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돌기둥'에 돌 던지려다 참변...700여 명 사망

'악마의 돌기둥'에 돌 던지려다 참변...700여 명 사망

2015.09.25.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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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마다 열리는 이슬람 최대 성지 순례 행사인 하지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700여 명이 압사했습니다.

부상자도 8백 명이 넘고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는 이슬람교도의 5가지 의무 가운데 5번째 의무인데요.

이슬람교도라면 일생에 한 번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태어난 성지 메카를 순례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매년 수백만 명의 신도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사고가 끊이질 않았는데요.

현지 시각으로 어제 오전 발생한 사고는 메카에서 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미나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 행사 가운데 대미를 장식하는 '자마라트' 의식을 위해 모여든 인파들이 넘어지고 깔린 겁니다.

하지가 열린 미나에는 악마의 돌기둥이라고 불리는 이런 돌기둥 3개가 있는데요.

'자마라트'는 여기에 자갈 49개를 7번에 나눠 던지며 악마를 물리치는 의식입니다.

김종욱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해드립니다.

[기자]
순례객들이 참가하려다 희생된 '마귀 돌기둥' 행사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신의 뜻에 따라 아들을 바치려 할 때 유혹했다는 악마를 쫓는 의식입니다.

각국에서 온 수백만 명이 성지 메카의 카바 신전 주위를 돈 뒤 고스란히 미나 계곡으로 이동해 마귀 돌기둥에 돌을 수십 개씩 던집니다.

해마다 '하지'의 절정을 이루는 순서로, 좁은 곳에 엄청난 인파가 앞다퉈 몰리다 보니 뒤엉키고 깔려 숨지기 일쑤입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동일한 시각에 200만~300만 명이 몰리고 일생에 한 번 가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 열정으로 어느 정도 다들 흥분한 상태이고요."

사우디는 250여 명이 숨진 2003년 사고를 계기로, 비상 통로를 갖춘 인도교를 만드는 등 미나 계곡을 크게 정비했습니다.

돌기둥은 돌벽으로 바꿔 과녁을 넓히고, 보안 요원들이 순례객들을 나눠 이동시키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슬림의 가장 성스러운 의무를 지키려 불상사조차 신의 뜻으로 여기는 순례 물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사우디 정부도 우회 도로나 여러 도로를 정비하고 병력을 배치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200만 명에 추가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도와 사람이 다니는 길을 분리는 해놓았습니다만 이런 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무질서에 의한…

이슬람 시아파 맏형인 이란은 사우디가 현장 부근 도로를 막아 참사가 났다며 책임을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는 순례객들이 규정과 시간표를 어겼고,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이들이 뒤엉켜 일어난 사고라고 반박했습니다.

YTN 김종욱[jw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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