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만든 평균대'서 훈련했던 美 체조 선수 금메달

'아버지가 만든 평균대'서 훈련했던 美 체조 선수 금메달

2021.07.30. 오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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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의 희생과 지원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미국 체조 스타의 사연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미네소타 출신 체조 선수 수니사 리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체조 개인 종합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미국 체조 여왕 시몬 바일스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체조 여자 단체전 결선과 개인전 출전을 포기했다. 바일스를 대신해 미국 대표팀의 명예를 짊어진 수니사는 57.433점을 얻어 열여덟 살 데뷔 무대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수니사의 부모는 라오스로 이주한 중국 소수민족 '흐멍' 출신으로 수니사는 최초의 흐멍계 올림픽 선수다. 수니사의 어머니는 수니사가 2살 때 남편과 이혼했으며 이후 존 리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존은 자신의 가족이 된 수니사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수니사의 체조 훈련을 위해 직접 나무로 평균대를 만들어 뒤뜰에 놓아줄 정도로 딸을 아꼈다. 수니사 역시 존 리를 따라 자신의 성을 바꾸었을 정도로 존에게 깊은 유대감을 가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올림픽 지침에 따라 선수 가족은 올림픽에 동행할 수 없었다. 아버지 존과 가족, 지인 등 수십 명은 경기를 앞두고 함께 모여 딸이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을 TV로 지켜봤다. 수니사 리는 가족과 자신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모여 자신을 응원하는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내가 모든 걸 하게 만드는 사람들. 모두 사랑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존은 사다리에서 떨어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 끔찍한 사고는 수니사가 전국 선수권 대회 출전을 불과 며칠 앞뒀을 때 일어났다. 슬픔에 빠진 수니사에게 존은 "너는 정말 열심히 훈련했으니 어서 가 보라"며 출전을 권유했다.

수니사는 대회 몇 달 전 부분 골절을 입어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였지만 출전을 강행했다. 그녀는 이 대회에서 시몬 바일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수니사는 "나는 경기 내내 아버지를 생각했으며 그가 나를 자랑스러워 할 것을 떠올리면서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존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니사는 정말로 끈기 있는 아이다.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녀는 무엇이든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상으로 힘들어하고,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지 못했던 모든 시간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라며 기뻐했다.



YTN digital 정윤주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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