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민에 기부된 생수 106만 병, 야외서 햇볕·흙먼지에 방치

강릉 시민에 기부된 생수 106만 병, 야외서 햇볕·흙먼지에 방치

2025.10.30. 오전 09:3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사태까지 선포됐던 강원 강릉지역에 기부된 생수들이 강릉지역의 한 야외 주차장에 한 달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연합뉴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강릉이 기부받은 생수는 2ℓ짜리와 0.5ℓ짜리 등 1,066만 3,081병에 이른다. 이 생수들은 가뭄 당시 2차례에 걸쳐 전 시민에게 배부됐다.

시는 가뭄이 심각하던 9월 중순 아파트 주민 1인당 2ℓ 6병 묶음 3개씩을, 아파트를 제외한 시민에게는 1인당 2ℓ 6병 묶음 2개씩을 각각 2차 배부했으며 이에 앞서 1차로 1인당 2ℓ 6병의 생수를 배부했다. 이어 사회복지시설, 병원 입소자, 관외 주소지 대학생, 외국인 대학생과 외국인 근로자, 어린이집, 24개월 이하 영아, 소상공인 등에게 다량의 생수를 배부했다.

이렇게 생수 959만 3,965병이 시민에게 배부됐으며, 현재 남아있는 생수는 106만 9,116병이다. 0.5ℓ짜리는 모두 배부됐지만, 2ℓ짜리는 강릉의 한 야외 주차장에 쌓이게 됐다.

지난달 19일 강릉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재난사태가 해제된 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이곳 야외 주차장에는 80팩(1팩 6병 묶음)과 96팩이 든 생수 묶음 960여개와 660여개가 2곳에 길게 성벽처럼 쌓여 있다. 생수 묶음 일부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지만 비바람을 맞거나 일부는 포장이 뜯겨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흙먼지가 쌓이고 있다.

시에서 붙인 생수의 용도나 주의 문구, 안내문 등은 전혀 없는 상태다.

한 시민은 "우리가 어려울 때 전국에서 보내 준 생수를 이렇게 방치하듯 야외에 오랫동안 쌓아 놓은 것은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배부 계획을 서둘러 얼어 터지거나 햇볕에 장기간 노출돼 버려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가뭄이 끝나고 이후 비가 한 달 가까이 계속 이어지면서 남은 생수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와 강릉시는 10∼11월 중으로 복지시설이나 소상공인 등에게 남은 생수를 모두 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릉에서는 가뭄이 끝나자 일부 시민들이 기부받은 생수를 중고 거래를 통해 내다 파는 행위가 이어져 눈총을 사기도 했다.


YTN digital 이유나 (lyn@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