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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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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극복을 위해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한국에서 어린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kids zones) 영업이 성행하자 외신이 이를 조명했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노키즈존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곳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일본(1.3명)이나 미국(1.6명)보다 훨씬 아래이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며 연금·의료비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노키즈존 비판자들은 사회가 어린이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CNN은 2021년 11월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할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당시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또 아이가 없는 성인들은 물론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조차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이 모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시설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의 행동을 관리하지 않는 부모가 많이 있는 만큼 노키즈존이 왜 있는지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모 씨는 "가게에 노골적으로 '노키즈' 간판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공격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불편함을 표하며 "한국에는 '맘충'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엄마들에 대한 혐오가 있고, 노키즈존이 이런 정서를 정당화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CNN은 출입제한 대상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노틴에이저존'(10대 출입금지), '노시니어존'(노년), '노아재존'(중년),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프로페서존'(교수) 등을 예시로 들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대와 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갈수록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들을 못 견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틸란드 교수는 "이런 마음가짐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각자의 위치'가 있다는 뿌리 깊은 태도가, 엄마와 아이들은 바깥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갖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CNN은 2021년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아들을 낳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사례도 소개했다.
용 의원은 100여일간 앓던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고 밖으로 나섰다가 동네 카페에서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기억을 돌이키며 "사회가 나 같은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워킹맘이 죄인인가"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국내 대형 테크기업 프로그래머의 사례를 전하며 "육아를 개별 양육자나 부모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만드는 것이 인구 문제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미국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노키즈존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곳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일본(1.3명)이나 미국(1.6명)보다 훨씬 아래이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며 연금·의료비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노키즈존 비판자들은 사회가 어린이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CNN은 2021년 11월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를 인용해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할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당시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또 아이가 없는 성인들은 물론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조차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이 모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시설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의 행동을 관리하지 않는 부모가 많이 있는 만큼 노키즈존이 왜 있는지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모 씨는 "가게에 노골적으로 '노키즈' 간판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공격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불편함을 표하며 "한국에는 '맘충'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엄마들에 대한 혐오가 있고, 노키즈존이 이런 정서를 정당화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CNN은 출입제한 대상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노틴에이저존'(10대 출입금지), '노시니어존'(노년), '노아재존'(중년),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프로페서존'(교수) 등을 예시로 들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대와 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갈수록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들을 못 견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틸란드 교수는 "이런 마음가짐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각자의 위치'가 있다는 뿌리 깊은 태도가, 엄마와 아이들은 바깥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갖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CNN은 2021년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아들을 낳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사례도 소개했다.
용 의원은 100여일간 앓던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고 밖으로 나섰다가 동네 카페에서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기억을 돌이키며 "사회가 나 같은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워킹맘이 죄인인가"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국내 대형 테크기업 프로그래머의 사례를 전하며 "육아를 개별 양육자나 부모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만드는 것이 인구 문제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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