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안녕" 컨테이너에서 숨진 밀입국자들의 마지막 음성

"미안해...안녕" 컨테이너에서 숨진 밀입국자들의 마지막 음성

2020.10.30. 오후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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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안녕" 컨테이너에서 숨진 밀입국자들의 마지막 음성
컨테이너에서 숨진 사망자들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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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밀입국하려다가 컨테이너 안에서 질식해 숨진 베트남인들의 '마지막 음성'이 공개됐다.

29일 데일리메일은 27일 영국 런던 중앙형사재판소에서 열린 '베트남인 밀입국자 집단 사망 사건' 재판에서 사망자들이 남긴 마지막 음성메시지가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에식스주 항구 근처에 놓여있던 컨테이너에서 베트남인 3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희생자의 나이는 15세부터 44세로 다양했으며 미성년자도 10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희생자들은 산소가 통하지 않는 고온의 컨테이너에서 12시간 이상 갇혀있다가 사망했다. 당시 컨테이너의 온도는 최고 38.5도에 이르렀다.

밀입국자들이 탄 컨테이너는 작년 10월 22일 오후 3시쯤 벨기에 제브뤼주항에서 영국 퍼피트항으로 가는 화물선에 실린 뒤 하선해 노천갑판 땡볕에 방치됐다. 베트남인들은 오후 6시경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이들은 베트남 경찰 긴급 번호로도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에 실패했다.

당시 25세였던 응우옌 또 뚜언은 6시경 가족 앞으로 남긴 휴대전화 음성메시지에 "미안해. 이제 너를 돌볼 수 없어, 숨 쉴 수가 없어"라고 남겼다. 이어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며 "잘 살아"라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오후 8시경에 녹음된 또 다른 사망자 응우옌 진 루옹(당시 20세)의 음성메시지엔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이제 가야 한다"라고 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루옹은 가족들에게도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메시지에는 다른 밀입국자들이 "열어, 열어!"라고 소리치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루옹을 향해 "그는 죽었다"라고 말하는 음성도 담겼다.

숨진 베트남인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일자리를 얻은 뒤 돈을 본국으로 보내기 위해 밀입국을 시도했다. BBC는 베트남에서 연간 약 1만 8,000명이 일자리를 찾아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트럭 운전사를 포함한 관련자 4명을 살인 및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했으며 법원은 이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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