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스스로 걸었다...스위스 연구진이 개발한 '꿈의 신기술'

파킨슨병 환자, 스스로 걸었다...스위스 연구진이 개발한 '꿈의 신기술'

2023.11.08.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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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환자, 스스로 걸었다...스위스 연구진이 개발한 '꿈의 신기술'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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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파킨슨병을 앓아온 환자가 스위스에서 척수에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장치를 이식받은 뒤 스스로 걷는 데 성공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전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스위스 로잔 연방기술연구소(EPFL)의 이같은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보르도에 사는 마르크 고티에(63)는 20여 년 전 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후 보행 능력을 상실해 주로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 건축가였던 그는 "하루에 5~6번씩 넘어지곤 했다"며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둬야 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뇌 깊숙이 전기 자극 장치를 이식하는 뇌심부자극술까지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2년 전 로잔 대학병원에서 척수에 전기 자극을 가해 신경을 활성화하는 신경보철물(뉴로프로스테틱·neuroprosthetic) 이식 수술을 받았다. 연구진은 고티에의 발과 다리에 센서를 부착해 그의 보행 패턴을 분석, 개인화된 해부학적 지도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전기 자극이 정확한 위치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고티에는 더 이상 넘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게 됐으며, 효과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는 "이제 내 인생은 바뀌었다"며 "집 밖으로 나갈 수 있고, 심부름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걸어서 갈 수 있다"며 감격했다.

이 장치를 설계한 온워드 메디컬의 데이브 마버 최고경영자(CEO)는 "이식형 제세동기나 통증 관리에 사용되는 장치와 유사하지만, 보행 중 다리 근육을 활성화하는 척수를 직접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치료법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내년에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수술을 집도한 조슬린 블로흐 신경외과 교수는 "이 치료법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삶의 질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TN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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