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겨 서둘러 결혼했는데 혈액형이...“ 속아서 한 결혼, 취소 가능할까

“아이 생겨 서둘러 결혼했는데 혈액형이...“ 속아서 한 결혼, 취소 가능할까

2025.09.22. 오전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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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25년 9월 22일 (월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홍수현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조인섭 : 당신을 위한 law하우스, <조담소> 홍수현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홍수현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홍수현 변호사입니다.

◇ 조인섭 : 오늘의 고민 사연은 어떤 내용일까요?

□ 사연자 : 작년 이맘때부터 모든 일이 시작됐습니다. 아내와 결혼을 약속하고 결혼박람회를 다니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귀가가 늦어지는 것 같아서 제가 데리러 갔겠다고 했는데 단호하게 거절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심하게 말다툼을 했는데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아내는 그날 밤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며칠 뒤 화해했고, 함께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몇 달 뒤, 아내는 임신 테스트기를 보여주며 제 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기뻤고,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집이 마련되지 않아서 결혼 후 한 달간은 처가에서 지냈고...부모님이 마련해주신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집을 꾸렸습니다. 처가에서도 인테리어 비용을 대줬죠. 그때만 해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태어나면서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아들의 혈액형은 B형이었습니다. 저는 A형이고 아내는 O형인데 결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죠. 제가 추궁하자, 아내는 결혼 전에 다른 남자와 성관계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유전자 검사도 했습니다. 역시나, 아들은 제 친자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충격 받으셨고 아내를 가만두지 않겠다며 노발대발 하셨습니다. 처가에서는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인테리어 비용 2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이혼이 아니라, 혼인무효나 혼인 취소 소송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조인섭 :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오늘의 사연을 만나봤는데요, 사연자분의 배신감이 정말 클 것 같습니다.

◆ 홍수현 : 네 실제로 이런 일 겪는 분들 중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정신과 상담 받는 분들이 상당수 계십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은 이 결혼이 사기였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은데, 단순 이혼이 아니라아예 없었던 일로 만드는 ‘혼인무효’나 ‘혼인취소’가 가능할까요?

◆ 홍수현 : 혼인무효는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나 근친혼 등에서 인정되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혼인취소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민법은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 혼인취소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무효의 경우 아내와 혼인여부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지 않는 반면, 혼인취소의 경우에는 취소여부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남게 됩니다. 아이가 사실은 사연자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혼소송에서 상대방 유책사유로 충분히 인정될 만한 사유입니다만 실무에서는 혼인취소로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고 싶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혼인의 취소는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성립 당시의 사유를 들어 이제라도 혼인의 효력을 상실시켜야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될 수 있는 제도라는 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의 경우 사기가 인정될까요?

◆ 홍수현 : 대법원은 사기의 의미와 관련하여 혼인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고지한 경우 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해당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조인섭 :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고 숨긴 것도 ‘사기’가 될 수 있다면, 법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그것이 사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나요?

◆ 홍수현 :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법원은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여부, 당해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데 불가결한 것인지,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 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 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 조인섭 : 그렇다면 사연자분의 경우, 혼인 취소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겠군요.

◆ 홍수현 : 이 경우 아내는 사연자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임에도 다른 남자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하였고, 비록 그 며칠 뒤 사연자와 성관계를 하였더라도 자신이 임신한 아이가 사연자 친자가 아닐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사연자에게 “네 아이야”라고 말하여 사연자가 아내와 급히 혼인신고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내에게 설령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망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임신한 아이가 사연자 아이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점, 사연자가 혼인 전에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더라면 급히 아내와 혼인신고를 하는 등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친자 여부가 부부로서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정되는 점, 아울러 사회의 도덕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아내에게는 임신한 아기가 사연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기일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한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면 이 역시 사연자에 대한 위법한 기망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 조인섭 : 사연자분 뿐만 아니라, 사연자분 부모님도 큰 충격을 받으셨는데,
부모님도 아내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나요?

◆ 홍수현 : 그렇습니다. 아내의 이러한 기망행위로 혼인 당사자인 사연자와 사연자 부모님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었을 것임이 경험상 명백합니다. 아내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으므로 혼인 경위, 혼인기간, 사연자, 그 부모님과 아내와의 관계, 혼인취소의 원인과 책임의 정도 등을 참작하여 손해배상 액수가 정해질 것입니다. 통상 혼인 당사자에 대한 위자료가 부모님에 대한 위자료보다 액수가 많은 편입니다.

◇ 조인섭 : 처가에서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을 요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홍수현 : 혼인취소 이야기가 나오니 처가에서는 원상회복 취지로 주장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혼인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으므로(민법 제824조) 당사자 과거 혼인생활은 그대로 유효합니다. 사연자와 아내의 혼인기간이 혼인 불성립에 준할정도로 단기간 내에 파탄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처가에서 지급한 금원을 재산분할에 참작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원상회복 청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조인섭 : 이혼취소 소송에서도 재산 분할을 하나요?

◆ 홍수현 : 네 그렇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관계 해소됨에 따라 혼인 중 부부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 분배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요. 혼인 중에 이룩한 재산관계 청산 의미가 있습니다. 공동재산의 내용, 재산형성 경위, 기여도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 조인섭 : 지금까지 상담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혼인 무효 사유는 아닙니다. 다만 아내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서두르게 한 것은 ‘사기 결혼’에 해당해서 혼인취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마땅히 알려야 할 사실을 숨겨 결혼을 결정하게 만들었다면, 그 역시 사기로 본다는 입장입니다. 또 아내의 행위는 남편뿐 아니라 시부모님께도 정신적 피해를 줬으므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합니다. 처가에서 요구하는 인테리어 비용은 법적으로 돌려줄 필요는 없지만, 재산 분할 과정에서 일부 고려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홍수현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 홍수현 : 감사합니다.

YTN 이시은 (sieun080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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