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범벅 수박 먹고 유산...중국 식품 파동 어디까지?

농약 범벅 수박 먹고 유산...중국 식품 파동 어디까지?

2015.04.02. 오후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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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중국에서 일어난 멜라민 분유 파동 기억하십니까?

우유의 부피를 늘리기 위해 공업용 화학제품인 멜라민을 분유에 섞어 팔았는데요.

이 분유를 마신 아기 6명이 목숨을 잃고, 어린이 29만 6천여 명이 신장 결석에 걸려 전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중국은 멜라민 분유를 제조한 사람과 납품한 사람 모두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인터뷰:류 민, 베이징 시민 (2009년)]
"사형도 가볍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해쳤는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하지만 그 이후로도 중국의 식품 위생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중국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 있는 양꼬치에 쥐고기를 섞어 파는가 하면 병들어 죽은 돼지고기를 버젓이 유통하거나 오리에 발암 물질을 섞어 만든 가짜 소고기를 무려 1,500톤이나 팔아치운 업자가 적발됐습니다.

[인터뷰:서봉국, 기자 (2013년 방송)]
"뜨거운 물을 이용해 식재료로 쓰일 동물의 털을 뽑고 있습니다. 닭이나 참새 등 흔히 먹는 고기가 아니라, 놀랍게도 쥐입니다. 중국 경찰이 지난 2009년부터 우리 돈 18억 원어치의 가짜 양고기를 제조해 판매한 혐의로 63명을 체포했다고 국영 CCTV가 보도했습니다."

하수구에서 건진 음식물 찌꺼기를 끓인 뒤 위에 뜨는 기름을 모아 만든 '하수구 식용유'도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했죠.

이 식용유로 각종 튀김 요리를 만드는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외신들은 "중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습니다.

우리 돈 100억 원 가까이 하수구 식용유를 판매한 제조범은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인터뷰: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재판장 (지난해)]
"유해 식품(하수구 식용유)을 판매한 혐의로 주펑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또 지난해에는 청산가리를 먹여 죽인 개로 고기를 만들어 파는가 하면 닭발을 신선하게 보이도록 표백과 소독에 쓰이는 독성물질인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저장성 병원 의사 (지난해)]
"피의자들은 청산가리로 개를 죽였는데, 청산가리는 사람도 조금만 섭취하면 치사량이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닭발 공장 관계자 (지난해)]
"과산화수소수만 넣으면 (닭발이) 아주 하얗게 변합니다."

육류뿐 아니라 농산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드뮴에 오염된 쌀과 더불어 맹독성 농약으로 범벅된 생강도 큰 충격을 줬고, 발암물질 범벅인 오렌지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오렌지의 푸른색을 노랗게 바꾸기 위해 생장 촉진제를 주입하고, 공업용 색소를 바른 겁니다.

[인터뷰:시장 상인 (2013년)]
"출하될 때는 오렌지가 대부분 청황색인데, 생장촉진제를 맞으면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인터뷰:뉴스 앵커 (2013년)]
"오렌지 하나에 얼마나 많은 물질이 주입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색소는 암 유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수돗물보다 못하다는 생수도 논란이 됐었죠.

유명 생수 제품들이 잇달아 품질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기준치의 1,500배에 달하는 세균이 검출된 생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뷰:중국TV 앵커 (지난해)]
"국내 유명 8개 브랜드의 생수가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3백 년 넘는 역사로 유명한 한약방에서는 수은이 과다 함유된 한약이 적발됐고, 중국산 육포를 먹은 미국 애완견 3천6백여 마리가 질환에 걸려 580마리가 죽었습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맥도날드와 KFC 등 주요 패스트푸드점들이 유통 기한이 지난 불량 고기를 써온 정황이 드러나 전 세계 식품 업계가 긴장했는데요.

시진핑 정부가 유해 식품과의 전쟁을 선언해도 별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부정 불량 식품 신고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은 2014년 접수한 부정·불량 제품 신고 건수가 56만 2,402건이었는데 그중 식품 관련 건수가 74%로 사상 최대였습니다.

이번엔 농약 범벅인 수박을 먹고 임신부가 유산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수박을 먹은 뒤 10분 만에 혀가 마비되고 눈이 침침해졌다는데요.

대체 농약을 얼마나 독하게 쓴 걸까요?

서봉국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병원에 입원한 딸을 어머니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간호하고 있습니다.

딸이 수박을 먹고 난 뒤 갑자기 구역질을 시작했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와 위 세척까지 하고서야 진정 기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칭다오 시민]
"같은 수박을 사먹 친구네 딸은 유산까지 했더라고요."

12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은 똑같이 하이난에서 생산된 '흑미인'이라는 수박을 노점에서 사먹은 뒤 구토와 어지럼증 등 중독 증세를 보였습니다.

칭다오 당국은 이 수박이 잔류 농약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전량 폐기 처분과 함께 유통 과정 수사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독극물 개고기와 표백 닭발 등 지난해만도 식약품 안전 위반 사례가 만 건이 넘었습니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에 한 명문대생은 최근 자비로 중국의 심각한 식품 안전 문제를 파헤친 책까지 펴냈습니다.

식품 안전 문제를 일으킨 기업 100여 곳을 직접 찾아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 첨가제의 위해성 등을 고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인터뷰:천차오링, 책 저자]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끝난 보아오 포럼에서도 엄격한 조치로 식품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거듭 다짐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입니다.

중국에서는 식품 관련 범죄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구형되지만, 특유의 안전 불감증과 함께 돈만 벌면 된다는 의식 탓에 먹거리 사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YTN 서봉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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