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애사비’ 체중 감소에 확실히 효과가 있나?

[팩트체크] ‘애사비’ 체중 감소에 확실히 효과가 있나?

2025.10.12. 오전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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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것은 최근 다이어트 하는 분들 사이에 유행인 '애플 사이더 비니거' 일명 '애사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최근 저명 의학 학술지가 애사비와 관련된 논문을 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애사비라는 이름이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먼저 간략하게 좀 알아보죠.

□ 선정수: 애사비, 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사과를 통째로 으깨 만든 즙을 자연 발효시킨 식초를 말합니다. 주로 요리에 쓰는 맑은 사과식초와는 달리, 여과와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초모(Mother)’라 불리는 효모와 유익균 침전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특징입니다. 건강 효과의 핵심이 바로 이 ‘초모’에 있다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체중 감량, 피부 건강, 혈당 개선 등의 기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습니다.

◆ 최휘 : 그렇군요. 일단 논문 내용부터 좀 짚어보죠.

□ 선정수: 유명 의학저널인 British Medical Journal을 운영하는 영국 의학저널(BMJ) 그룹은 최근 자사 학술지 ‘BMJ 영양·예방 및 건강(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지난해 3월 게재된 ‘과체중 비만인 레바논 청소년과 청년의 체중 관리를 위한 애플 사이다 비네거’ 논문을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원 논문을 살펴보면 연구진은 레바논에서 과체중 및 비만인 120명을 모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12주 동안 5, 10 또는 15mL의 애사비를 투여받는 중재군과 위약을 투여받는 대조군에 무작위로 배정되었습니다. 0, 4, 8, 12주차에 인체 계측 지표, 공복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주 동안 애사비를  매일 섭취한 결과, 체중은 6~8kg, 체질량지수는 2.7~3.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연구진은 "애플 사이다 비니거가 비만 환자의 비만 및 대사 장애와 관련된 대사 지표를 개선하는 데 잠재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결과는 비만 관리에 있어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식이 중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근거 기반 권고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최휘 : 대단한 효과입니다. 매일 사과 식초를 최대 15ml 정도만 먹어도 12주 만에 8kg까지 감량이 된다니요.

□ 선정수: 해당 논문은 ‘하루 한 잔으로 3개월 만에 최대 8kg 감량’이라는 문구로 유명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애사비’ 유행에 기름을 끼얹었는데요. 논문 발표 직후 영국의 BBC와 가디언지를 비롯해 미국 CNN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이 관련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 논문은 발표 직후부터 최근까지 애사비 관련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도 적극 활용됐는데요. 몇몇 온라인 쇼핑몰 제품 안내에는 ‘8kg 다이어트 애사비’ 등 논문 내용을 활용한 문구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건강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은 ‘애사비 다이어트 과학적 효과’ 같은 콘텐츠를 제작해 특정 제품을 추천하거나 공동 구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 그런데 왜 논문이 철회된 걸까요?

□ 선정수: 이 논문이 발표된 직후 학계에선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연구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논문을 리뷰한 한 연구자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과식초가 오젬픽과 같은 GLP-1 작용제 약물만큼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이 결과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경제적, 공중보건적 영향은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는 뜻이죠. 또 해당 연구가 공개 임상시험 등록을 거치지 않은 점도 지적됐는데요. 이런 장치는 연구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비판자들은 논문 저자들에게 검증을 위한 추가 데이터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습니다. BMJ 그룹은 성명을 통해 해당 논문을 독립적인 통계학자에게 보내 데이터를 검토하게 했으며, 그들은 연구자들이 보고한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통계학자들은 또한 "데이터 세트의 불규칙성"을 발견했으며, 참가자 데이터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논문 저자들은 '정직한 실수'였지만 출판사의 논문 철회 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 최휘 : 논문을 게재한 BMJ는 유명 학술지라고 하는데요. 이번 철회 조치로 공신력에 흠집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 선정수: 논문이 투고되면 심사와 동료 리뷰를 거쳐 게재되는데요.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증을 거쳐 완벽한 상태로 논문이 나오면 좋겠죠. 그런데 이렇게 논문이 학술지에 실린 이후라도 추가로 검증이 되고 눈문이 철회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BMJ 그룹은 이번 철회가 "투명성을 강화하고 과학적 과정의 정직성을 옹호하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이 국제적으로 널리 주목을 받는 연구에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는데요. BMJ는 "이런 접근 방식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전했습니다. 과학계에서 논문 철회 사건은 사실은 드문 일은 아닙니다. 국내 사례로는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된 황우석 박사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데이터 전체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며 2006년 모두 철회됐습니다. 해외 사례로는 1998년 영국의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이 있는데요. 웨이크필드박사는 당시 논문을 통해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발표 직후 전 세계에 백신 공포를 일으키는 등 파장이 컸지만 이후 그가 데이터를 고의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010년 공식 철회됐습니다.

◆ 최휘 : 많은 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질문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애사비는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겁니까 아닙니까?

□ 선정수: 전문가들은 애사비의 건강상 이점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애사비의 기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사과 식초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으깬 사과로 만든 이 발효 주스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라고 단언합니다. 사과식초가 체중 감량 등 건강에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며 식사 전에 소량을 마시거나 보충제로 섭취하면 배고픔을 조절하고 칼로리를 소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힙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사과식초 사용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량이나 장기적인 식욕 조절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사과식초와 체중 감량에 대한 많은 연구는 규모가 작거나 다른 측면에서 부족했다.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는 사과식초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힙니다. 특히 애사비 사용에는 몇가지 위험이 따른다고 강조하는데요. 식초는 산성도가 높아 목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치아 바깥쪽 법랑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뇨제 등 고혈압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메이요 클리닉은 다이어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알아두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체중 감량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유행하는 음료나 보충제만 먹는다고 해서 목표 체중 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과 음료에서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데 집중하세요. 현재 활동량이 부족하다면 의료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시작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힙니다.

◆ 최휘 : 여러가지 건강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데요. 신뢰할만한 건강 정보를 가려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선정수: 요즘에 블로그를 가장한 광고글이 정말 많은데요. 의료관련 전문직 종사자의 체험기 형식을 빌고 있고, 글 쓴 사람이 직접 여러 가지 논문을 찾아봤다면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일단 이런 블로그 글을 접하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 이 글을 보게 됐는지 되짚어 보시면 좋습니다. 뉴스나 커뮤니티 등 다른 걸 보다가 우연히 광고를 클릭했는데 이런 블로그로 빨려 들어갔다면 100% 광고라고 생각하시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정말 믿을만하고 그 제품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하시면, 블로그가 인용하고 있는 논문의 제목과 저자를 확인해서 그 논문이 검색이 되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일부는 논문 내용을 인용했다면서 사진을 흐릿하게 처리해 원문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해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논문이 검색된다고 한다면, 해당 주장이 게재된 저널의 신뢰성, 저자의 자격, 공개 임상 시험 데이터, 이해 상충 유무 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연구 자금을 누가 댔는지를 살펴 보는 것도 연구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혹은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 최휘 : 음식의 효능을 강조하는 수많은 건강 정보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약이 되는 음식, 독이 되는 음식, 이런 것 절대 먹지 마라, 이런 류의 정보인데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 선정수: 일단 임상실험을 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막연하게 <연구에 따르면> 이라고 언급하는 정보는 과감하게 거르십시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재료들이 한 번 먹는다고 죽을 것처럼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또는 한 번 먹어서 병이 낫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면 그것도 과감하게 거르십시오. 우리나라는 식품공전으로 먹어도 되는 것들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어떤 식재료라도 한 번 먹어서 병에 걸리는 것은 없습니다. 음식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 특히 어떤 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성분이 들어있다고 하면서 병이 예방되거나 나을 것처럼 언급하고 있는 것도 크게 염두에 두지 마십시오. 모든 유효성분은 약이나 독이 되려면 역치라고 부르는 성분마다 정해진 용량을 넘어야 하는데요. 우리가 먹는 식재료에 들어있는 성분이 이 역치에 도달하려면 엄청나게 정제하거나 농축해야 합니다. 흔히 먹는 음식 수준에서 약이나 독이되는 효과를 나타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음식은 맛있게 즐기고 잘 소화시키면 됩니다. 균형 잡힌 식사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고루 섭취하고 식이섬유와 필수 영양소를 섭취하면 됩니다. 만성 질환이 있거나 임신을 했다거나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특별한 상황에 처했다면 의료기관을 통해 영양 상담을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최휘 : 다이어트는 정직해야 할 것 같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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