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세계는] '우크라 미사일' 결론에도 흔들리는 유럽 '신 지형도'

[오늘세계는] '우크라 미사일' 결론에도 흔들리는 유럽 '신 지형도'

2022.11.17. 오전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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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차 대전' 우려를 낳았던 폴란드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가 쏜 방어 미사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에 따라 확전 우려는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유럽이 처한 지정학적 위험을 세계에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국제부 뉴스룸을 연결합니다. 이승훈 기자!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방어 미사일이라고 결론이 났죠?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가 폴란드 미사일 피격은 러시아 순항미사일을 막기 위해 발사한,

우크라이나의 방공미사일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경계하면서도, 궁극적인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아직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의도적인 공격이 아닌 건 분명 하고, 러시아가 나토를 상대로 공격적인 군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짐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토 사무총장은 특히 '이번 사고는 우크라이나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추가적 긴장 고조 상황을 경계했습니다.

[앵커]
이런 결론에 대한 당사국, 폴란드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기자]
폴란드는 나토의 결론을 존중했습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하지도 않았습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가장 힘주어 말한 건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나라를 방어했다'는 거였습니다.

두다 대통령은 특히 '전날 사건이 폴란드에 대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근거도 없고,

러시아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근거도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폴란드를 겨냥한 미사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폴란드에 대한 공격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참고로 어제로 다시 시간을 돌려보면,

모두가 러시아의 폴란드 공격을 의심했을 때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오발탄'이라는 분석이 처음 나온 곳은 미국의 '정보 라인'입니다.

[앵커]
우크라이나는 이런 결론이 탐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발끈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토의 잠정 결론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폴란드에 떨어진 그 미사일이 우리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 군의 보고를 토대로 그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으로 믿고 있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사건 현장에 대한 접근과 공동 조사를 요구했는데요.

'어떤 근거로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이라고 결론 내렸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다'고 했습니다.

'결론의 근거'를 가장 궁금해 한겁니다.

[앵커]
나토의 이런 빠른 결론에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긴급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기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는 '전날 폴란드에서의 미사일 폭발이 의도적인 공격의 결과라는 근거가 없다'는 말을 적어도 열 차례 가까이 되풀이했습니다.

또 조사가 진행 중이라서 정확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는 했지만,

미사일을 발사에 러시아가 관련 없어서, 서둘러 결론을 발표하는 듯한 모습을 애써 감추지도 않았습니다.

나토가 이렇게 발 빠르게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선 건,

다들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자칫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서는 러시아와 '정면 대결'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게 외신의 분석입니다.

그러니까 러시아가 '이번 일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더는 자극하는 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나토가 나섰지만 나토의 주축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의지로도 볼 수 있겠는데요.

나토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후방' 군사지원을 하면서도, 전쟁이 확산하는 것만큼은 철저히 경계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어제 폴란드가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신을 통해서 또, 군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SNS를 통해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이

나토 조약 '5조 발동' 여부였는데요.

'조약 5조'는 '집단 방위체'인 나토를 상징하는 약속이자 의무입니다.

조약 5조의 핵심은 회원국 가운데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그 공격은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이에 따라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물론 지난 1949년 나토가 만들어진 뒤 '조약 5조'가 발동된 건,

2001년 알카에다의 미국 9·11 테러 때 한 차례입니다.

그때 미국은 테러 배후인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나섰고, 5조 발동에 따라 나토 병력이 투입됐습니다.

그러니까 그 선례로 봤을 때 이번 공격을 러시아가 했다거나 혹은 관련됐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확인됐다면,

'5조가 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나토는 원하든 원치 않든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앵커]
신속한 발표로 다행히 확전 우려는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유럽이 처한 이른바 '지정학적 위험'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가

나토의 지형이 러시아의 국경까지 바뀐 지금의 상황 속에서는

언제든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회원국의 이해에 따라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온도 차도 확인이 됐는데요.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다음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해 하는,

나토 회원국 '발트 3국'의 반응은 참 달랐습니다.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하자마자 나토에 '대공방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강경하게 나와서

'3차 대전의 위기'가 닥쳤다는 긴급 뉴스가 전 세계로 타전되기도 했는데,

반면 나토 사무총장의 공식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는 아니라'고 선을 확실히 긋는 거였습니다.

이번 사태를 분석한 여러 기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게 영국 BBC의 분석입니다.

'지난 24시간 진행된 일을 보니까 만약 전쟁이 나토의 영토로 번진다면,

그때 모두가 예상하는 것보다 나토는 한목소리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 뉴스룸입니다.



YTN 이승훈 (shoony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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