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없는 김정남 암살 사건..."자유 조선 응답하나?"

살인자 없는 김정남 암살 사건..."자유 조선 응답하나?"

2019.04.02.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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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국제공항에서 북한 여권을 가지고 있던 40대 남성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형, 김정남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여성이 다가와 김정남의 얼굴에 VX라는 독성 신경제를 묻혔고, 그는 곧 사망했습니다. 당시 상황 다시 볼까요?

김정남이 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와 무인발권기로 발걸음을 옮긴 순간 여성 용의자 두 명이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흰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김정남의 머리 부분을 등 뒤에서 두 팔로 감싸고 마치 헝겊으로 얼굴을 가리는 듯한 행동을 합니다.

김정남에게 공격을 가한 두 여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CCTV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김정남은 공항 정보센터로 천천히 걸어가 눈을 비비는 듯한 시늉을 하며 말하지만, 잠시 뒤 독성 물질에 의해 사망합니다.

두 여성은 인도네시아의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의 도안 티 흐엉이었습니다. 이 둘은 곧 붙잡혔고, 자신들은 TV 리얼리티 쇼로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 여성들을 훈련된 암살자로 보고 기소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줄곧 타국의 정치적 문제에 휘말린 무고한 희생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석방을 주장했습니다.

노력의 결과일까요?

지난달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돌연 아이샤에 대한 살인 혐의 기소를 취하했고 말레이시아 고등법원도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아이샤를 석방했습니다.

[시티 아이샤 / 석방된 인도네시아 여성 : 너무 행복합니다. 오늘 자유로운 몸이 됐는데 (석방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여성 흐엉 역시 오는 5월 석방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법원은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의 상해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흐엉이 체포되고 올해로 이미 3년을 넘긴 상황입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흐엉에 대해 살인이 아닌 '상해 혐의'로 공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법령상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는 살인 혐의와 달리 상해 혐의는 최고 징역 10년 형에 처합니다.

흐엉 측 변호팀은 말레이시아 사법 시스템에서 통상적으로 감형이 이뤄진다면서 5월 첫째 주에 석방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강경했던 말레이시아 정부의 태도 변화는 어떤 이유일까요?

[박원곤 /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 (더뉴스, 지난달 12일) : 이게 공교롭게 된 게 아세안의 두 가장 강력한 국가가 여러 가지 인구나 국가 규모나 발전속도나 보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에요. 거기에 비해서 말레이시아는 도시국가 수준의 작은 국가잖아요. 하필이면 인도네시아 국적과 베트남 국적 두 명이 이번 사건에 관련돼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는 또 이런 외교적인 고려를 안 할 수 없겠죠.]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숨진 사람은 김정남이 아니라 '김철'이라는 사람이며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여성에게 살인을 사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인 4명에 대해서는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비공식적으로 북한이 베트남 정부에 사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여성 석방으로 시선이 쏠리는 단체가 있습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자유 조선'입니다. '자유 조선'은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이며, 김정남 암살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대북실장 출신의 김정봉 유원대 교수는 자유 조선 측에서 김정남을 망명 정부의 수장으로 세우려 했고, 이 접촉 후 암살을 당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유 조선은 최근 홈페이지에 '큰일'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앞으로의 행보가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이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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