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 달려간 긴급 구호대...의료 활동 지속

'형제의 나라' 달려간 긴급 구호대...의료 활동 지속

2023.02.20. 오후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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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시 [YTN 뉴스Q]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강진 피해를 본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로 파견됐던 우리 해외 긴급구호대 1진이 2진과 임무를 교대하고 어제 귀국했습니다. 1진 구호대는 현지에서 생존자 8명을 구출해내는 귀중한 성과를 냈는데요. 1진 구호대장으로 튀르키예에 다녀온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원도연 튀르키예 1진 긴급구호대장 나오셨습니다. 어제 오셨는데 이렇게 바로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 강진 이튿날인 7일에 파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도착하셨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원도연]
먼저 지금도 지진 피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씀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튀르키예 안타키아 현지에 도착한 것은 2월 9일 새벽이었습니다. 안타키아라는 도시는 튀르키예 남동부에 위치해 있고 또 시리아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인구는 한 24만 명 정도 되고요.

그런데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지역이고 또 가장 구조 활동이 늦어졌던 지역입니다. 활동 첫날 현지에 도착했을 때 충격적인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온전한 건물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붕괴된 건물 속에 가족을 잃은 주민들의 비명과 절규가 가득했습니다. 거리에는 집 잃고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비극 그 자체였습니다.

[앵커]
한시라도 빨리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으셨을 텐데 그럼에도 강추위도 닥쳤고 전기, 수도, 기반시설도 안 되고 하다 보니까 구호활동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들었거든요. 무엇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원도연]
전기, 수도도 끊긴 상황, 그리고 추운 날씨 그런 것들도 문제였지만 우리 대원들은 사실 그런 상황은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조 활동 초반 가장 마음에 아팠던 것은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많이 아시겠지만 골든타임이 72시간이라고 하는데, 생존자 구조에 있어서. 첫날 도착했을 때 2km를 움직이는 데 3시간이 걸릴 정도로 일단 도로에 잔해들이 있어서 그걸 치우면서 이동을 해야 될 정도로 곳곳이 도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또 구할 수 있는 생존자를 이러다가 구하지 못할까 하는 그런 안타까운 마음 때문에 대원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지진 초기에 구조가 난항이었던 이유를 여기서는 주로 날씨로 알고 있는데 도로 상황까지 포함해서 많이 안 좋았다, 그런 점이 가장 힘드셨다. 여기서 또 생존자를 구조했다는 속보가 들려올 때마다 모두 한마음으로 국민들도 응원을 했거든요. 모두 8명을 구조하셨는데 8명 모두가 기억에 남으시겠습니다마는 직접 소개해 주시죠.

[원도연]
구조 당시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무너진 건물 안에 갇혀 있는 이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생존자들은 비교적 구조가 쉬운 위치에 있었고 또 몇몇 생존자들은 샌드위치같이 건물이 무너진 데 있어서 그 건물 안을 파내려가서 그렇게 구조해야 돼서 한 서너 시간 넘게 구조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모든 생존자가 다 소중하지만 한두 가지 말씀을 드리자면 첫 구조자 생각이 많이 납니다. 75세 남자분이었고요. 우리 구호대가 현장으로 이동을 해서 새벽 4시쯤 도착했습니다. 밤을 꼬박 새고 굉장히 피로한 상태였는데 짐도 풀기 전에 우리 구조대원들이 현장 출동을 하자, 그렇게 강한 의지를 보여서.

[앵커]
대장님, 마침 그때 당시 화면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원도연]
맞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그냥 바로 가자고 해서 강한 의지를 보였고 그래서 출동을 결정해서. 새벽에 보이는 것도 하나도 없고 또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1시간 만에 생존자 반응을 포착했고 또 첫 생존자를 구조했습니다. 그때 희망, 기적, 용기 그런 단어들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한 가지 사례가 또 생각이 나는데요. 그 현장은 진짜 생과 사의 갈림길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게 생존자와 함께 망자가 같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구호대가 구조한 여성분 한 분은 1살짜리 아기와 같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아기는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여성분은 부러진 뼈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그런 상태였는데, 개방성 골절을 입은 상태였는데 우리 의료진이 긴급 처치할 때도 한마디 신음소리도 안 냈는데 아기가 사망해서 나오니까 오열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어서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앵커]
생존자와 망자가 함께하는 그런 구호 현장에서의 모습을 지금 대장님께서 설명하고 계시는데, 아까 화면에 나오신 분은 1시간 반 만에 구하신 70대 남성분이었는데 지금 보면 한국 구호대는 한국분들이고 현장에는 튀르키예 주민들도 계셨을 텐데 한국어와 튀르키예어가 혼재해있을 것 같아요. 혹시 그때 상황이 기억나세요?

[원도연]
그 첫날 상황은 통역도 구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어서 소리를 한국말로 서로 소통은 안 되는데 생존자한테 소리 지르면서 확인에 들어갔던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현지분들이 한국에서 케밥집 하시다가 튀르키예로 돌아오신 분이 자원봉사자로 오셔서 현장에 직접 투입이 돼서 서로 소통하면서 구조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앵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도움의 손길로 기적적으로 생환한 분도 계시고요. 모두 8명을 구조하셨는데 혹시 구출 후에 연락이 닿거나 소식을 전해 들은 건 없습니까?

[원도연]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은 없고요. 그런데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또 일부 분들은 퇴원하신 분도 있다고 그런 얘기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앵커]
이렇게 구호해서 생존자를 구출할 때마다 현지 주민들, 아까 자원봉사 오신 통역사가 있다고 하셨는데 주민들이 가장 많이 했던 얘기는 여기서는 형제의 나라를 많이 강조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말씀 많이 들으셨어요?

[원도연]
제가 많이 들었던 말은 꼬레엔이이. 한국이 최고라는 그런 말 많이 들었고 현지 주민들이 저희 활동을 지켜보면서 많이 격려해 줬습니다. 아까 공항 영상도 나왔지만 공항에서 저희 돌아올 때 공항 방송이 나오니까 모든 사이프로스로 가는 항공기에 계셨던 분들이 같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 일어서서 저희한테 박수를 쳐줬습니다.

[앵커]
저희 구조견 이야기도 많이 나왔었거든요. 토백이를 비롯해서 많은 구조견들 4마리가 갔는데 구조견들 모두 발도 다치고 붕대를 감고 또 열심히 구조활동을 같이 도왔습니다.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면서 위험했다거나 아찔했던 순간들은 없었나요?

[원도연]
먼저 구조견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해태라는 구조견이 생존자 반응을 처음 포착해서 첫날 3명을 구조할 수 있었고요. 다들 보셨겠지만 현장에서 유리도 밟고 그래서 봉합수술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 치료를 잘 받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추운 날씨, 다 문제였지만 아마 현지에서 있었던 모든 사람들, 우리 구조대뿐만 아니라, 구호대뿐만 아니라 여진의 공포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첫날 우리 구조대 활동 현장에서도 여진이 있어서 건물에서 추가 붕괴가 있을 수 있어서 막 굉음이 나고 그래서 붕괴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해서 급히 대피했던 적도 있습니다. 귀국하는 마지막 날까지 여진이 계속됐고 현장에서 우리 대원들의 안전 또 1명이라도 더 생명을 구조하겠다는 마음, 그런 것의 갈등이 가장 많이 컸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혹시 현지 튀르키예 당국과의 소통은 원활했습니까?

[원도연]
저희가 텐트를 치고 있었던 곳에 현지 재난청 텐트가 10동씩 같이 있었어요. 저희 텐트가 10동, 재난청 텐트가 10동이 있었고 그래서 같이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그렇게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현지 군 당국자들도 저희 수경지를 한 7명 정도 배치를 해서 지켜주시고 튀르키예 당국자분들께서 여러 가지로 많은 협조를 해 주셨습니다.

[앵커]
우리 구호대원분들 모두 고생하셨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충격적인 장면들도 있었고 생존자와 망자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셨기 때문에 돌아와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도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는 관리가 되고 있습니까?

[원도연]
모든 대원들이 향후 2주 안에 PTSD 검사 포함해서 종합적인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입니다.

[앵커]
아까 대장님께서 튀르키예어로 코레엔이이. 한국이 최고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으셨다고 하셨고, 아까 박 앵커가 들려준 튀르키예분들은 말씀 속에 수십 명의 영혼을 잔해 속에서 구하며 다시 그들이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셨다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끝으로 하실 말씀이 또 있을 것 같아요. 튀르키예에 계신 분들에게.

[원도연]
가족을 잃은 아픔이라는 걸 현장에서 보면서 지금도 다시 돌아가서 구조를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정말 튀르키예 국민들을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할 일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우리 2진도 그래서 지금 가 있고요.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우리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서 이렇게 일어설 수 있었고 이제 우리 국격에 걸맞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강화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재난구호와 같은 기여가 진정성 있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정부는 국제사회의 분쟁, 재난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앵커]
지금도 구조 당시의 화면이 나가고 있고, 시청자분들도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지금 대장님 눈가에는 촉촉하게 눈시울도 붉어지셨습니다. 그동안 14일간의 복잡한 생각이 한꺼번에 드신 것 같습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말씀드리겠고, 2진 구호대 활동과 성과는 저희가 열심히 보도하겠습니다.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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