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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NOW]“美 압류한 북한 석탄 선박, 미국령 사모아 도착, 현지 분위기와 정세 분석”
[세계NOW]“美 압류한 북한 석탄 선박, 미국령 사모아 도착, 현지 분위기와 정세 분석”
Posted : 2019-05-16 15:14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5월 16일 목요일
□ 출연자 :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이현휘 사모아 현지 주민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앞서 오프닝에서도 제가 이미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오늘은요. 북한 선박 예인 소식과 더불어서 미국령인 사모아 항구에 북한 선박이 도착한 모습을 직접 확인한 분이 계셔서 그분도 중간에 잠시 전화 연결을 하는 시간 역시 준비해봤습니다.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 약 2만5000톤을 싣고 인도네시아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중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던 북한 화물선이 미국에 압류당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현재 이 북한 선박은 미국령인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인돼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와 함께 자세히 분석해보고요. 사모아 항구에 북한 선박이 도착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분이 있어서요. 중간에 잠시 전화 연결하는 시간도 갖도록 하겠습니다.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이하 문희정): 안녕하세요.

◇ 전진영: 미국이 압류한 북한 화물선이 사모아 섬으로 예인됐다는 소식부터 자세히 전해주시죠.

◆ 문희정: 지난 9일 미국 연방검찰은 인도네시아에 1년 넘게 억류돼 온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자산 몰수를 요청하는 소장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는데요. 미 법원이 지난해 7월 압류 결정을 한 것에 이어 몰수까지 허가하면서 현지시간으로 11일 미국령인 사모아섬 파고파고항에 예인됐습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산 석탄 2만5천t 가량을 실은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지난해 4월 1일쯤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 배에 실려 있던 북한산 석탄은 파나마 선적의 동탄호로 옮겨 실렸고 말레이시아 입항에 실패하고 현재 싱가포르 인근 공해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법원의 압류 결정은 지난해 7월 이미 내려져 있었지만 미국은 실제적인 압류를 하지 않았고, 해당 화물선은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최근까지 억류돼 있었는데요. AP통신은 미국의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압류 발표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 전진영: 미국이 북한의 화물선을 압류하고 몰수한 근거는 뭔가요?

◆ 문희정: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인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건데요. 2017년 8월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과 철, 철광석의 전면 수출 금지를 결의했습니다. 사실 미국이 국제제재를 이유로 북한 선박을 압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 화물선 압류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와이즈 어니스트는 북한 최대 벌크선 중 하나로, 북한 석탄의 불법 선적에 쓰였으며 중장비를 북한으로 수송하는 데도 사용됐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측이 밝힌 주요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한 남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도 선적 서류에 가짜 원산지를 기록했다는 점, 대량살상무기제작과 관련된 미국산 중장비를 인도네시아에서 선적한 점, 선박 수리, 보수 및 관리 비용 75만 불 지급을 위해 미국 은행 계좌를 이용했다는 점, 국제해사기구(IMO)가 세계 모든 선박에 의무적으로 자동항법체계(AIS)를 작동하도록 제정한 규정을 2017년 8월 4일부터 준수하지 않은 점 등이었습니다.

◇ 전진영: 저희가 관련 사건에 대해서 개요를 먼저 간단하게 평론가님을 통해서 들어봤고요. 이쯤에서 그러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모아 파고파고 항구에 북한 선박이 도착했을 때 당시 모습을 현지에서 직접 확인한 분이 계셔서 그분의 이야기를 잠시 들어보고 저희가 계속 평론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전화 연결돼 있는데요. 사모아 현지에서 살고 계시는 이현휘 선생님을 전화 연결해보도록 하겠습닌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현휘 사모아 현지 주민(이하 이현휘): 안녕하세요. 아메리카 사모아 이현휘입니다.

◇ 전진영: 네, 전화 연결 감사합니다, 선생님.

☎ 이현휘: 별 말씀을요.

◇ 전진영: 파고파고 항구에 선박이 도착하는 모습을 직접 보셨다고 들었는데, 처음 확인하신 게 언제였습니까?

☎ 이현휘: 그러니까 오전 11시경에 저쪽 수평선에서 막 들어왔을 때부터 확인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전 11시경이고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 7시경입니다.

◇ 전진영: 항구에서 직접 그 모습을 보신 거죠?

☎ 이현휘: 그렇죠. 한국 시간 7시에 제가 처음으로 수평선 위에서 오는 걸 봤고 그리고 항구에 완전히 접안하고 하는 것까지 완전히 봤죠. 오후 1시경에 완전히 메인 독(dock) 메인 주 항구에 완전히 접안을 끝냈습니다.

◇ 전진영: 그러면 선생님, 그 배가 북한 선박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 이현휘: 사전에 인터넷으로 다들 고지가 됐고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이미 방송이 됐었고요. 그다음에 여기가 좁은 지역이다 보니까 미국에서 유엔 또는 미 연방정부의 조사단들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것이 입소문으로 자연히 다 알게 되죠.

◇ 전진영: 이미 그렇게 현지조사도 나와 있고, 언론을 통해서도 언급이 돼 있었고, 분위가 그런 상태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저게 북한선박이구나라는 걸 분위기상 감지를 하셨다는 말씀이시네요.

☎ 이현휘: 예, 그런 것도 있고. 그다음에 저희들이 신문사나 언론에 접하고 있거든요. 그 사람들한테 얘기 들었고. 그다음에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일요일이 미국 어머니의 날입니다. 그래서 모든 주민들이 세팅하고 하는 피크타임이죠. 그런데 갑자기 토요일 날은 일을 안 하는데 대형 선박이 나가니까 이게 무슨 일이 있다. 분명히 어제 보도한 그것에 대한 것이다라고 저희들은 직감할 수 있었죠.

◇ 전진영: 그렇군요. 주말이라는 얘기도 하셨고, 어머니의 날이라는 이야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마 북한 선박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주민들도 약간 술렁이는 분위기였을 것 같은데. 그때 당시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이현휘: 그렇죠, 그러나 쇼핑을 하던 사람들은 쇼핑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게 북한 배다, 그러면 요즘은 인터넷 시대다 보니까 누구나 다 북한하고 관계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둣가에서 바닷가로 보이는 항구 입구에 들어올 무렵부터 저는 그쪽 가까운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람도 있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주민들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면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이곳이 세계에서 공기가 제일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고,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청정지역에 왜 녹슬어가지고 있는 저 북한 배를 여기로 끌고 오느냐. 가까운 괌도 있고 사이판도 있는데 왜 남태평양 여기까지 저것을 예인해 오느냐, 하고 의아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 전진영: 그럼 그런 부분에 대해서 현지 미국 언론들은 어떤 쪽으로 보도하거나 기사를 쓰고 있습니까?

☎ 이현휘: 그게 꼭 그대로 발표되는 것만 나오고 그다음에 저희들이 이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접근하려고 하니까 거기에는 큰 배들이 많이 들어오고 화물선도 많이 들어오는데 빈 컨테이너로 앞부분을 전부 차단해서 차가 메인 독 안에서도 그쪽으로 접근을 못하게끔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래도 좀 보도도 해야 되고 하니까 가까이 가서 좀 찍어야 되겠다 해서 게이트를 지나가지고 안에 들어가서 막 사진을 앞에 와이즈 어니스트호라고 영어로 써져있는 그것을 앞부분을, 선수 부분을 찍고 전체 찍고 한 서너 장 찍는데 벌써 경찰차가 라이트 깜빡깜빡 켜면서 쫓아와서 촬영금지, 그다음에 너 자신도 나가야 한다, 게이트에서. 그래서 억지로 밀려 놔와서 더 이상 촬영을 못하고 먼 부분에서 촬영하고 그다음에 제가 산으로 올라가서 산에서 제가 드론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으로 올라가서 산에서 아래로 보고 찍고. 그렇게 하고 야간에도 가서 뒤에 선미 부분에 가서 찍었는데 불빛이 새어나오지 않았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지금은 굉장히 통제가 되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이현휘: 그렇죠. 그리고 통제가 돼 있고 신문사 또는 관계자들한테 제가 문의를 해봐도 자기들은 유엔이나 연방정부에서 발표해준 그 이상은 자기들이 확인해줄 수 없다. 다만 그 사람들이 얘기해와서 전부 조사가 끝나고 관계기관들이 조사가 끝난 다음에 자기들이 이 배를 어디로 어떻게 해야 할까도 확인해줄 수 없다. 이렇게만 대답을 합니다.

◇ 전진영: 그럼 지금도 그 배가,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여전히 항구에 정착을 해 있습니까?

☎ 이현휘: 예, 제가 어제 저녁까지 확인했고 지금 오늘 아침까지 제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 전진영: 그렇군요. 선생님 굉장히 사모아에 오랫동안 거주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 이현휘: 43년째입니다.

◇ 전진영: 네, 그러니까 굉장히 오래 사셨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사모아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테고, 사실 한국에서는 사모아라는 곳이 좀 익숙지 않은 곳이라서요. 파고파고 항구가 어떤 곳인가요?

☎ 이현휘: 여기 항구가 너무나도 아름다고, 또 우리 팔꿈치를 딱 겹치면 ㄱ자가 되지 않습니까. 항구 자체가 입구에서부터 완전히 ㄱ자로 돼 있기 때문에 입구만 봉쇄하면 어느 곳도 나갈 수도 없고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 이곳의 아주 정말 안전한 항구고요. 너무나도 이곳이 하여간 아름답고 청정 지역이고 또 이게 수심이 깊어서 크루즈도 많이 들어오고, 그다음에 심지어는 미 해군 잠수함이 들어와서 여기서 연료를 공급받고 나가기도 합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생각보다는, 저희가 좀 작은 항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중요한 선적도 평소에 많이 왔다갔다하는 그런 큰 항구네요.

☎ 이현휘: 그럼요. 여기에서 물건 오는 게 전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쪽에서 오고, 그다음에 이제 저쪽 한국에서 차량을 싣고, 현대랄지 다른 차량을 싣고 와서 옆에 있는 바로 웨스턴사모아 항에 두기도 하고. 여기는 미국 지역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만든 차가 오고, 한국에서 만든 차가 옵니다. 그다음에 여기 화물선이 컨테이너선이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오는 것 있고, 세 군데서 오죠. 그래서 선박들이 굉장히 많이 컨테이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현장 분위기 너무 생생하게 잘 전해주셔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전화 연결 고맙습니다.

☎ 이현휘: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사모아 현지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계시는 이현휘 선생님께 현장 분위기를 들어봤습니다. 사모아라는 곳이 제가 말씀을 드렸지만 좀 익숙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어떤 분위기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거기 현장에 오래 사시는 분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조금 더 현장감이 와 닿는 느낌이 듭니다. 계속해서 저희 문희정 평론가와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처음에 인도네시아에서 억류를 했다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왜 미국에서 압류를 해 간 건가요?

◆ 문희정: 선원 25명과 북한산 석탄 2만5천500t을 싣고 북한 남포를 출발한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인도네시아 영해에서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도네시아 해군은 이 선박을 조사해 석탄 운송 허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억류를 결정했고 1년여의 억류 기간 동안 북한과 미국은 이 배의 인도 여부를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1월 19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형사법원이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북한인 선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인 브로커에게 석탄의 판매를 허용해, 한때 선박이 북한으로 인도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해당 선박이 국제법 위반 혐의에 연루된 자산으로, 몰수 대상인 만큼 인도네시아 국내법으로만 다룰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결국 배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보고서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러시아 화물선과 '선박 대 선박' 환적을 계획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배에서 발견된 계약서에는 석탄이 홍콩의 무역회사를 거쳐 한국의 한 회사로 최종 인도된다고 명시됐지만, 두 회사 모두 계약서와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 전진영: 국제제재를 위반했는데 미국은 또 미국 국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거든요. 이건 미국 국내법으로 처벌하겠다는 건데 이게 가능한가요?

◆ 문희정: 정확한 지적입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끊임없이 국제적 질서나 규범을 파괴했다거나 인도주의적 차원의 개입이라는 이유를 들어 미국 국내법으로 처리하는 언뜻 논리에 맞지 않는 행동들을 상당히 많이 해왔는데요. 이번에 북한도 미국이 국제 문제를 미국 국내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 법무부가 와이즈어니스트 몰수를 위해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한 민사소송 소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압류 근거는 국내법인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인데요. 국가 안보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자산 압류 등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법으로 제재 범위가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면이 있어 대북사업을 검토하는 금융권에서는 사업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에 따르면 석탄 등 금수품목은 ‘압류 및 처분’이 가능하지만 선박은 ‘억류’만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미국 국내법을 끌어와 선박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건 겁니다.

◇ 전진영: 그러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문희정: 미국 법무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일단 사모아에서 조사를 진행한 후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본토로 압송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법원이 몰수를 승인하면 법무장관은 이를 즉각 매각하거나 다른 상업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통해 처분을 지시할 수 있기 때문에 미 ABC뉴스는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미국에서 매각 절차를 밟을 전망이며 경매에 나올 수도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의소리(VOA)방송은 15일 “북한 화물선이 앞으로 경매에 붙여지거나 미군 훈련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는데요. 만약 미 해군 훈련용으로 활용될 경우 다시 말해 미군의 해상 사격 훈련 시 선박 표적으로 사용된다면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전진영: 미국의 압류가 진행된 후 북한이 상당히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죠?

◆ 문희정: 북한은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을 공약한 6·12 조미 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저들의 날강도적인 행위가 금후 정세 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공식적인 형식을 통해 미국을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북한이 최선희 제1부상 등 외무성 고위인사를 내세워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대미 비난을 해왔다는 점과 더불어 이번에 사용된 ‘후안무치’, ‘불법무도’, ‘날강도적 행위’ 등의 거친 표현들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대미메시지로는 가장 높은 수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 위원장은 지난 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 연말을 시한으로 내걸면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는데요.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음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북한 측 비판에 대해 미 국무부와 법무부는 논평을 거부하며 최대한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전진영: 북한이 자칫 대화 자체를 단절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을 한 이유는 뭔가요?

◆ 문희정: 이번에 미국이 압류한 화물선이 그동안 외화벌이에 그만큼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대북제재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읽히는데요. 전문가들은 철도나 도로를 통한 육로 교역이 막힌 상황에서 와이즈 어니스트호 같은 대형 선박을 빼앗긴 것은 북한 경제에 큰 손실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국제 무역의 대부분을 해운에 의존하고 있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통해 해상무역 봉쇄에 주력해왔는데요. 이에 북한은 석유와 석탄을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즉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제재망을 피해왔습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1980년 건조된 길이 176.6m, 폭 26m, 1만7061t급의 북한 내 최대급 화물선으로, 미국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북한 군부가 운영하는 송이종합상사 계열사인 송이운송회사 소유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크기나 운송 능력 모두 북한 내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주력 상선으로 추정됩니다.

◇ 전진영: 그렇다면 그동안 북한의 선박 간 환적을 통한 밀무역은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나요?

◆ 문희정: 북한 선박인 줄 알고 직거래하는 방식보다는 중개인이나 중간 선박을 거치는 방식이 많기 때문에 정작 자신들의 물품이 최종적으로 북한으로 가는 것인지, 반대로 자신들이 수입하는 물품의 원산지가 북한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가 대주주인 오일허브코리아는 2017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대북 제재 위반 의심 선박 6척에 100여 차례 유류 64만여 톤을 적재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는데요. 이에 대해 한국석유공사는 오일허브코리아 관련 유류물류기업으로 고객사 지시에 따라 화물을 보관하거나 입·출하를 시행하는 업무만 할 뿐 판매와 구매 등 거래과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한 뒤 출하 이후 외국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북한에 불법으로 석유를 수출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대만 사업가가 최근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7월 기소 당시 그는 홍콩에 가서 석유를 판매한다고 신고했고, 중국인 중개인에게 속았다며 북한 선박과 관련돼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 전진영: 말 그대로 공해상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환적 행위들은 어떤 방식으로 적발되는 건가요?

◆ 문희정: 북한이 제재망을 피하고자 공해상에서 벌이는 불법적인 환적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영국 해군이 태평양에 파견되기도 했는데요. 영국은 서덜랜드함과 몬트로스함 등 호위함 4척을 동중국해와 동해 등에 파견하고 있으며 미국·일본·호주·캐나다·프랑스 등과 함께 한반도 인근 공해상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감시선들이 직접적으로 현장 적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일같이 북한과 중국 등 주요 항구들에 대한 위성사진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소리 방송은 15일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12일 북한 남포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 대형 선박 2척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보도를 내놓으며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이 방송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남포항에 최소 7척의 선박이 드나드는 모습이 확인됐다는 것과 남포 인근에 위치한 송림 항에서도 선박들이 드나들고 있는 것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유엔 전문가패널은 지난달 12일 공개한 대북제재 이행 및 효과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은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불법 환적을 통해 석유 수입과 석탄 수출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전진영: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과 관련해 이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이번처럼 강도 높게 압류 조치를 행한 건 거의 처음 아닌가요?

◆ 문희정: 사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을 통해 북한과 관련된 기관이나 개인을 제재하거나, 국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대북 압박을 해왔는데요. 이번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국 내의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방식, 즉 사법부를 동원해 직접적으로 북한의 재산을 몰수했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관행적으로 행해오던 다소 소극적인 제재와 달리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행동 조치에 나선 이유는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도 절대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있음을 미국 내부의 대북 강경파들을 향해 보여준 측면이 있고요. 또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국내적 이슈들을 덮는 것과 동시에 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재선을 위한 굵직한 외교 의제들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국제 사회를 향해서는 대화는 진행하되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변함없이 제재의 고삐를 강하게 죌 수 있음을 북한뿐만 아니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중국, 최근 압박의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이란, 기존 마두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개입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등 여러 나라들에게 경고하며 국제 사회 역시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진영: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고 미국이 직접적으로 북한의 자산을 몰수하는 상황이 벌어진 지금 북미 간의 대화 국면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될까요?

◆ 문희정: 전문가들은 북한의 외교적 자존심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와이즈 어니스트 압류건은 앞으로 북미대화의 교착 국면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미사일 발사에 선박 압류까지, 북미 간에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북미 대화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판을 흔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루 빨리 북미 간 대화 진전을 통해 경제 제재를 푸는 것이 시급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짐짓 여유를 부리는 모습에 더 애가 탈 수밖에 없는데요. 미중 무역 전쟁이나 이란, 베네수엘라 문제 등 다른 국제적 사안에 밀려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떨어지거나 주요 관심사 밖으로 밀리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북한과 미국 그 어느 쪽도 대화를 포기하거나 판 자체를 깨겠다는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양쪽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 중 하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신경전보다는 물밑에서 실무자들 간에 얼마나 자주 끊임없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지가 북한 비핵화 협상의 향후 전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진영: 그런데 도발의 수위를 높여 상대를 협상장 안으로 끌어들인 전례가 있나요?

◆ 문희정: 미국은 2005년 9월 미국 애국법(PATRIOT Act) 311조에 의거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하고, 자국의 금융기관과 거래를 중단시킨 적이 있었는데요. 은행의 도산을 우려한 마카오은행감독기구가 2,500만 달러의 북한 자금을 포함한 모든 금융거래를 동결시키자 미국과 북한 간 갈등이 고조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도 미국 국내법이 적용됐고 이 사건으로 직전 도출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대신 북한은 그해 10월 1차 핵실험을 하며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했는데요.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 부상이 ‘피가 마른다’는 발언까지 하며 “2500만 달러에 대한 동결을 해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대미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북한은 BDA 제재가 부과되자 6자 회담에 복귀했고 당시 중동 문제에 쏠려 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유화책으로 돌아섰는데요. BDA에 동결됐던 북한 자금은 북한과 미국의 정치적 합의에 따라 2007년 6월 미국 뉴욕연방은행과 러시아 중앙은행을 거쳐 북한 계좌로 이체됐습니다.

◇ 전진영: 선박 압류와 더불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전망까지 저희가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희정: 고맙습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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