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노인 혐오 문제로 본 노인 강력범죄 팩트체크!

[팩트체크]노인 혐오 문제로 본 노인 강력범죄 팩트체크!

2025.08.16. 오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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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5년 8월 16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열린라디오 YTN>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선정수 팩트체커(이하 선정수): 네. 안녕하세요.

◆최휘: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노인 강력 범죄와 관련된 정보들입니다. 최근 고령자가 저지른 강력 범죄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노인 강력 범죄가 늘어났다는 보도가 많아졌는데요. 먼저 맥락부터 좀 살펴보고 시작하죠. 

◇선정수: 지난달 60대 남성이 사제 총으로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 사건 이후 노인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조선일보는 최근 <홧김에, 무시당해… '앵그리 6070' 범죄 급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노년층 강력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감옥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는 65세이상 수형자는 7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경제지 머니투데이는 <지하철에 불 지르고 아들 쏘고…'육대남' 강력범죄 증가, 왜?>라는 기사를 발행했는데요.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8년 61~70세 남성 피의자는 2만6587명(강력 2024명, 폭력 2만4563명)으로 집계됐는데, 5년 후인 2023년에는 3만882명(강력 2373명, 폭력 2만8509명)으로 13.9%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노인 범죄가 늘어난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일부 노인들의 범죄 행위 사례를 다룬 기사들도 굉장히 많고요. 붙잡고 보니 60대 이상 노인이더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요. 미디어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사 댓글에선 노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노인 혐오성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휘: 노인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를 인용하는데요. 먼저 노인 수형자가 증가한다는 내용부터 짚어볼까요?

◇선정수: 수형자는 금고형이나 징역형이 확정돼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조선일보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해 65세 이상 수형자가 2017년에 비해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형자 증가율의 7배 이상이다.> 법무부 2025 교정통계연보를 찾아봤습니다. 65세 이상 수형자는 2017년 1797명에서 지난해 348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93.8% 늘어난 건데요.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에 부합합니다. 2017년 전체 수형자는 3만6167명이었는데요. 지난해엔 4만954명으로 늘었습니다. 13.2% 늘어난 건데요. 노인 수형자 증가율이 전체 수형자 증가율의 7배 이상이라고 전한 부분도 사실에 부합합니다.

◆최휘: 살인죄로 복역 중인 노인 수형자도 늘어났다는 보도 내용도 있는데요.

◇선정수: 기사에는 <살인, 성폭력, 폭력 행위로 구속 기소된 노인 수형자가 급증세다. 지난해 전체 살인 수형자 3083명 가운데 19%가 65세 이상이다.> 라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는 수형자는 3083명이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588명입니다. 19.0%가 나오는데요. 이 부분은 사실에 부합하고요. 연도별로 살인죄 수형자 중 노인 비율을 살펴봤는데요. 2017년엔 9.9%였던 게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4.2%에서 20%로 높아지긴 했습니다. 노인인구 비중이 커지는 속도보다 살인죄 수형자 중 노인 비중이 커지는 속도가 빠르기는 합니다.

◆최휘: 전체 강력 범죄를 따져보면 어떤가요?

◇선정수: 조선일보는 <2019년 26만7382건이던 전체 강력 범죄는 2023년 22만3908건으로 16.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강력 범죄는 2만3522건에서 2만6252건으로 11.6% 증가했다. 노인 인구 증가율(4.9%)의 두 배가 넘는다.>고 보도했는데요. 대검찰청의 2024 범죄분석 책자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이것도 숫자는 맞게 인용했네요. 그런데 현상을 해석할 때 수치를 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있고요. 비율을 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지금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정도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인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범죄도 마찬가진데요. 숫자를 놓고 보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전체 강력범죄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노인 강력범죄가 증가한다고 보도합니다. 그렇다면 통계청이 작성한 범죄유형별 노인 범죄자율을 살펴봅니다. 노인 인구 10만명 당 범죄자 수를 나타낸 건데요. 2014년엔 살인 1.3, 강도 0.5, 성폭력 17.4, 폭행·상해 208.0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게 2023년에는 살인 1.1, 강도 0.3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은 24.8로 늘었고, 폭행·상해도 216.6으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노인 범죄 추세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자면 2014년에 비해 살인, 강도 범죄는 소폭 줄고, 성폭력과 폭행 및 상해는 소폭 늘었다고 하는 게 추세를 잘 반영하는 말입니다.

◆최휘: 강력 범죄는 아니지만 고령자가 저지른 절도 범죄도 한 번 살펴볼까요?

◇선정수: 절도는 2014년 87.4에서 2023년 248.7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검찰청은 "최근 고령자 인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 범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증가로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경제적인 문제, 심리적 불안 등이 증가 원인임을 추론할 수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최휘: 많은 보도가 <화가 난 노인이 늘어난 게 노인 폭력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언제부턴가 노인에 대한 이미지에 쉽게 화를 내고, 행패를 부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좋지 않은 모습이 덧칠되고 있습니다. 쉽게 화를 내는 게 노인의 성격 특성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선정수: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다수의 연구에서 노인이 젊은이보다 정서 조절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주관적인 안녕감을 더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인 집단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서 조절 능력에 개인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많은 연구는 사람은 나이가 듦에 따라 더 이타적이고 남을 잘 신뢰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합니다. 의지력과 유머 감각도 향상되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노인은 심술궂고 까칠하다"는 표현은 일부 부정적인 사례가 강화된 고정관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연구는 사람의 성격이 변화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수의 연구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신경증, 외향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감소하고, 친화성과 성실성은 증가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노인은 어떻다더라'라고 규정짓는 말은 과학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노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강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화가 난 노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인은 화를 내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는 거죠. 좌절하고 분노한 노인들이 적어질수록 노인 범죄는 줄어들겠지만, 화가 났다고 모두 범죄를 저지를 것처럼 취급하면 안 되는 거죠.

◆최휘: 화가 난 노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인 모두가 화를 잘 내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알아둬야겠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고함을 지르는 노인분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건 왜 그런 걸까요?

◇선정수: 상당수 노인이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사실입니다. 듣는 입장에선 왜 저분이 화를 내시며 고함을 치시냐고 할 수도 있는데요. 어르신들이 크게 말하는 건 노인성 난청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난청이 진행돼 저음 영역으로 확대되면 본격적으로 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려, 때로는 자신이 잘 듣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다고 탓하기도 합니다. 난청 환자는 볼륨을 높여야 적당한 소리로 들리기 때문에 TV나 라디오 등의 볼륨을 크게 올리게 됩니다. 본인의 말소리도 크게 말해야만 적당한 크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말을 할 때 목소리가 커지기도 합니다. 60세 이상은 37.4%가, 70세 이상은 68.9%가 경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는 걸로 나타나는데요. 2021년 기준 국내 난청 환자의 보청기 사용률은 36.6%에 불과한 걸로 나타납니다.

◆최휘: <노인들은 고집이 세고 자기 말만 하고, 가르치려고 든다.> 이런 노인에 대한 인식도 있는데요. 이건 어떤가요?

◇선정수: 네 좀 거친 말을 사용하면 나이 들면 꼰대가 된다. 꼰대력이 상승한다. 뭐 이런 표현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연령중심주의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다른 두 집단이 접점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만나는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인식을 쌓을 가능성이 낮아지죠. 게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직 피라미드에서 의사결정의 상단에 올라가게 되고 조직을 관리하고 지시를 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걸 좋지 않게 받아들이면 '꼰대스럽다'라고 불만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조직생활의 의사결정이 아닌 일상에서 고압적인 자세로 행동한다면 그게 '꼰대스러운' 것이 될 수 있겠죠. 뇌인지과학 영역에선 노화가 뇌 신경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효율적인 의사 결정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배경 지식을 동원해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봅니다. 또 노인들은 젊은 사람에 비해 올바른 관점이 단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도 하는데요. 이게 고집스럽게 비칠 수 있는 특성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연구 결과를 모든 노인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진다'라고 섣불리 말하는 것은 연령차별주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겠습니다. 

◆최휘: 우리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네요.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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