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출새]"시리아 알 아사드 28년 철권통치, 아버지는 30년... 부전자전"

[황출새]"시리아 알 아사드 28년 철권통치, 아버지는 30년... 부전자전"

2021.06.01. 오후 12:0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황출새]"시리아 알 아사드 28년 철권통치, 아버지는 30년... 부전자전"
AD




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1년 6월 1일 (화요일)
□ 진행 : 황보선 앵커
□ 출연자 : 문희정 국제뉴스 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보선 앵커(이하 황보선):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세시방 코너입니다. 세시방과 함께 할 문희정 국제뉴스 평론가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문희정 평론가(이하 문희정): 네, 안녕하세요.

◇ 황보선: 가장 오래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인 시리아에서 바샤르 대통령이 4선 연임에 성공했다고 하죠?

◆ 문희정: 지난 달 26일 치러진 시리아 대통령 선거에서 21년째 집권 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95.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는데요.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1800만 명 중 1천420만 명이 참여해 78.66%였습니다. 197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30년 간 독재를 했던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에 이어 2000년 대통령이 된 바샤르 대통령은 앞으로 7년 간 더 재임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미 선거 전부터 바샤르 대통령의 연임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선거였습니다.

◇ 황보선: 선거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더라고요.

◆ 문희정: 먼저 시리아 정부는 유권자가 1800만 명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반군이 장악한 지역의 시리아인과 해외 난민 600만 명은 아예 투표를 불허했고요. 또 등록한 51명의 후보자 중 시리아 헌법재판소가 단 3명의 후보만 승인해 처음부터 바샤르 대통령 당선을 위한 요식행위가 될 것이란 비판이 많았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내전이 시작돼 많은 야권 인사들이 해외 망명을 한 상태임에도 연속 10년 이상 시리아에 거주하지 않은 사람은 후보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함으로써 야권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 차단했는데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서방 5개국 외무장관들은 공식 성명을 통해 유엔의 감독 하에 모든 시리아인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황보선: 국제 사회가 제재를 가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던데 바샤르 대통령의 독재에 대한 비판은 그전부터 많았다면서요?

◆ 문희정: 아버지인 하페즈 대통령 당시부터 시리아의 철권 독재 정치는 상당히 악명 높았는데요. 정적에 대한 숙청이나 반정부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 체포, 언론과 인터넷 통제 등을 통해 시리아 국민들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해왔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주간지 '퍼레이드'는 바샤르 대통령을 세계 최악의 독재자 12위로 꼽았고요. 영국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내부 정보기관이 서방에 알려진 것만 해도 17개로 비밀 사복 경찰들이 도처에서 감시하고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치안이 가장 좋은 이슬람 국가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2011년 당시 아랍의 봄 민중 봉기가 벌어지던 다른 나라의 소식을 듣고 청소년들이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면서 시리아 반정부 시위가 시작 됐는데요. 시리아 정부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가하면서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들고 있어난 게 바로 시리아 내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유럽연합은 정부군의 유혈 강경 진압을 비판하면서 EU 입국 금지, 유럽연합 내의 자산 동결, 시리아 석유 수입 금지 등의 제재를 결의했고 이번에 이 제재를 1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시리아 외교부는 이에 대해 시리아에 대한 일방적이고 비인간적인 강제조치라며 강력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 황보선: 사실 선거를 한다고는 하지만 부자 세습이 이뤄진 건데 시리아에서 이런 상황이 가능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문희정: 시리아의 국민 대다수는 이슬람 수니파인지만 정권을 잡고 있는 바샤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바트당은 전체 인구의 12%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수종파인 알라위파인데요. 원래 척박한 땅에서 차별을 받으며 교육과 경제적 이권으로부터 소외당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프랑스 식민지 시절 수니파 국민들을 견제하기 위해 프랑스가 의도적으로 알라위파를 비롯한 소수 종교인들을 우대하면서 세력을 키울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알라위파를 군인으로 많이 입대시켰는데요. 시민 지배가 끝나고 대부분의 군 권력을 알라위파가 장악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권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직업군인의 70%, 장교의 80%가 알라위파이기 때문에 군부와 정권은 운명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만약 바샤르 정권이 몰락하고 수니파 정권이 탄생한다면 알라위파를 비롯한 다른 소수 종교인들 역시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바샤르 대통령의 집권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 황보선: 이런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에 시리아 내전도 복잡한 국제전의 양상을 띠게 된 거라고 할 수 있겠군요?

◆ 문희정: 폭압 정치에 반대하는 시리아 국민들의 시위로 시작됐지만 시리아 정부군에서 탈영한 수니파 장병들을 중심으로 한 반군이 형성되면서 내전으로 번졌는데요.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터키 같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반군을 지원하게 되고 사우디와 적대 관계인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시리아의 혼란을 틈타 2014년 IS가 준동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고 수세에 몰리던 시리아 정부군의 요청으로 2015년 러시아까지 참전하면서 말 그대로 국제전으로 확산했는데요.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반군이 분열을 하게 되고 이제는 왜 싸우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 황보선: 그러면 현재 내전은 어떤 상황인가요?

◆ 문희정: 시리아 정부군에 대항하는 반군들은 아직도 북서부 이들립주를 거점으로 저항을 하고 있고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은 미국의 지원 하에 자치를 하고 있어서 시리아 전체 지역의 3분의 2 정도만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터키, 이스라엘, 이란 등 각국 군대도 시리아에 주둔 중인데요. 특히 이스라엘은 바샤르 정부를 지원하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38만 명에서 최대 59만4000명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요. 560만 명이 해외로 떠났고 670만 명은 시리아 국내를 떠돌고 있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난민이 됐습니다.

◇ 황보선: 결국 가장 고통을 받는 쪽은 시리아 국민들일 수밖에 없겠군요.

◆ 문희정: 사실 시리아 정부는 내전 종식을 선언하면서 고향을 떠났던 시리아 국민들에게 돌아오라고 요청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반군 지역에 있었단 이유만으로 정부군의 편에 서서 싸우지 않았단 이유로 또다시 국민들을 체포하고 있어서 많은 난민들이 시리아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요된 전쟁 비용이 1조 2천억 달러(약 1천350조 원)로 추산되고요. 내전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는 재건에만 약 4000억 달러(약 448조원)가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자선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 따르면 시리아 어린이의 60% 이상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으며 유엔은 인구의 80% 이상이 빈곤층이고 특히 200만 명 이상은 극빈층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지에선 전력망 파손과 의료 시스템 붕괴를 비롯해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시리아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황보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문희정: 고맙습니다.

박준범 PD[pyh@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