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조선인"...日 '혐오 발언' 싸워 이긴 소년

"추악한 조선인"...日 '혐오 발언' 싸워 이긴 소년

2021.05.13. 오후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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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일동포 어머니를 둔 소년을 상대로 인터넷에 혐오성 글을 올린 일본인이 무거운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고통스러운 재판 과정을 이겨내고 대학생이 된 청년은 이번 결과를 통해 차별받는 모든 사람이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도쿄 이경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추악한 조선인", "악성 외래 기생물"

4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카네 네오 군에게 쏟아진 혐오 발언입니다.

일본 오이타 시에 사는 60대 남성은 나카네 군이 등장한 신문기사에 이런 글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큰 상처를 받은 소년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 과정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나카네 네오 / 혐한 게시물 소송 승소 대학생 : 제가 받은 차별 때문에 마음이 조여드는 것처럼 괴로웠습니다. 재판에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몇 번이고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형사 재판 결과는 솜방망이에 그쳤지만 민사 소송에서는 1심 승소에 이어 2심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도쿄고등법원은 가해자인 일본인에게 1심 보다 늘어난 130만 엔, 우리 돈으로 약 천3백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칸바라 하지메 / 소송 담당 변호사 : 한 번 글을 올린 것으로 100만 엔 넘는 배상금이 나온 것은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이것은 정말 놀랄 만한 것으로 혐한 발언을 억제하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재일동포에 대한 크고 작은 차별이 여전한 일본 사회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큽니다.

[모로오카 야스코 / 소송 담당 변호사 :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 차별 자체를 무겁게 보고 단순한 모욕이 아니라 인격권 침해라는 점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년 전부터 혐한 세력에 맞서 싸워 온 어머니는 최근 또 협박 편지를 받아 보호용 조끼를 입고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카네 네오 / 혐한 게시물 소송 승소 대학생 : 제가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피해와 정의를 호소하는 것으로 어머니처럼 차별을 용인하지 않는 동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여전히 자신의 얼굴을 감춘 채 진정한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긴 재판을 거치며 훌쩍 성장한 청년은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기여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도쿄에서 YTN 이경아[ka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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