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이 살아가는 법…'죽일 듯 싸워도' 교역량은 사상 최대 [와이즈픽]

미중이 살아가는 법…'죽일 듯 싸워도' 교역량은 사상 최대 [와이즈픽]

2023.09.22.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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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살아가는 법…싸워도 '최대 교역량'

'으르렁대고 싸우면서도 할 건 다 한다'. 상식적으론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게 바로 미국과 중국, G2가 살아가는 법이다. 6천 906억 달러, 우리 돈 약 873조 원. 지난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총무역 규모이다. 역대 최대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월 공식 발표한 자료이다.

그들은 싸우는 와중에도 서로 잘 팔아줬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5천 368억 달러 (약 678조 원). 전년보다 무려 6.3%나 늘어난 수치다. 역대 최대였던 2018년의 5천 385억 달러(약 681조 원)와 비슷한 규모다. 수출도 늘었다. 전년에 비해 1.6% 증가한 1천 538억 달러(약 195조 원)를 기록한 것이다.

미 상무부가 이 자료를 발표한 지난 2월에도 미중 관계는 안 좋았다. 악화 일로를 겪고 있던 시기다. 적어도 정치적, 외교적으론 그랬다.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본토 영공을 침범하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방중 일정을 전격 연기하고 정찰 풍선을 격추했다. F-22 스텔스 전투기까지 동원했는데 바이든 정부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중국이 아닌 미국인들에게. 이에 중국은 격렬히 항의했다. 이때도 이렇게 싸웠지만 경제만은 훈훈했다.

'사지 말라'고 해도 서로 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조치를 이어왔다. 중국을 때려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부터 무역법 301조를 발동했다. 이를 근거로 중국 제품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명분은 불공정 경쟁이었다. 미국 내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메이드 인 USA'를 띄우니 정치적으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국 경제 압박에 있어 트럼프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재작년 미국 기업의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에서 수요가 많은 휴대전화, PC 등의 주요 공급 국가인 만큼 이 조치는 중국의 수출을 막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런 조치로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긴 했다. 그런데 미국의 조치에도 '틈'이 있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게임기 등 미국에서 많이 수입하는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들 제품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오히려 수입이 크게 늘었다. 대중국 규제가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주로 중간재에만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미국은 '선물', 중국은 '환영'

대만 주변과 남중국해 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극한 대립, 그리고 한미일과 중러북이라는 양축으로 형성된 신냉전 구도 속에서도 미국은 최근 중국에 큰 선물까지 줬다.

미국 상무부는 27개 중국 기업 및 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했다. 리튬 배터리용 소재 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 광둥광화 과학기술과 센서 제조업체 난징 가오화 과학기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수출 통제 명단으로 직행해 실제 제재를 받게 되는 데 그 전 단계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런 조치는 지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 방중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러몬드 장관은 오는 2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한다. 미중 양국이 무역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러몬드 장관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에 이어 6월 이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미 정부 고위급 인사다.

중국도 마치 '짜고 치는 듯'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중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노력해 중국 기업 27곳이 최종적으로 미검증 명단에서 제외됐다"며 "이것은 중미 양국 기업이 정상적인 무역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양측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은 솔직·성실하게 협력하고 호혜 상생의 원칙을 따르기만 한다면 양측 기업 모두에 유익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화답이다.

자본은 더 적극적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말 중국을 찾아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을 만났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비슷한 시기 중국을 찾아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메리 배라 GM 회장과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신임 CEO도 중국으로 넘어가 투자 확대를 공언했다.

신냉전 속에서도 미중이 지키는 '넘지 말아야 선'

한미일 정상들은 지난 18일 캠프데이비드 정신이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따른 주변국과의 갈등, 그리고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등을 거론했다. 중국이 제일 싫어하는 부분을 건드렸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따라 다른 나라의 대만 문제 언급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극렬히 반발해 왔다. 미중이 이렇게 주변국까지 동원해 으르렁대도 경제적으로 풀어줄 건 풀어주고 사줄 건 또 다 사준다.

미중 갈등이 어느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양국 모두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갈등 관리이자 위기관리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장이 있는 중국이 필요하고, 중국은 물건을 팔 미국 시장이 필요한 것이다. G2 가운데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미중 모두 잘 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은 오늘도 죽일 듯 싸워도 할 건 다 한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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