.12.11.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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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K-드라마 여주인공 달라졌다" 변화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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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가 한국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의 변화를 주목했다.

BBC는 10일(현지시간) 'K-드라마: TV 속 한계를 뛰어넘는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사랑에 안착하는 신데렐라 캐릭터에서 벗어나 강렬한 서사를 가진 독창적인 인물로 변모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BBC는 "현재 많은 K-드라마에는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며 "올해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더 글로리'는 괴롭힘에 맞서 복수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고, 역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증이 있는 여성 변호사가 등장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BBC는 "K-드라마에서 여성의 역할이 항상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제작된 한국 드라마는 재벌, 부유한 상속자가 가난한 여성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면서 재벌 후계자가 서민 집안의 여고생에게 반하는 '꽃보다 남자'와 같은 드라마가 과거에 인기를 끈 대표적 작품이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며 결혼에 관심이 없는 여주인공들이 주를 이룬다"며 "지금도 부자나 강한 캐릭터가 선호되지만, '사랑의 불시착'처럼 이제는 그 주인공이 여성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남한의 재벌 2세 여성이 북한의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20년 넘게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가정주부가 의사로 새로운 삶은 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닥터 차정숙'의 주연 엄정화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많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30세가 되면 주연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가 되면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정말 재능 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나이 때문에 화면에서 사라졌다"라고 회고했다.

최근 종영한 '힘쎈여자 강남순'을 비롯해 '품위있는 그녀', '힘쎈여자 도봉순', '마인' 등 강인한 여성 서사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여 온 백미경 작가는 "'품위있는 그녀'는 중년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여러 방송사로부터 거듭 거절당한 작품"이라며 "'힘쎈여자 도봉순'의 성공 이후, '품위있는 그녀'가 방송될 수 있었다"라고 편성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내 드라마 이후로 여성 캐릭터는 더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며 멋지고 독립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판도를 바꾸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BBC는 한국 드라마에 이처럼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변화, 향상된 교육 수준, 사회적 성공의 갈망, 케이블과 OTT의 실험적인 투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의견도 전했다.

경제지 포브스의 한국 드라마 평론가인 조앤 맥도널드는 "올해 리뷰한 한국 드라마의 절반에서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이게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완전히 반영하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가 확실히 그 길을 선도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사진 = 넷플릭스 '더글로리', JTBC '닥터 차정숙',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이미지]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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