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개발로 위기 닥친 스페인 '히피족 마을'

관광지 개발로 위기 닥친 스페인 '히피족 마을'

2020.01.04. 오후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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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부터 히피족 거주…마을 규모 50명 안팎
땅 소유주, 호텔·리조트 등 관광지 개발 움직임
당일치기 여행객 방문…관광업 본격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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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스페인 남부의 한 작은 만에는 세상과 떨어져 고립된 채 살아온 '히피족 마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토지 소유주가 관광지 개발에 나서면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조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중해 연안 항구도시 알메리아에 위치한 '성 페드로 만.'

거친 바위와 나무들 사이로 작은 오두막집들이 지어져 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히피족이 사는 곳입니다.

[프르제맥 / 7년 거주 주민 : 바나나 나무와 올리브, 캐롭 나무, 석류 등 여러 식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자연 샘 덕분에 1990년대부터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50명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마을에서는 자체적으로 여러 관리 임무를 나눠 맡고 있습니다.

[프르제맥 / 7년 거주한 주민 : 화요일 정오마다 정례 회의를 엽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각자 맡은 동네 임무를 수행합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삶이 갑자기 위기에 처했습니다.

1998년, 이 마을의 땅을 사놓았던 소유주가 관광지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겁니다.

수백 년 전부터 자리한 성을 소형 호텔과 리조트로 바꾸고, 그 외 토지는 농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니엘 나바로 / 토지 소유주 : 이곳은 피난처가 아닙니다. 사적 소유물입니다. 그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당일치기 여행객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호텔이 들어서면 관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절박한 상황에 놓였지만, 지역 당국은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아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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