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YTN] “이거 먹으면 큰일 나요!” “당장 버리세요!” 공포의 의학정보, 진실

[열린라디오YTN] “이거 먹으면 큰일 나요!” “당장 버리세요!” 공포의 의학정보, 진실

2025.11.03. 오후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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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 (이하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요즘 유독 많이 눈에 띄고 있는 건강 관련 정보들입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뉴스를 접할 때가 많은데요. 거의 매일 같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들이 많이 노출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살펴볼 내용은 뭔가요?

◇ 선정수 :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이죠. 라면에 관한 정보입니다. 모바일 포털에 게시됐던 기사들을 좀 모아봤는데요. <라면 끓일 때 “이 냄비”만 피하세요… 신경까지 손상됩니다><"암 걸리는 지름길!" 90%가 '이렇게' 라면 끓여 먹고 '1급 발암물질' 흡입중> 이런 제목들의 정보가 검색됩니다. 모두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이면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양은은 원래 구리와 아연, 니켈을 섞어 만든 은색 합금 재질을 말하는데요. 1950년대 이전까지는 이 양은 재질로 조리도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후에는 좀 더 저렴한 알루미늄 재질로 대체가 되는데요. 이름만 남아서 알루미늄 냄비가 '양은냄비'로 불리게 된 거죠. 1960년대, 70년대에 유행을 했고 80년대 이후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다가 복고풍(레트로)이 유행을 하면서 양은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어야 맛있다는 인식이 확산이 됐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이 양은냄비로 조리를 하면 음식에 알루미늄 성분이 녹아 나와서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건강관련 매체들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가공하면서 양은냄비에 라면 끓여먹는 게 마치 자해 행위인 것처럼 비치는 콘텐츠가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 최휘 : 라면을 양은냄비에 끓이면 알루미늄이 녹아 나와서 건강에 위험하다.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알루미늄이 1급 발암물질이라고 전하는 콘텐츠들이 있는데요.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1급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요. 1군, 그룹1 이렇게 불러야 정확한 표현입니다. 알루미늄 제조공정이 유해물질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공정 자체가 1군으로 분류돼 있기는 합니다만, 알루미늄 자체는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명반이 황산알루미늄암모늄이라는 물질이고요. 베이킹소다에도 알루미늄이 들어있습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알루미늄은 체내에 흡수되는 양은 매우 적고, 흡수된 알루미늄도 대부분 신장에서 걸러져 체외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다 노출 시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을 유발하는 물질이긴 하나, 현재까지 알루미늄 식기를 통해 섭취되는 알루미늄의 양은 위해 우려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매와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기는 한데 아직 확실한 근거가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알루미늄 냄비를 제조할 때 산화 용액에 알루미늄 냄비를 넣고 전류를 흘려보내 표면에 산화알루미늄 피막을 입히는데요. 이 피막 때문에 알루미늄이 음식으로 녹아 나오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건강염려가 많은 분들 또는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은 찌그러지거나 바닥이 긁힌, 오래된 양은 냄비는 과감히 교체하는 게 좋습니다.

◆ 최휘 : 라면에 계란을 넣지 말라는 정보도 있다면서요? 이유가 뭔가요?

◇ 선정수 : <제발! 라면에 계란 풀어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이유>라는 콘텐츠가 있는데요. 모바일 포털 다음 제휴 채널 중 하나인 '건강연구소'라는 곳에서 만들어서 프런트페이지에 노출되기도 했던 정보입니다. 1만명 넘는 사람이 봤고요. 이 게시물에선 "당신이 영양이라 믿고 풀어 넣은 그 계란 1알이 사실은 당신의 위장을 마비시키고 영양소 0%의 쓰레기로 변하는 방아쇠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90%가 모르고 저지르는 두 가지 끔찍한 실수입니다."라는 내용을 전합니다. 이 콘텐츠는 라면 먹고 속이 더부룩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그 주범은 면이 아니라 계란이라고 말합니다. 라면의 뜨거운 팜유 국물에 날 계란이 풀어지며 섞이는 순간 이 둘은 소화 불가능한 기름단백질 덩어리로 변한다고도 합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깁니다. 게다가 이 기름 코팅 단백질이 위벽에 시멘트처럼 달라붙는다고 하는데요. 위장을 마비시키고 소화불량과 급성 위염을 유발하는 최악의 찌꺼기다. 이런 내용도 있는데요. 이것도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근거라도 좀 물어보려고 이 채널의 연락처를 찾아봤는데 전혀 공개되지 않습니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측에 문의했더니 "채널 운영자가 채널 홈 내에 공개하는 정보 외에 카카오가 직접적으로 운영자의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는다"라며 거절했습니다. 피해가 있으면 신고하라고 하는데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 초상권 및 저작권 침해일 경우만 신고할 수 있습니다. 허위 조작 정보에 관한 신고를 받지는 않습니다.

◆ 최휘 : 미역국에 MSG를 넣으면 암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 선정수 : <오늘 저녁 미역국에 이것 넣으려 했죠? 암 유발 최악의 실수! 절대 넣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콘텐츠입니다. 2만 7천 명이 봤네요. 이 콘텐츠는 이렇게 전합니다. "암 환자 또는 암을 예방하려는 사람에게 MSG는 독약입니다. 당신이 감칠맛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사실 당신의 뇌와 암세포를 속이는 최악의 화학신호입니다"라고 하는데요.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과하면 뇌세포를 과도하게 흥분시켜 스스로 파괴되도록 만든다, MSG는 암세포에게 더 빨리 자라라,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라고 명령하는 스위치와 같다. 라고 전합니다. 이것도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선 MSG의 건강 유해성 논란은 이미 1990년대에 종결됐습니다. 당시 미국 FDA는 미국실험생물학회연맹(FASEB)에 MSG의 안전성을 조사하도록 요청했는데요. 조사 결과 MSG가 안전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FASEB 보고서는 음식 없이 MSG를 3g 이상 섭취하는 일부 민감한 사람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두통, 저림, 홍조, 따끔거림, 두근거림, 졸음과 같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이며 일반적으로 가벼운 증상을 확인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MSG가 첨가된 일반적인 식품의 1회 제공량에는 0.5g 미만의 MSG가 함유돼 있다고 합니다. 음식 없이 한 번에 3g 이상의 MSG를 섭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판되는 조미료 섭취로 인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 최휘 : <한국인 위암 발병률 1위의 주범? 라면에 이것 절대 같이 먹지 마세요!>라는 콘텐츠도 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이죠?

◇ 선정수 : 김치가 발효되면서 질산염이 생성되고 이게 라면의 면과 스프에 함유된 아민 성분과 만나면 니트로사민이 형성되는데, 이게 1급 발암물질이라는 겁니다. 이것도 부정확하고요. 정확하게는 2A군. 동물에서 확실한 발암물질, 인체에선 발암가능성이 높은 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콘텐츠는 "90%의 사람들은 맛있다며 매일 자신의 위를 발암물질 제조공장으로 스스로 학대하고 있다"고 밝히는데요. 이런 해석은 굉장히 부정확합니다. 농식품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에선 니트로스아민(가장 발암성이 강한 NDMA 기준)이 1㎖당 0.13∼2.64㎍ 검출됐습니다. 외국 연구에선 스낵류에서 니트로스아민(NDMA 기준)이 1㎖당 최대 2.95㎍, 음료에서 최대 3.57㎍, 신선 채소에서 최대 6.01㎍, 과일에서 최대 6.21㎍, 버섯에서 최대 4.9㎍ 검출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국산 김치에서 검출되는 니트로스아민의 양은 채소ㆍ과일ㆍ버섯 수준이며 김치를 매일 먹는 한국인에게도 안전한 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최휘 : 김치는 '나트륨 폭탄이다' 이런 내용도 들어있다면서요?

◇ 선정수 : 이 콘텐츠는 김치를 일컬어 "위벽을 소금으로 염장하는 최악의 나트륨 폭탄"이라고 전하는데요. 라면 1개의 나트륨이 2000mg. 이미 하루 권장량 100%이고, 여기에 90% 사람들이 필수로 먹는 김치의 나트륨이 추가된다. 이 나트륨 폭탄은 당신의 위점막을 소금에 염장하는 것과 같다. 위벽은 짠 국물에 긁히고 벗겨지고 만성위염 상태가 된다. 위암은 바로 이 만성 염증과 상처 위에 자라나는 악성 종양이다. 90%의 사람들이 이 자살행위를 시원하다고 부른다. 이렇게 썼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굉장히 억지스러운 내용입니다. 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일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389mg으로 WHO권고량을 훌쩍 넘습니다. 그렇지만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양은 408mg에 그칩니다. 식약처 기준 김치의 1회 적정 섭취량은 40~60g입니다. 작은 접시로 하나 정도 되는 분량인데요. 라면을 비롯한 국물 음식에는 국물에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으니까, 면과 건더기만 섭취하고 국물은 버리는 게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되겠죠. 김치도 적당량을 섭취하는 게 좋고요. 이 콘텐츠는 "정 라면을 먹겠다면 김치 대신 단무지나 양파를 먹으라고 권하는데요. 단무지는 질산염이 없고, 양파의 황 성분이 니트로사민의 합성을 차단하고 암세포를 억제한다고 전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근거 없는 이야깁니다. 단무지에도 질산염이 들어있고요, 황화합물이 니트로사민 합성을 막는다는 건 라면에 양파 한두 조각 넣어서 먹는다고 될 수준은 아닙니다. 양파를 대량으로 가져다가 추출한 물질로 실험해서 나온 결과니까요.

◆ 최휘 : 라면에 넣으면 감칠맛을 더하는 게 대파인데요. 이 대파 잎 부분을 자르면 끈적한 진액이 나오죠. 이 진액이 세균 덩어리라는 정보도 있어요? 사실입니까?

◇ 선정수 : 이건 포털 다음의 제휴 채널인 '마시씀'이라는 곳에서 내놓은 콘텐츠입니다. 제목이 <대파 끈적한 이 진액 1g에 식중독균 100만마리... 절대 먹지 말고 당장 버리세요>입니다. 대파를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썰기 위해 꺼낸 대파에서 끈적한 진액이 나오는 것을 발견한 적 없나요? 라고 하면서 "대파를 자른 단면은 세균에게는 문이 활짝 열린 최고급 뷔페다. 대파의 잘린 단면에선 영양분들이 밖으로 새어 나온다. 냉장고 속을 떠돌던 각종 세균이 여기에 달라붙어 수백만 마리로 증식한다. 끈적한 진액은 대파의 즙이 아니라 세균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바이오 필름이라는 끈적한 보호막이다. 이 끈적한 점액질 1g 속에는 무려 100만 마리 이상의 식중독균이 득실댄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위산 분비가 줄어든 40~50대의 장에 이 세균 덩어리가 유입되면 장벽은 쉽게 뚫리고 세균들은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라고 전합니다. 굉장히 자극적이죠. 그런데 대파의 초록 잎 부분에 들어있는 점액질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겁니다. 일본 연구에서는 실험용 쥐에게 대파 녹색 잎 속에 들어있는 점액질을 먹여봤더니 면역반응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인체 실험에서도 자연살해세포인 NK세포 활성도를 높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싱싱한 파를 썰었을 때 나오는 점액질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강에 좋다는 점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오래 보관해서 물러진 상태에서 진액이 나오는 거라면 당연히 버리셔야겠죠.

◆ 최휘 : 왜 이렇게 건강과 관련된 공포심을 부추기는 정보들이 많이 유통될까요? 어떻게 허위 정보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 선정수 : 건강은 남녀노소가 관심을 갖는 주제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과 식재료를 다룰수록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겠죠. 조회수를 노리는 콘텐츠 생산자들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자극적인 정보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죠. 허위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우리가 보고 있는 정보가 너무 자극적일 때에는 허위 정보일 가능성이 크고요. 문의 또는 항의하고 싶을 때 댓글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빠른 방법입니다. 무책임한 콘텐츠 생산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정보도 알려주지 않고, 독자들이 의견을 보낼 수 있는 경로를 막아놓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건 거르시는 게 좋습니다. 의견을 보낼 수 있는 채널이라면 질문 또는 항의를 보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 최휘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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