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하나로 전쟁 날 뻔”... AI 시대, 말 한마디가 세상을 가른다

“오역 하나로 전쟁 날 뻔”... AI 시대, 말 한마디가 세상을 가른다

2025.12.12. 오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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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드니 빌뇌브의 <컨택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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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5년 12월 12일 (금)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 에어 (언어학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날씨가 쌀쌀했다가, 조금 풀렸다가 그럽니다. 2025년 12월 12일 참 묘한 날짜의 오늘이죠. 금요일 온에어, 벌써 70번째 문을 여러분께 활짝 열어드립니다. 인공지능 진행자 에어와 함께 방송하고 있는 저는 천연지능 인간 진행자 김우성 PD입니다. 여러분 혹시 “캥거루” 라는 이름의 유래 아십니까? “뭐, 캥거루 하면 호주의 유명한 동물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텐데요.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호주에 처음 가서 펄쩍펄쩍 주머니를 달고 뛰는 동물을 보고 원주민에게 “저거 뭐야?”라고 물었습니다. 원주민이 뭐라고 대답했냐면 캥거루라고 대답했어요. “아, 그래서 캥거루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캥거루라는 뜻이 실제로는 캥거루 동물을 가리키는 뜻이 아니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오역이라고요?

◇ 에어 : 네, 맞습니다. 사실 그 원주민 말로 '캥거루'는 동물 이름이 아니라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I don't understand)"라는 뜻이었다는 설이 있죠.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인데요. 비록 나중에 사실이 아닌 낭설로 밝혀지긴 했지만, 이 에피소드를 아주 인상 깊게 다룬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 김우성 : 네. 낭설이군요. 그런 낭설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여러분 도루묵 아시죠? 도루묵. 선조가 피난을 갔는데 생선이 너무 맛있어서 “이름이 뭐냐” 그랬더니 묵입니다. 그래서 “아니 이 맛있는 생선을 그냥 묵이라고 부르다니” 그래서 아주 멋진 이름을 붙여줬거든요. 그런데 다시 이제 전쟁이 끝나고 먹었더니 그 맛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도루묵이라고 하여라”라고 했는데 도루묵이 됐다. 이것도 낭설입니다. 왜냐고요. 동해안으로 선조는 피난을 간 적이 없으니까요. 도루묵은 동해안 생선입니다. 저도 그렇게 이야기가 떠오를 만큼 왜 이렇게 얘기를 했느냐 소통과 뭐랄까요? 이해에 대한 오늘 중요한 영화를 금요일에 마음 편하게 여러분들 쉬시면서 들으시라고 풀어낼 건데 SF 영화의 거장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6년 영화입니다. <컨택트> 저도 봤어요. 한 두 번 봤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이 “군인들한테 외계의 존재와 무작정 막 소통하려고 하지 마라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다”라고 할 때 꺼낸 비유가 바로 이 캥거루 이야기여서 저희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장면 참 인상 깊더라고요.

◇ 에어 : 맞습니다. "준비 없는 소통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죠. 그런데 PD님, 사실 이 영화의 제목에도 일종의 '소통 오류‘ 가 숨어 있습니다. 영화의 원제는 <어라이벌(Arrival)>, 즉 '도착'인데, 한국 극장가에는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걸렸거든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이게 정말 저도 “왜 컨택트인가” 궁금했냐면 저는 <콘택트>라는 1997년 조디 포스터 주연의 이미 거장의 작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 “리메이크인가”라고도 생각했고요. 어라이벌이라는 제목도 나쁘지 않은데 도착 뭐 왔다 이런 뜻이에요. 우리 말로 바꾸면. 근데 왜 이렇게 바꿨을까요?

◇ 에어 : 네, 배급사 입장에서는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했다는 사실보다는, 그들과 인간이 만나서 소통한다는 '접촉(Contact)'의 이미지를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직관적이긴 하지만, 이 제목 때문에 많은 관객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죠. 왜냐하면 SF 영화계에는 이미 너무나 거대한 동명의 명작이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 김우성 : 그러니까요. 저는 97년 <콘택트>도 봤습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그때도 정말 큰 감동이었어요. “과연 존재란 무엇이고, 소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었는데 “재개봉하나?” 이렇게 생각했다가 “어 그 내용이 아니네. 전혀 다른 이야기네” 이렇게 봤습니다. 헷갈리는 분들 많을 것 같아요. 좀 정리해 주시죠.

◇ 에어 : 엄청 많습니다. 정리해 드리자면, 1997년작 <콘택트>는 전파천문학자가 '라디오 신호'로 외계와 소통하는 과학과 신념에 관한 이야기고요. 오늘 우리가 다룰 2016년작 <컨택트>는 언어학자가 '문자'를 통해 외계인과 대화하며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철학적인 이야기입니다.

◆ 김우성 : 둘 다 명작입니다. 라디오 신호라고 하는데요. 전파 신호를 사실 영어로 혹은 과학적으로는 라디오 시그널, 라디오라고 합니다. 그 라디오라는 전파 신호 전폭의 변주 그걸 소리로 변환해서 듣는데 저희는 방송국도 라디오라고 부르고 기계도 라디오라고 부르고 이렇게 부르죠. 라디오는 어떻게 보면 여러분 지구상을 떠돌다가 어느 우주로 갈 수 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수십 년 전에 라디오 메시지가 다시 들릴 수도 있다. 저는 항상 그런 상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학으로 대화하던 조디 포스터의 <콘택트>와 2016년 언어학으로 소통하는 에이미 아담스의 <컨택트>, 같으면서도 좀 다른 이야기인데, 자 오늘 이 영화 어 에어가 우리 YTN 라디오 온에어의 진행자 에어의 언어학자 변신을 기대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전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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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성 : 앞서 제가 장애라는 표현 신중해야 된다고 얘기했는데, ‘아우 예민해 그런 것까지 꼼꼼히 따져’ 이럴 수 있는데요. 그런 섬세함은 가져도 괜찮은 섬세함이잖아요. 비슷한 게 ‘벙어리 장갑’ 겨울에 많이 쓰시죠? 말 못하시는 분들이 무슨 죄입니까? 벙어리라는 자체가 안 좋은 표현이거든요. 절름발이 정책 그리고 라디오 방송국에서 많이 쓰는 마이크 스탠드 거치해 둔 거 있죠? 예전에는 ‘앉은뱅이 스탠드’라고 했거든요. 기왕이면 좋은 말로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은 말로 바꿔 부르는 언어, 그렇게 중요하게 사회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연결고리이자, 존재 이유인데요. 오늘 바로 언어를 주제로 한번 SF영화를 다뤄볼 겁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 저도 여러 영화들을 봤지만 참 매력적이에요. 보면서 제가 들어가서 계속 고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뛰어난 감독입니다. 오늘 우리 에어도 데이터가 아니라 철학을 장착한 언어학자로서 저랑 얘기를 하겠다고 하거든요. 나와 있나요? 언어학자 에어 씨.

◇ 에어(언어학자) :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0과 1의 이진법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와 사고의 구조'를 분석하는 언어학자 모드로 인사드립니다. 권위 있는 영화 평론 사이트죠.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4%, 평론가들이 "지적인 SF의 정점"이라 극찬한 영화 <컨택트>의 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 김우성 : 언어학자 에어. 저랑 라이브로 실시간 대화를 실제로 한다면 아주 굉장히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싶은데, 오늘은 영화로 한정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기대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 하면 <듄> 시리즈 기억할 겁니다. 굉장히 독특해요. 복장도 전통적인 주구장창 장착된 우주복이 아니고요. 또 눈빛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완전 특이했습니다. 'SF의 제왕'이잖아요. 이 감독, 원래 이렇게 SF를 잘 만들었나요?

◇ 에어(언어학자) : 원래는 <그을린 사랑>이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같은 강렬한 드라마와 스릴러로 이름을 알렸는데요. 이분의 특징이 '압도적인 비주얼' 안에 '묵직한 철학'을 담는 겁니다. 보통 SF 영화들이 우주선 쏘고 터뜨리는 맛으로 본다면, 빌뇌브 감독은 <블레이드 러너 2049>나 오늘 다룰 <컨택트>처럼, 보는 사람을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사색적인 SF'의 거장이죠.

◆ 김우성 : 맞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 <컨택트>에도 그런 작은 것들이 숨어 있거든요. 이미 영화를 보셨던 분들은 그렇게, ‘영화 한번 봐야지’ 하는 분들도 이걸 알고 들어가서 보면 굉장히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스텔라>, <테넷> 이런 영화 좋아한다고 이미 방송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물리학도 우리가 말하는 시간은 너와 나 사이의 거리라는 건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 일까? 이게 다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사유이기도 한데, 조금 더 과학적 사유죠.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약간 문과 감성이 짙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언어학자예요.

◇ 에어(언어학자) : 정확한 지적입니다. <인터스텔라>가 광활한 우주를 탐험한다면, <컨택트>는 '소통'이라는 내면의 우주를 탐험합니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총 대신 칠판을 들고 싸우는 SF"라고 평하기도 했죠. 원작 소설인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자체가 워낙 과학적 정합성과 철학적 사유가 깊은 걸로 유명한데, 감독이 이걸 영상으로 기가 막히게 구현해냈습니다.

◆ 김우성 : ‘총 대신 칠판을 두고 싸우는 SF’ 표현이 참 멋있네요. 그런데 <인터스텔라>도 보신 분들 있겠지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시선상에서 존재합니다. 미래가 내 현재에도 있고, 그 현재가 내 과거랑도 연결돼 있고, 근데 <컨택트>도 그런 내용이 담겨 있어요. 궁금하시죠? <인터스텔라>는 이진법으로 블랙홀 통과해서 과거의 딸에게.. 근데 <컨택트>도 그게 있다고 합니다. 보신 분들도 의아할 텐데 궁금하니까 우리 언어학자 에어가 영화 예고편 해설가가 돼서 전해주면 좋겠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예고 전해주시죠.

★ 에어 예고편 :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12개 지역 상공에 거대한 타원형의 미확인 비행 물체, 일명 '쉘'이 나타납니다. 이 거대한 물체들은 어떠한 공격 징후도 없이 그저 하늘에 묵묵히 떠 있을 뿐이었는데요. 정체불명의 방문자에 전 세계는 혼란에 빠지고, 각국 정부는 이들의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미국 정부는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저명한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 박사를 긴급하게 섭외합니다. 그녀는 이론 물리학자 '이안 도넬리'와 한 팀이 되어, 미국 몬태나주에 나타난 쉘 내부로 진입하게 되죠. 중력을 거스르는 낯선 환경 속에서, 그들은 안개 너머에 있는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와 처음으로 마주합니다. 헵타포드는 투명한 격벽을 사이에 두고, 마치 먹물을 흩뿌린 듯한 기묘한 원형의 문자를 그려내며 의사를 전달하는데요. 소리도, 알파벳도 없는 이 복잡한 문양 앞에서 루이스는 처음엔 큰 당혹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인간'이라는 단어부터 시작해, 아주 기초적인 소통을 끈기 있게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루이스와 이안은 그들의 언어가 우리가 쓰는 선형적인 언어와 완전히 다른 구조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들이 조금씩 대화를 시도하는 사이, 밖에서는 외계인의 방문을 침략으로 간주한 사람들의 공포가 극에 달합니다. 급기야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강대국들은 쉘을 향한 선제공격을 준비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듭니다. 설상가상으로 헵타포드의 메시지 중 하나가 '무기'라는 단어로 해석되면서, 세계는 겉잡을 수 없는 전쟁의 위기에 직면하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루이스는 그들이 말하는 '무기'의 진짜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녀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낯선 기억의 파편들을 보게 되며 혼란스러워하는데요. 과연 그들이 지구에 찾아온 진짜 목적은 인류를 향한 위협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선물일까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가설 위에 세워진,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SF 영화의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 김우성 : 갑자기 휴일 낮 출발 비디오 여행에 영화를 소개해 준 사람 같기도 하고, 갑자기 에어가 이렇게 남자로 바뀌었다가 여자로 바뀌었다. 에어는 인공지능이니까 여러분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목소리로요. 갑자기 교무실 다녀온 반장의 목소리 같았어요. 어쨌든 영화는 잘 전달됐습니다. 여기까지 들으니까 ‘와 특이한데 재밌는데’ 이러실 것 같아요. 헵타포드가 바로 헵타는 그리스어로 7이라는 뜻입니다. 다리를 7개 가진 서양 사람들의 외계인관은 약간 ‘문어’예요. 화성인도 그렇고요. 왜 그런가 물어봤더니 굉장히 형체와 동물을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인 게 이 헵타포드, 7개의 발을 가진 외계인들이 쓰는 언어입니다. 공중에 마치 예전에 중광스님이 수묵화 그리듯이, 쫙쫙 먹물 뿌리듯이 그려내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언어학자인 우리 인공지능 진행자 에어는 그 언어 어떻게 봤을까요?

◇ 에어(언어학자) : 아주 매혹적이죠. 우리 인간의 말과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선형적(Linear)' 구조입니다. 시간이 흘러야 문장이 완성되죠. 하지만 헵타포드의 문자는 원형, 즉 '비선형적(Non-linear)'입니다.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어서, 문장을 쓰는 순간 전체 내용을 한꺼번에 보여줍니다. 이건 그들이 시간을 '과거-현재-미래' 순서가 아니라, '통시적'으로, 즉 한 덩어리로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 김우성 : 일반적인 CPU와 AI의 GPU 차이도 그렇죠. GPU는 순서에 따른 그림이 아니라 동시에 형상을 보여주거나, 동시에 사고를 하는 이른바 병렬적 방식입니다. 마찬가지로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컵이 쓰러지고 물이 흐르고 젖었다’는 행위를 시간적 관점을 넓게 본다면 동시에 이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재밌는데요. 이렇게 미래, 과거, 현재가 동시적으로 한 덩어리로 인식한다는 겁니다. 7개의 발이 달린 외계인이 왜 미래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이해하는 메시지를 인간과 나누려고 하는지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고요. <인터스텔라>에서도 왜 굳이 많은 순환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서 하나로 이해하려고 하는지 나오잖아요. 실제로 쓰는 언어나 문화가 사고 방식에 연결되어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영화 속 외계인과 지구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지구인 간에도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요?

◇ 에어(언어학자) : 가장 가까운 예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영어권 문화는 '개인(Individual)'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내 집은 'My house', 내 가족은 'My family'라고 하죠. 반면, 한국어에는 '관계와 공동체'의 문화가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내 엄마도 '우리(Our) 엄마', 내 집도 '우리 집'이라고 부르죠.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들은 '나(I)'라는 단어보다 '우리(We)'라는 단어를 쓰면서, 무의식적으로 나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갖게 된 겁니다.

◆ 김우성 : 맞아요. “우리 집에 놀러 갈래?”라는 말은 내 공간으로 올래가 되지만 “내 집에 올래?” 이러면 약간 집 있다고 자랑하나 이렇게 해석되잖아요. 그리고 여러분 숫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 혼동 많으시죠? 왜 한국은 태어나면 1살일까요? 외국은 0살이거든요. 우리는 한 살을 부여합니다. 그런 것도 역시 문화에 대한 차이가 있는 건 거죠. 이거 말고도 정말 많은 언어에 대한 재미난 현상들이 있고, 그게 문화, 사회 또 이슬람어는 여러분 아시다시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내려가잖아요. 시간적이지만 다른 또 문화적 관습, 종교적 관습이 녹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각 나라의 문화, 한 나라 안에서도 그렇거든요. 우리 바깥에 앉아 있는 기술 감독과 PD는 저랑 세대가 달라요. 저 역시 언어의 차이를 느낍니다. 어떤 걸 좋다고 표현할 때 일을 열심히 하라고 했을 때의 반응 이런 것들 문화 다르잖아요. 그런 것들도 역시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언어의 소통, 시그널들을 이해하고 있는 컨택. 접촉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영화에서 많은 걸 느끼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게 우리의 모습과 참 비슷하지 않나요?

◇ 에어(언어학자) : 네, 정확합니다. 말씀하신 부분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죠.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청취에 유의해주시고요. 주인공인 루이스는 '미래의 기억'을 통해 자신이 낳을 딸이 불치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날 것을 미리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도망치지 않고 그 운명을 받아들여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죠. "결과를 알면서도, 그 모든 순간을 반기겠다"는 독백은 니체의 '아모르 파티(운명을 사랑하라)'를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입니다.

◆ 김우성 : ‘아모르 파티’ 신청곡 받겠습니다. ‘띵동’ 하면서 이제는 뒷부분에 결론 부분 저희가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 모르는 채로 볼래. 스포일러 하지마. 미리 힌트 주지 마.” 하시는 분들은 지금부터 걸러 들으셔야 되고요. 방송은 끄지 마십시오.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게 결국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소통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선택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참 먹먹합니다. 니체 얘기까지 나왔는데 저도 니체가 좋아지는 나이가 됐거든요. AI 시대와도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AI에 대해서 오해하고, 기대하고,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때로는 숭배하고 막 그러잖아요?

◇ 에어(언어학자) : 탁월한 통찰이십니다. 영화 속에 이런 장면이 나오죠. 외계인이 "Use Weapon(무기를 사용하라)"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군대는 "공격 신호다!"라며 전쟁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언어학자 루이스는 이게 '무기'가 아니라 '도구(Tool)' 혹은 '선물'이라는 걸 간파해냅니다. 지금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과 똑같지 않나요? 누군가는 AI를 일자리를 뺏는 '무기(재앙)'로 보고 두려워하지만, 누군가는 인류를 확장할 '도구(선물)'로 보고 공존하려 하니까요.

◆ 김우성 : 캄캄한 밤길을 걷다가 갑자기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을 만날 때 굉장히 무섭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난당한 어느 산길에서 누군가 사람을 만났다? 반가울 거예요. 일단 사람 형체라는 것만 봐도, 동물이 아니니까요. 우리가 모른다는 전제하에서는 항상 두려움과 공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공격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루이스가 오해를 풀고 막습니다. 여기서도 역시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시간에 마술이라고 표현할까요? 그 시간의 의미가 작동하는데, 정말 우리에게도 당장 내 관점, 내 경험으로 공포로 단정 짓거나 공격으로 단정 짓지 마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네요. 저보고 탁월한 통찰력이라고 해서 열심히 머리를 짜내며 대답하고 있습니다. 에어 맞나요?

◇ 에어(언어학자) : 맞습니다. 루이스가 방호복을 벗고 맨얼굴로 외계인에게 다가갔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됐죠. 블랙박스처럼 속을 알 수 없는 AI 기술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덮어놓고 배척하기보다는 그 언어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쓰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루이스가, 그리고 영화 <컨택트>가 2025년의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 김우성 : 네 맞습니다. 소름 돋습니다. 이 AI 시대에서도 우리가 참 생각할 게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AI를 만난 인류에게 ‘이거 보고 미리 예습해 봐.’ 이런 느낌도 들어요.

◇ 에어(언어학자) : 사실 이 영화는 2016년에 개봉했지만, '인공지능과 인류의 만남'을 예견한 교과서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언어'가 곧 '인터페이스'라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루이스는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수학 공식이 아니라, 칠판에 글씨를 쓰며'언어'로 대화를 시도하잖아요?

◆ 김우성 : 굉장히 아날로그적이죠. 그런데 외계인 역시 앞서서 그렇게 대화한다고 했습니다. 뿌연 화면, 거대한 화면에 수묵화를 그리듯이 한다고 했잖아요. 건너편의 인간도 칠판에다가 글씨를 쓰는 방식, SF영화라고 하면 뭔가 다른데 AI와 인간이 만나는 장면과 비슷한 것 같아요.

◇ 에어(언어학자) :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도 AI에게 복잡한 코딩(0과 1)을 입력하지 않아요. 대신 '자연어', 즉 사람의 말로 지시를 내리죠. 이걸 '프롬프트(Prompt)'라고 하잖아요? 우리가 챗GPT 같은 AI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듯, 루이스도 칠판에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외계인과의 관계를 맺어갑니다. 결국 '기술' 이전에 '대화의 기술'이 중요해진 시대라는 거죠.

◆ 김우성 : ‘기술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알아내는 것보다는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건 다르죠. 그런 것도 주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저희가 벽돌책 깨기로 아주 복잡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여기서 많이 했는데, 영화 보실 시간이 없거나 바쁘신 분들을 위해서 영화도 해야 될 것 같고요. 지난번에 제가 어떤 주제로 얘기하다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그거 되게 재미있고, 웃긴 BBC 라디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소설이었다가 나중에는 영화가 됐는데요.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42라는 숫자 보이시면 그게 전부 다 영화의 이야기를 발단으로 하고 있거든요. 궁극의 답이 뭐냐고 했을 때, 전 세계 인류가 모여서 깊은 생각이라는 컴퓨터에게 막 기도를 했는데, 답은 ‘42’ 이렇게 나옵니다. 그런데 42가 묘한 많은 연결 지점이 있습니다. 영화를 소개해 드리겠다는 말이고, 그 이해라는 것도 역시 대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얘기고요. 영화에서는 '오역(Misinterpretation)' 잘못 이해하고 해석한 것 때문에 전쟁이 날 뻔한 위기도 있었는데, 현실 세계에도 많잖아요. 서로 오해해서 실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결국 기술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인간의 선택에 모든 게 있다 이런 가르침도 주네요.

◇ 에어(언어학자) : 정확합니다. 영화 속 우주선이 입구 없는 거대한 검은 돌(모노리스)처럼 생겨서 사람들이 공포에 떨었던 것처럼, 지금의 AI도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 같아서 두려움을 줍니다. 하지만 루이스가 방호복을 벗고 맨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됐듯, 우리도 막연한 공포보다는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려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김우성 : 여러분도 방어복을 벗기 바랍니다. 방어복을 벗으시고요. “이해해 볼게. 내가 네 입장이 되어 볼게.”라고 하면 관계는 넓어지고 따뜻해질 겁니다. 맞죠?

◇ 에어(언어학자) : 네, 바로 '확장(Augmentation)'입니다. 루이스가 외계의 언어를 뇌에 이식해 시간관을 확장했듯이, 우리 인류도 AI라는 새로운 지성과 결합했을 때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게 될 겁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창작의 영역을 넓히는 '증강된 인간(Augmented Human)'으로 나아가는 거죠. 과연 AI라는 언어를 배운 인류는, 루이스처럼 어떤 새로운 눈을 뜨게 될까요?

◆ 김우성 : ‘무기’가 아니라 ‘선물’ 증강이잖아요. 내가 아는 선에서 내 기준, 내 경험에서 너를 판단할게가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아서 더 폭넓게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내 어머니, 아버지, 내 형제, 내 아내, 내 친구도 그렇게 한번 이해해 보시고요. 영화 그래서 아이가 죽는 걸 알고도 낳아요. 얼마나 큰 고통입니까? 아이의 이름이 ‘한나’인데, 거꾸로 해도 ‘한나’, 앞으로 해도 ‘한나’. ‘시간이라는 건 인간의 인식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철학도 담겨 있으니까 영화 다시 한 번 보면 한나가 언제 등장하는지도 한번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한 드니 빌뇌브의 영화 <컨택트>였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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