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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5년 7월 31일 (목)
■ 진행 : 송영은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송영은 변호사(이하 송영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리저리 부딪히고 상처받는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내겐 가족이 있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힘을 낸다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만약, 내가 의지하고 믿었던 가족에게 지지받지 못하거나,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부모나 형제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 정말 끊이지도 않고 등장합니다만, 실제 이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다른 성범죄에 비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피해자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분리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죠. 용기를 내 어렵사리 신고를 결심했음에도 실제 재판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는 말,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변호사 송영은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노범래 변호사(이하 노범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송영은: 친족간 성폭력,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냐 하실 수 있지만, 현실에선 생각보다 관련된 사건, 꽤 많죠?
◇노범래: 맞습니다. 친족 간 성폭력은 많은 사람들이 "드물고 극단적인 경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은폐되기 쉬운 특성 때문에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는 범죄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는 경우도 많고 가정이라는 밀폐된 공간, 부양자와 피부양자라는 권력구조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오랜 시간 침묵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송영은: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친족 간 성폭력의 경우, 따로 가중처벌 규정이 있나요?
◇노범래: 네, 형법 제297조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명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가중처벌되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강제추행한 경우라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법제298조의 일반 강제추행과 달리 벌금형 규정이 없는데, 친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만큼 그 중대성을 고려하여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입니다.
◆송영은: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친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포함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 부모님의 재혼으로 생긴 계부나 계모, 이들도 법적으로 친족에 해당되나요?
◇노범래: 성폭력처벌법에 제5조 제4항 및 제5항에 따르면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에서 ‘친족’의 범위란 4촌 이내의 혈족, 인척, 그리고 동거하는 친족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도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769조에 따라 인척의 범위에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 혈족의 배우자까지 포함되는데요.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계부와 계모는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혈족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상의 친족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정식 재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으면 사실혼 관계도 친족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의 청소년 자녀를 강간하였을 경우에도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의붓딸이 12살일 때부터 무려 13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계부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데요. 해당 남성은 의붓딸이 12살이었던 2008년부터 13년간 수시로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하였고, 그 횟수만 무려 2090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송영은: 12살이면, 초등학교 5학년이거든요. 그리고 심지어 13년 동안 계속 그랬단 거예요?
◇노범래: 네, 정말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이후에도 계부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의붓딸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까지 했는데요. 피해자인 의붓딸은 오랜 시간 동안 심리적으로 지배당해 계부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인지하게 됐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친족간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루밍’이라고 불리는 심리적 길들이기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범죄 사실을 숨기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계부의 행동이 끔찍한 범죄라는 것을 깨닫게 된 피해자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그로 인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송영은: 뒤늦게나마 경찰에 신고를 했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노범래: 맞습니다. 그러나 신고 직후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계부가 현금을 인출해 한국으로 도주했고, 이로 인해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한국 경찰에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수사가 재개되었고, 결국 가해자는 충남 천안에서 체포되어 구속됐습니다. 한국에서 체포된 이후에도 가해자는 수사과정에서 ‘의붓딸인 피해자가 원해서 한 일’이라는 주장까지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불량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송영은: 진짜 뻔뻔하네요.
◇노범래: 네, 뻔뻔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피해자의 친모는 의붓아버지인 가해자의 범행 사실을 뒤늦게 안 뒤 그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재판부도 “범행이 수천회에 달하고 장소도 주거지부터 야외까지 다양하며 피해자가 성인이 돼 거부했음에도 범행을 계속하는 등 파렴치함과 대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고 범행을 알게 된 피해자의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피해자는 모친을 잃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고 가해자를 질책하며 징역 23년을 선고했고,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5년도 명령했습니다.
◆송영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가족만큼은 내 편이 돼주고 정신적인 울타리가 되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 가족에게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싶네요.
◇노범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가족은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최근에도 19세 여학생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친오빠로부터 수년간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 가해자인 오빠와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움을 호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피해자는 친오빠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친오빠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2019년에야 수사기관에 친오빠를 신고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가해자인 오빠 편을 들며 피해자를 꾸짖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요.
◆송영은: 그런데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던 게 부모님이 오히려 피해자인 딸이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인 오빠 편을 들었단 부분이거든요.
◇노범래: 네, 피해자가 느꼈을 절망감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현재도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변호인을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에 있고, 피해자는 국선 변호인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송영은: 그런데 앞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친족 간 성폭력이란 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상황적으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거겠죠?
◇노범래: 네, 맞습니다. 친족간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와 가족이라는 아주 가까운 관계라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게 됩니다. 게다가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쉽게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해자에게 의존하고 있거나, 혹은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하거든요. 또 피해를 말하면 가족이 깨질까봐, 사회적 낙인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숨기게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송영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친족 간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미성년자일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 피해자들이 자신이 입은 피해를 밝힌 나이는 어땠을까요? 변호사님, 평균적으로 언제쯤일 것 같으세요?
◇노범래: 글쎄요. 피해자들이 성년이 되는 20살 즈음일까요?
◆송영은: 놀랍게도 평균연령이 52세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어디에 말도 못하고 마음 속에만 묻어둔 채 살아오셨단 거잖아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노범래: 놀랍습니다. 미성년자였던 피해자가 마음의 상처를 딛고 용기를 내서 신고하거나 도움을 청하기까지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논란이 되는 것이 친족간 성폭행의 공소시효 문제입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13세 미만 또는 신체적·장애적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지만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죄 등을 범한다면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만료되게 됩니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현행법상으로는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친족간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가 없는 것이죠.
때문에 미성년 대상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송영은: 그러니까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라는 분들은 해당 범죄의 특성, 그러니까 피해자들이 일찍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 구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건가요?
◇노범래: 맞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친족 간 성폭력은 일반적인 범죄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자일 때 피해를 당하고, 또 가해자가 부모, 삼촌, 조부모처럼 ‘가족’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라, 정서적·경제적으로 얽혀 있어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인 것이죠. 예를 들어 한 피해자는 8살부터 고등학교까지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 18년이 지난 뒤에야 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야 기억이 뚜렷하게 돌아왔다고 해요.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였죠. 또한 아버지를 어린 나이에 잃고, 외삼촌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했던 상황에서 외삼촌에게 19년간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조카의 사안에서 피해자는 겉으론 직장도 다니고 외출도 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예속돼 있어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겉보기와 달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항거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하면서 1,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피해 사실을 인식하고, 말할 준비가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구조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현행법상의 공소시효 규정에 따르면 13세 이상 미성년자—그러니까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대의 피해자들이 공소시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되는 것이죠. 현재는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이 지나면 처벌이 어렵게 되니까요. 이와 같은 이유로 공소시효의 폐지를 논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영은: 공소시효 폐지가 어렵다,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는 뭐죠?
◇노범래: 네, 공소시효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법적 형평성과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인데요. 여성가족부도 “친족성폭력의 특수성엔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들과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사회적 처벌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즉, 같은 강간죄인데 피해자가 친족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소시효를 다르게 적용하면 법의 일관성이 무너진다는 것인데요. 또한 과거 범죄에 대해 무기한으로 처벌을 가능하게 만들 경우, 가해자가 스스로 방어할 기회도 부족해지고 법적 안정성도 해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피해자의 고통과 구조적 침묵을 더 본질적인 문제로 보고 있지만, 반대하는 쪽은 법제도의 형평성과 증거 원칙 같은 사법 시스템의 기반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죠.
◆송영은: 쉽지 않은 쟁점이네요.
◇노범래: 맞습니다. 법적 안정성과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에 단순히 공소시효를 폐지할지 말지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친족 성폭력이라는 특수성에 맞는 별도의 입법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친족 간 성폭력은 단순한 범죄행위를 넘어, 가정이라는 가장 안온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 친족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기 쉬운 범죄의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영은: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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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송영은 변호사(이하 송영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리저리 부딪히고 상처받는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내겐 가족이 있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힘을 낸다는 분들, 많으시죠. 그런데 만약, 내가 의지하고 믿었던 가족에게 지지받지 못하거나,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부모나 형제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례, 정말 끊이지도 않고 등장합니다만, 실제 이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다른 성범죄에 비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피해자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분리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죠. 용기를 내 어렵사리 신고를 결심했음에도 실제 재판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는 말,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 걸까요. 오늘 사건 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변호사 송영은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노범래 변호사(이하 노범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송영은: 친족간 성폭력,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냐 하실 수 있지만, 현실에선 생각보다 관련된 사건, 꽤 많죠?
◇노범래: 맞습니다. 친족 간 성폭력은 많은 사람들이 "드물고 극단적인 경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은폐되기 쉬운 특성 때문에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발생하는 범죄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되는 경우도 많고 가정이라는 밀폐된 공간, 부양자와 피부양자라는 권력구조 속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오랜 시간 침묵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송영은: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친족 간 성폭력의 경우, 따로 가중처벌 규정이 있나요?
◇노범래: 네, 형법 제297조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명 성폭력처벌법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에는 가중처벌되어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강제추행한 경우라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법제298조의 일반 강제추행과 달리 벌금형 규정이 없는데, 친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만큼 그 중대성을 고려하여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입니다.
◆송영은: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친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포함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 부모님의 재혼으로 생긴 계부나 계모, 이들도 법적으로 친족에 해당되나요?
◇노범래: 성폭력처벌법에 제5조 제4항 및 제5항에 따르면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에서 ‘친족’의 범위란 4촌 이내의 혈족, 인척, 그리고 동거하는 친족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도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769조에 따라 인척의 범위에는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 혈족의 배우자까지 포함되는데요. 부모님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계부와 계모는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혈족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상의 친족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정식 재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으면 사실혼 관계도 친족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의 청소년 자녀를 강간하였을 경우에도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가중처벌될 수 있습니다. 의붓딸이 12살일 때부터 무려 13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계부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는데요. 해당 남성은 의붓딸이 12살이었던 2008년부터 13년간 수시로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하였고, 그 횟수만 무려 2090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송영은: 12살이면, 초등학교 5학년이거든요. 그리고 심지어 13년 동안 계속 그랬단 거예요?
◇노범래: 네, 정말 끔찍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이후에도 계부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의붓딸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까지 했는데요. 피해자인 의붓딸은 오랜 시간 동안 심리적으로 지배당해 계부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인지하게 됐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친족간 성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루밍’이라고 불리는 심리적 길들이기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범죄 사실을 숨기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계부의 행동이 끔찍한 범죄라는 것을 깨닫게 된 피해자는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고, 그로 인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송영은: 뒤늦게나마 경찰에 신고를 했군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노범래: 맞습니다. 그러나 신고 직후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계부가 현금을 인출해 한국으로 도주했고, 이로 인해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한국 경찰에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수사가 재개되었고, 결국 가해자는 충남 천안에서 체포되어 구속됐습니다. 한국에서 체포된 이후에도 가해자는 수사과정에서 ‘의붓딸인 피해자가 원해서 한 일’이라는 주장까지 하며 범행을 부인하는 불량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송영은: 진짜 뻔뻔하네요.
◇노범래: 네, 뻔뻔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피해자의 친모는 의붓아버지인 가해자의 범행 사실을 뒤늦게 안 뒤 그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재판부도 “범행이 수천회에 달하고 장소도 주거지부터 야외까지 다양하며 피해자가 성인이 돼 거부했음에도 범행을 계속하는 등 파렴치함과 대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고 범행을 알게 된 피해자의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피해자는 모친을 잃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고 가해자를 질책하며 징역 23년을 선고했고,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5년도 명령했습니다.
◆송영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팍팍한 세상에서, 가족만큼은 내 편이 돼주고 정신적인 울타리가 되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그 가족에게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싶네요.
◇노범래: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가족은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최근에도 19세 여학생이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친오빠로부터 수년간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를 입었고 심지어 가해자인 오빠와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움을 호소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피해자는 친오빠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친오빠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2019년에야 수사기관에 친오빠를 신고했지만, 부모님은 오히려 가해자인 오빠 편을 들며 피해자를 꾸짖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하는데요.
◆송영은: 그런데 이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던 게 부모님이 오히려 피해자인 딸이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인 오빠 편을 들었단 부분이거든요.
◇노범래: 네, 피해자가 느꼈을 절망감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현재도 가해자인 오빠 편에 서서 변호인을 여럿 선임하여 재판을 준비 중에 있고, 피해자는 국선 변호인과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송영은: 그런데 앞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친족 간 성폭력이란 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상황적으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거겠죠?
◇노범래: 네, 맞습니다. 친족간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와 가족이라는 아주 가까운 관계라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게 됩니다. 게다가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쉽게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해자에게 의존하고 있거나, 혹은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하거든요. 또 피해를 말하면 가족이 깨질까봐, 사회적 낙인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숨기게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송영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관련 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친족 간 성폭력은 피해자들이 미성년자일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 피해자들이 자신이 입은 피해를 밝힌 나이는 어땠을까요? 변호사님, 평균적으로 언제쯤일 것 같으세요?
◇노범래: 글쎄요. 피해자들이 성년이 되는 20살 즈음일까요?
◆송영은: 놀랍게도 평균연령이 52세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어디에 말도 못하고 마음 속에만 묻어둔 채 살아오셨단 거잖아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노범래: 놀랍습니다. 미성년자였던 피해자가 마음의 상처를 딛고 용기를 내서 신고하거나 도움을 청하기까지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논란이 되는 것이 친족간 성폭행의 공소시효 문제입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13세 미만 또는 신체적·장애적 장애가 있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 강제추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지만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죄 등을 범한다면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만료되게 됩니다. DNA 등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현행법상으로는 13세 이상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친족간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가 없는 것이죠.
때문에 미성년 대상 친족성폭력 공소시효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송영은: 그러니까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라는 분들은 해당 범죄의 특성, 그러니까 피해자들이 일찍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 구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건가요?
◇노범래: 맞습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친족 간 성폭력은 일반적인 범죄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미성년자일 때 피해를 당하고, 또 가해자가 부모, 삼촌, 조부모처럼 ‘가족’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죠.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라, 정서적·경제적으로 얽혀 있어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인 것이죠. 예를 들어 한 피해자는 8살부터 고등학교까지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 18년이 지난 뒤에야 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야 기억이 뚜렷하게 돌아왔다고 해요.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였죠. 또한 아버지를 어린 나이에 잃고, 외삼촌에게 의존하며 살아야 했던 상황에서 외삼촌에게 19년간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한 조카의 사안에서 피해자는 겉으론 직장도 다니고 외출도 했지만, 심리적으로는 완전히 예속돼 있어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겉보기와 달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항거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하면서 1,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피해 사실을 인식하고, 말할 준비가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구조라는 것인데요. 그런데 현행법상의 공소시효 규정에 따르면 13세 이상 미성년자—그러니까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대의 피해자들이 공소시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되는 것이죠. 현재는 성년에 달한 날부터 7년이 지나면 처벌이 어렵게 되니까요. 이와 같은 이유로 공소시효의 폐지를 논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영은: 공소시효 폐지가 어렵다, 주장하는 분들의 논리는 뭐죠?
◇노범래: 네, 공소시효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법적 형평성과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인데요. 여성가족부도 “친족성폭력의 특수성엔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들과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사회적 처벌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즉, 같은 강간죄인데 피해자가 친족이냐 아니냐에 따라 공소시효를 다르게 적용하면 법의 일관성이 무너진다는 것인데요. 또한 과거 범죄에 대해 무기한으로 처벌을 가능하게 만들 경우, 가해자가 스스로 방어할 기회도 부족해지고 법적 안정성도 해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소시효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피해자의 고통과 구조적 침묵을 더 본질적인 문제로 보고 있지만, 반대하는 쪽은 법제도의 형평성과 증거 원칙 같은 사법 시스템의 기반을 더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죠.
◆송영은: 쉽지 않은 쟁점이네요.
◇노범래: 맞습니다. 법적 안정성과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에 단순히 공소시효를 폐지할지 말지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친족 성폭력이라는 특수성에 맞는 별도의 입법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친족 간 성폭력은 단순한 범죄행위를 넘어, 가정이라는 가장 안온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큽니다. 친족이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기 쉬운 범죄의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 전체의 관심과 논의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송영은: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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