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톈안먼 희생자 추모 조각상' 결국 철거

홍콩 '톈안먼 희생자 추모 조각상' 결국 철거

2021.12.23. 오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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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대학교 교정에 전시되어 있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조각상이 철거됐다.

23일, 홍콩대는 성명을 내고 톈안먼 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을 해체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발표했다. 홍콩대는 "외부 법률 자문과 대학 리스크 평가에 근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철거 작업은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이뤄졌다. 경비 십여 명이 철거 장소를 둘러싸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수치의 기둥'은 덴마크 작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한 것으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조각상이다. 높이 8m, 무게는 2t에 달한다.

갤치옷은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연합회(支聯會·지련회)에 수치의 기둥을 기증했다. 이 조각상은 처음에는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 세워져 있다가 홍콩대로 옮겨졌다.

매년 6월 4일, 지금은 와해된 학생 연합 회원들은 톈안먼 학살을 기념하기 위해 동상을 씻었다. 홍콩국가보안법이 실시되기 전의 홍콩은 마카오와 함께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였다.

수치의 기둥은 지난 10월 민주화 활동가와 인권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대학이 철거를 요구하면서 이슈가 됐다. 갤치옷은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따라 박해를 받지 않는다는 법적 면책특권을 준다면 덴마크로 다시 가져가겠다고 제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홍콩대는 26일 성명에서 "그 누구도 대학에 동상을 캠퍼스에 전시하는 것을 승인받지 못했다"며 "대학은 언제든지 동상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홍콩대는 최근 법률 자문을 통해 동상의 지속적인 전시가 대학에 법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에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수치의 기둥’은 지련회 소유였기 때문에 대학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YTN digital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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